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하락세 속 올해만 2건의 인수·합병…녹십자 “코로나19 치료제 상용화 예정, 상황 좋아질 것”
녹십자그룹 3세 경영인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지만 대내외 악재가 계속 겹치고 있다. 사진=GC녹십자 제공
#연이은 M&A, 3세 경영자 드라이브?
지난해 GC녹십자의 매출액, 영업이익은 각각 1조 3697억, 403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2.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9.7%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특히 4분기 영업손실, 순손실이 각각 173억, 246억 원을 기록하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GC녹십자는 사업 주력인 혈액제제와 백신, 소비자헬스케어 사업 부문 등 내수 시장에서 매출액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구개발비 등 판매관리비가 전년 대비 12.3% 증가했고, 영업 외 항목에서 금융자산 평가손실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5~6년 전만 하더라도 영업이익률이 10% 정도였는데, 매년 그 비율이 감소하며 지난해 2.9%로 떨어졌다”며 “지속적인 하락을 일회성 비용으로 ‘퉁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녹십자그룹은 공격적으로 M&A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3세 경영자인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와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 2월 GC녹십자 자회사 GC녹십자헬스케어가 유니머스홀딩스와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유비케어 지분 52.7%를 약 2089억 원에 인수키로 했다. 유비케어는 헬스케어 솔루션 전문기업으로 국내 요양기관 EMR(전자의무기록) 시장 점유율 1위다.
이어 지난 3월 13일 녹십자는 메이플투자파트너스가 케어랩스 인수를 위해 조성한 프로젝트 펀드에 핵심 출자자로 참여했다. 이번 매각 규모는 1000억 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녹십자홀딩스는 3월 이사회에서 케어랩스 인수펀드에 300억 원 투자키로 의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멀어진 혈액제제 성과
잇따른 M&A에 따른 자금 부담이 큰 상황이지만 그룹의 곳간은 넉넉하지 않다. 유비케어를 인수하는 GC녹십자헬스케어는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6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유상증자는 GC녹십자와 시냅틱인베스트먼트가 각각 720억(45%), 880억(55%) 원의 자금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500억 원은 외부 차입을 통해 조달한다.
GC녹십자는 수년간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영업현금 흐름이 악화됐다. GC녹십자의 외부 차입금도 최근 몇 년간 크게 늘었다. 2015년 말 194억 원이던 GC녹십자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3599억 원까지 증가했다. 결국 녹십자엠에스가 50년 동안 운영한 뿌리 사업 ‘혈액백’을 오는 5월에 매각해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기대를 모았던 혈액제제 사업도 불투명하다. 녹십자그룹이 수년간 키워온 혈액제제 아이비 글로불린 에스엔(IVIG-SN)도 올해 매출을 내긴 어렵다. IVIG-SN은 당초 계획과 달리 미국 식품의약국(FDA) 바이오의약품 시판 허가(BLA)가 올해 말로 미뤄졌다. 내년 북미시장 진출도 미지수다. 또 이미 3대 혈액제제 업체(Grifols·CSL·Baxter)가 북미 IVIG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혈액제제 시장도 한정돼 있어 수익성이 매우 낮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코로나19가 국내 제약업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실적을 명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영업사원들이 필드로 복귀하고 있고 전 세계 최초로 녹십자가 코로나19 치료제를 하반기에 상용화할 예정이기 때문에 상황은 좋아질 것”이라며 “유비케어 인수도 4월 말에 마무리될 것이고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