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다큐3일’ 캡처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필 무렵, 인천 소래포구에도 봄이 찾아왔다. 서쪽 바다에서 잡아올린 주꾸미부터 팔딱팔딱 뛰는 새우까지, 제철을 맞은 해산물이 포구에 가득하다.
코로나19 여파로 간만에 나와 바다의 봄을 느끼는 시민들. 덕분에 몇 달간 조용했던 소래포구 재래어시장은 상인과 손님들의 웃음소리로 왁자지껄하다.
하지만 2017년 3월 소래포구를 집어삼켰던 화재로 인해 많은 상인은 삶의 터전을 잃은 채 봄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포구와 어시장이 공존하는 인천 소래포구. 과거, 비교적 한적했던 소래포구는 1974년 인천 내항이 준공되자 새우잡이를 하던 소형어선의 시흥시 출입이 어려워지면서 새우 파시로 입소문을 타게 된다.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어시장으로 자리잡았다. 사계절 내내 제철 해산물이 가득해 골목마다 방문객들로 북적이는 소래포구.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에 맞춰 장사를 하는 소래포구 상인들과 좁은 골목에 펼쳐진 싱싱한 해산물은 마치 갓 잡아온 활어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그러나 활기찬 모습의 이면에는 잊을 수 없는 슬픔이 자리했다. 2017년 3월 18일 새벽 1시, 이유를 알 수 없는 불길이 소래포구를 뒤덮었다.
화재는 2시간 만에 진압됐지만 점포 373곳 중에 200곳이 넘는 곳이 전소됐다. 수해를 극복하고 다시 터전을 잡은 상인들의 삶이 또 다시 무너져 내린 것이다.
길어지는 공사로 인해 소수의 상인들은 장사를 하기 위해 자투리 공간을 얻어 천막을 치고 다시 올 봄날을 기다렸다.
그러나 올해 초, 전 세계를 공포에 빠트린 코로나19로 인해 어시장의 상황은 더 악화됐다.
하지만 소래포구 상인들은 그 어느때보다 행복해보인다.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하는 상인들.
상인들의 얼굴에는 눈물보단 웃음이 가득하다.
모두가 잠든 새벽, 소래포구의 하루는 시작된다. 하루 2번, 물때에 맞춰 나가고 들어오는 탓에 부둣가는 새벽부터 출항을 준비하는 어민들로 분주하다.
매서운 바닷바람을 뚫고 삶의 터전인 바다로 나가는 어민들은 늘 바다가 주는 만큼만 받는다고 말한다. 매일 나서는 길이지만 이들의 마음은 한결같다.
올해로 42년 째 바다로 나가는 김윤경 선장은 잡힌 모든 것은 바다가 준 선물이라고 말한다. 평생을 바다에 빚지며 살아가는 이들, 자신을 기꺼이 내어준 바다가 고마울 뿐이다.
어민들이 입항할 쯤이면 상인들의 하루도 시작된다. 이른 아침, 알이 꽉찬 주꾸미부터 갓 잡아 팔딱팔딱 뛰는 새우까지. 산지에서 잡아온 싱싱한 해산물이 소래포구로 들어오자 향긋한 봄내음이 골목마다 퍼진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포구를 찾은 사람은 없지만 평생을 부지런히 살아온 때문일까. 상인들은 이른 아침부터 가게 문을 연다.
다가오는 8월, 원래의 보금자리로 돌아갈 그날을 기약하며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소래포구의 역사를 이어가는 사람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봄’ 소래포구에도 봄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