경영 부실 10년 비핵심 자산 매각 회피 논란…두산인프라코어 골프회동도 도마 위
정부 지원을 약속받은 뒤에야 구조조정 자구책을 마련하는 두산중공업도 비난을 받는다. 또 그간 자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정작 유휴자산이나 부동산은 매각하지 않고 오히려 부동산 개발을 해온 두산그룹의 행보도 빈축을 사고 있다. 재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두산그룹이 손쉽게 인력을 감축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산중공업에 정부가 1조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그동안 두산의 방만경영이 비난받고 있다. 서울 중구 두산타워. 사진=박정훈 기자
두산그룹의 맏형 역할을 하는 두산중공업은 계열사 지원, 중공업 불황으로 자금난을 겪어왔다. 2007년 두산밥캣 인수 금액 4조 5000억 원의 80%를 차입금으로 조달하면서 두산중공업의 재무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불거졌고, 이는 곧 그룹의 위기로 직결됐다. 두산그룹은 계열사 지분매각, 유상증자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애썼지만 계열사 지원이 오히려 그룹 전체 부실로 이어졌다(관련기사 두산중공업 위기가 탈원전 탓? 팩트체크 해보니…).
#임직원 골프회동 구설수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3월 27일 두산중공업 채권은행 회의를 개최하고, 1조 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마이너스대출(한도대출) 형식으로 두산중공업은 최대 1조 원 한도로 필요한 자금을 빌릴 수 있다.
두산그룹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자금시장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에 대해 신속한 지원을 결정해 주신 채권단께 깊이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통큰 결정이 이뤄진 다음날, 두산인프라코어 임직원들은 골프회동을 해 구설에 올랐다.
더욱이 해당 골프장인 라데나CC는 두산그룹 계열사 두산큐벡스가 소유하고 있는 곳이다. 두산건설이 운영하다 경영이 어려워지자 1080억 원에 두산큐벡스에 넘겼다. (주)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오리콤·두산엔진 등이 두산큐벡스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두산큐벡스는 2016년 당기순이익 1억 7000만 원, 2017년 당기순손실 10억 원, 2018년 당기순이익 4억 9000만 원을 냈다.
두산이 소유한 골프장은 또 있다. 두산중공업은 강원도 홍천군의 ‘클럽모우CC’ 시공사로 참여했다가 2012년 시행사 장락개발이 부도나자 2013년 골프장을 떠안았다. 이 과정에서 두산중공업은 1600억 원 상당의 부채는 물론 공사비 900억 원도 받지 못했다.
두산중공업은 클럽모우CC 운영을 위해 특수목적법인 ‘홍천개발제일차’를 만들었다. 홍천개발제일차는 4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대출을 받았는데, 두산중공업이 채무보증을 섰다. 결국 두산중공업은 2013년 클럽모우CC에 1700억 원의 채무보증을 선 셈인데, 이후 빚이 불어나면서 2019년 채무보증 규모가 2500억 원으로 늘었다. 2013년 개장한 클럽모우CC는 현재 누적 적자만 300억 원에 달한다.
두산그룹은 경영난을 겪는 와중에도 신사옥 건설에 박차를 가해 비난을 받았다. 2017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두산그룹 신사옥(두산분당센터) 부지 주변 야경. 사진=연합뉴스
#비핵심 자산은 그대로
경영난을 겪으면서도 두산그룹의 부동산 개발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두산그룹은 2014년 경기도 군포시 당동에 보유하고 있던 토지에 첨단연구단지 건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사정이 어려워지자 2015년 두산은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에 당동 부지를 매각했다.
착공 후에도 첨단연구단지 건설은 지지부진했다. 두산그룹은 결국 당동 토지를 2019년 SK건설 컨소시엄에 1240억 원에 매각했다.
2017년에는 경기도 분당 정자동 신사옥 건립에도 뛰어들었다. 신사옥 건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건설·두산엔진 등은 두산중공업이 시행사로 설립한 ‘디비씨’에 263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후에도 자금력이 여의치 않자 두산중공업은 2019년 보유했던 디비씨 주식을 두산·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 등 계열사에 매각했다. 그나마 여력이 있는 계열사가 신사옥 건설 부담을 진 셈.
산업은행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규모는 4조 9000억 원이며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1조 2000억 원 수준이다. 경영 부실이 10년 넘게 이어졌지만 두산그룹은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겠다면서도 계열사끼리 보유 부동산을 주고받았을 뿐 실질적으로 부실을 개선하지 못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했다고 하지만 비핵심 자산인 토지, 건물 등 부동산을 끌어안고 내부로 돌린 두산그룹이 부실을 진정성 있게 해결하려 했는지 의문”이라며 “혈세가 지원되는데 부동산은 팔지 않는 기업에 대해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골프장 등 비핵심 자산 매각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매각하지는 않았다”며 “정부 지원에 대한 우리의 구조조정안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게 없고 준비를 하는 단계이며 구조조정 안이 나와도 이는 채권단과 논의하는 것이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월 직원 500~700명에 대해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휴업을 검토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경영진의 무능과 방만경영으로 경영이 어려워졌는데 사측이 휴업을 한다는 소문을 퍼뜨리며 압박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측은 “일부 휴업은 모든 부문에서 유휴인력에 대해 회사가 내릴 수 있는 명령”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는데도 두산중공업이 휴업안을 철회하지 않자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3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고 없는 기업지원 원칙을 확고히 하지 않으면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처럼 국민세금으로 지원을 받으면서도 대규모 해고를 자행하는 기업이 양산될 것”이라며 “정부의 기업 지원은 고용보장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