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 못할 만큼 지역 넓고 물량 많아, 단체 보이콧 파문도…사측 “불만사항 수리 등 개선”
주목받는 스타트업 세탁특공대와 관련해 배송기사 쥐어짜기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세탁특공대 홈페이지
이런 비대면 서비스 덕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언론에서 ‘언택트’ 기업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예상욱 세탁특공대 대표는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고객 수 기준으로는 코로나19 이후 2배 정도 늘어났다”면서 “과거에는 직접 집 안에 들어가서 수거하는 일도 있었지만 지금은 문고리에 걸어놓는 비대면 배송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세탁특공대는 회사 홈페이지에도 ‘대한민국 1등 세탁앱 서비스입니다. 누구나 경험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누구도 시도한 적 없는 방법으로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탁특공대 내부에서는 이 회사가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쓴 ‘누구도 시도한 적 없는 방법’이 사실은 ‘배송기사 쥐어짜기였다’는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세탁특공대는 대략 서울 전지역과 경기도 성남시, 하남시, 고양시, 용인시 수지구 등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고객이 세탁물을 요청하면 배송기사는 수거에서 배송까지 끝내야 한다. 꽤 넓은 지역이지만 이 지역을 담당하는 배송기사는 약 15명에 불과하다. 물론 정규직 외에 ‘프리’라고 해서 비정기적으로 배송을 맡는 직원도 있지만, 이들은 배송 차량이 아닌 일반 차량을 이용해 소화 물량이 적다.
일요신문이 접촉한 배송기사들은 ‘1시간 보장된 휴식 시간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다. 휴식 없이 일해도 퇴근 시간을 지키는 게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배송기사 A 씨는 “근로계약서 상에 오후 10시 30분에 출근해서 오전 7시 30분에 퇴근한다. 하지만 쉬지 않고 일해도 다음날 오전 9시나 10시에 퇴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세탁특공대 측은 “일부 퇴근시간이 지켜지지 않은 분들이 있던 것은 맞다. 다만 회사에서 문제를 인지하고 배송기사 개별면담을 통해 불만사항을 수리해 4월 1일부터 시간을 조정했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세탁특공대 복수의 직원은 “시간은 바뀌었지만 기사들 의견이 반영되진 않았다. 개별면담을 했다는 배송기사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면담했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보통 세탁특공대 배송기사는 하루에 70건 정도 배송을 처리해야 한다고 한다. 특정 지역에 배송 물량이 밀집해 있다면 가능한 물량이지만 지역이 넓어지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한 명이 고양시 일산, 서울 은평, 서대문, 마포, 종로, 중구 등 강북 대부분 지역을 커버하는 경우도 있어 고객의 집과 집 사이 이동 시간이 워낙 오래 걸린다.
세탁특공대 업무 메신저 방에서는 오전 7시 30분 퇴근시간을 넘겨 9시 이후 퇴근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사진=세탁특공대 메신저
B 씨가 말한 배송기사 단체 보이콧 사건이 일어나자 세탁특공대는 고객들에게 이런 문자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고객님께 방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교통체증으로 금일 방문이 어려워 연락드립니다. 죄송한 마음을 담아 5000포인트 지급해드렸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세탁특공대 측은 “3월 19일 발생한 일은 불만이 있던 배송기사 가운데 일부다. 갑작스러운 고객 주문증가로 생긴 예외적인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반면 세탁특공대 복수의 직원은 “거의 모든 배송기사가 손 놓고 나갔다. 일부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5000포인트 제공에 관한 세탁특공대 내부 메신저 내용. 사진=세탁특공대 업무 메신저 대화
배송기사 C 씨는 “따로배송을 막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벌어지고 있고, 본질적인 문제는 일 자체가 너무 많고 한 명이 커버할 지역이 너무 넓다는 것이다. 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하지만 본사에서는 바뀌는 건 없다고만 한다”면서 “새로 직원을 뽑아도 첫 날 교육차 같이 일해 보면 일이 너무 많아 도망가기 일쑤다. 나도 퇴사를 고민하지만 당장 생계 때문에 일단 참고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탁특공대에서는 결국 배송기사 부족으로 사무직원도 배송 일을 거드는 데 투입되고 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일이 너무 많다보니 최소한의 복지조차 챙겨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배송기사 B 씨는 “차량마다 보험 적용 연령이 다 다르다. 어떤 차는 만 25세 이상, 또 다른 차는 만 26세 이상으로 보험이 다르다. 그런데 너무 바쁘다보니 25세인 직원이 만 26세 이상 보험 적용 차를 타고 나갔다가 사고가 났다”면서 “본사는 보험 없이 사고가 난 해당 직원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처럼 ‘우리가 그 차를 타라고 한 적은 없지만 사고 처리 비용 30%는 대주겠다’고 말했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세탁특공대는 관계자는 “차량별로 만 24세 이하 운전금지 표기가 돼 있었고, 관련 교육도 수차례 진행했다. (보험이 안 되면) 본인이 차량을 운전하면 안 되고 퀵서비스 등 다른 방법으로 업무를 하도록 교육과 공지가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회사의 규정을 어긴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반면 세탁특공대 배송기사들은 ”교육이란 걸 들어본 적이 없다. 어떤 교육을 했다는 건지 궁금하다“고 다시 반박했다. B 씨는 ”회사에서는 21세 이상으로 보험 적용 연령을 낮추겠다고 수차례 말했지만 아직도 바뀌지 않았다. 또한 사고가 난 차량 직원을 아는데 당시 회사에서 업무 지시가 있어 탈 수 있는 게 해당 차량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탄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현재 세탁특공대 배송기사 대부분은 불만을 품고 있지만 생계 문제 때문에 그만둘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C 씨는 “그래도 이곳을 다니고 있는 건 내 차량이 없어도 배송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면서도 “그런데 해도 해도 너무한다. 한 직원은 퇴근하면서 동선을 짜주는 직원을 지목해 회사 업무 메신저 방에 ‘인간 한계를 시험하는 원숭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이 정도가 됐는데도 변하는 건 없다”고 말했다. C 씨도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