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인수보다 사내 벤처 지원 후 분사 형태 많아져…CVC 규제 완화·상생협력법 통과 요구 목소리
2019년 11월 26일 서울 서초구 ‘삼성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C랩 아웃사이드 데모데이’에서 1년간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들이 그간의 성과와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네이버의 산실 역할을 한 삼성이 그룹차원에서 사내 벤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은 2012년부터다. 삼성은 ‘C랩(크리에이티브 랩)’을 통해 현재까지 총 280개 과제를 지원했고, 이 가운데 40개 팀이 회사에서 독립해 스타트업 창업에 성공했다. 사내 벤처 육성에 집중하던 스타트업 지원은 2018년 10월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외연이 확장됐다. C랩 아웃사이드는 2018년부터 5년간 외부 스타트업 300개 육성을 목표로 한다. 더불어 삼성은 삼성전자 산하 벤처투자조직 ‘삼성넥스트’와 벤처캐피털 회사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스타트업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삼성넥스트와 삼성벤처투자는 올해 1~2월에만 10개 벤처‧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00년부터 사내 벤처 플랫폼 ‘벤처플라자’를 운영 중이다. 5대그룹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중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한다. 과거 자동차 부품의 국산화를 위한 사업을 위주로 운영되던 것이 최근 사물인터넷(IoT), 모빌리티 신사업 등으로 확장됐다. 당초 현대‧기아차 직원만을 대상으로 진행되던 프로그램이 현대차그룹 전반으로 확대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엠바이옴, 튠잇, 폴레드, 3개 기업을 분사했다.
2018년 3월 출범한 현대차그룹의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제로원’은 자동차 산업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외에도 지역 블랜딩이나 사회적 스타트업, 아티스트 등 폭넓은 대상을 지원하고 있다.
가장 최근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이 도입된 SK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의 ‘하이게러지(HiGarage)’와 SK텔레콤의 ‘스타게이트’는 각각 2018년 8월과 2019년 3월 시작됐다. 짧은 역사에 비해 이미 6개 기업을 스핀오프하는데 성공했고 올해 최대 5개 기업을 추가 분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LG그룹은 사내 벤처 육성보다는 스타트업과의 협업에 집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LG는 2020년 1월 한 달여 동안 발표한 협력관계만 8건에 달한다.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LG는 LG전자와 LG화학, LG유플러스 등 계열사별로 오픈 이노베이션 전담 조직을 강화하고 전담팀을 꾸렸다. LG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마곡에 위치한 LG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LG사이언스파크 내 400평 규모의 스타트업 전용공간 ‘오픈랩’에는 현재 11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LG 관계자는 “올해 본격적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공사례를 구축해 빠르게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그룹은 스타트업 투자 법인인 롯데엑셀러레이터를 통해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 지원 등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엑셀러레이터는 L-CAMP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입주 스타트업에 사무‧커뮤니티 공간을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롯데스타트업펀드 1호와 롯데사내벤처펀드 1호를 운용해 전략적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외부 스타트업 지원을 시작으로 최근 사내 벤처 육성 또한 활발하게 하고 있다”면서 “지주사가 보유하고 있던 롯데엑셀러레이터 지분을 다른 계열사로 넘겼지만 지원 규모에는 변화가 없다. 펀드 운용 등을 통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현재와 같은 스타트업 성장이 이어지려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CVC 규제를 완화하고 국회에 계류 중인 상생협력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CVC 규제의 경우 규제 대상은 대기업이지만, 실제로는 스타트업 투자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인 상생협력법 개정안은 일부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대해 기술 유용 및 불공정거래 등을 한 갑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상생협력법 개정안은 2018년 8월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나 1년이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