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인사팀장 직원들에게 이상직 회장 후원회 참여 독려…이상직 측 “회사 어려워 그런 얘기, 사실무근”
최 아무개 이스타항공 본부장이 한 직원에게 보낸 메시지 화면 캡처. 2017년 광역의회 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한 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인원을 모은 정황이 포착됐다.
“개개인의 자유로운 판단에 따라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고 했지만 직원들은 이 같은 후원금 장려가 강요에 가까웠다고 입 모았다. 이스타항공의 한 직원은 “팀장, 부장들이 전화와 이메일, 문자 등을 통해 후원금을 요청하는 것은 부탁보다 강요에 가까웠다”며 “특히 그해 진급 대상자들에게는 더욱 노골적으로 강요했다”고 강조했다. 일요신문이 지난 3월 30일 이스타항공 서울지점을 방문해 만난 다른 이스타항공 직원들 또한 “문자나 이메일을 보내 후원금 참여를 강요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전 이사장 이외에 같은 당 다른 의원들의 후원금을 강요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객실 승무원에 따르면 2016년 12월 당시 팀장으로 있던 사무장이 전화해 한 국회의원의 기부금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 승무원은 김 아무개 의원에게 10만 원을 후원한 캡처 내용을 함께 전했다. 김 아무개 의원은 이상직 전 이사장과 호남 인맥으로 이어진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그는 “아무개 사무장이 전화해 본인도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민망하지만 시키니 어쩔 수 없이 말을 전한다며 포털에서 국회의원 김 아무개를 찾으면 계좌번호가 있으니 기부금을 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당시 그 해 진급자들 위주로 전화를 돌리는 중이었고, 진급을 했으니 회사에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해달라고 말해 통화를 마치고 바로 찾아서 계좌 이체를 했다. 이름을 처음 듣는 의원이었다”고 덧붙였다.
2017년 4월 실시된 한 광역의회 보궐선거에서도 이스타항공의 이름이 등장한다.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는 당시 최 아무개 이스타항공 본부장이 직원에게 보낸 메시지가 올라왔다. 해당 메시지에서 “4월 6일 12시까지 각자 모집한 인원 총 명수와 성함, 전화번호, 주소, 연령대, 성별을 엑셀로 정리해 직접 저한테 이메일로 전달 바랍니다”라고 적혀있다. 메시지에는 최 아무개 본부장의 것으로 추정되는 메일 주소도 함께 적혀있다.
일요신문은 더 구체적인 사실 확인을 위해 이스타항공 측에 문의했으나 “누군가 기억에 의존해 제보한 내용에 대해 따로 확인해드리기 어렵다”며 “아는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상직 전 이사장 측은 “현재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아 내부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이어 “같은 당 다른 의원의 후원금을 강요했다는 비슷한 이야기는 앞서 2016년에도 나온 적 있지만, 당시 알아본 결과 사실이 아니었고 관계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