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7일 국회 재경위의 예금보험공사 국정감사에 출석한 최영휘 신한금융지주회사 사장(왼쪽)과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이날 김황식 의원은 조흥은행 매각과정의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매각한다’‘안한다’로 논란을 빚었던 이 은행의 소유권이 신한금융지주회사로 넘어가면서 매각작업은 한 고비를 넘겼지만, 매각과정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신한금융지주회사(신한지주)가 조흥은행을 인수하면서 회사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상환 우선주’ 발행 등을 통해 인수한 부분.
<일요신문>이 최근 입수한 ‘조흥은행 인수자금 조달현황’ 자료에 의하면 신한지주의 조흥은행 인수금액은 3조3천7백억원. 신한지주는 이 중 1조7천억원은 현금으로 내고, 나머지 1조6천억원은 신한지주의 주식으로 납부키로 했다.
▲ 신한지주에 매각되기 전 조홍은행 본점 건물. | ||
신한지주는 당초 9천억원을 현금으로 내기로 했던 것과는 달리 이 금액을 신한지주의 ‘상환 우선주’ 발행을 통해 조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환 우선주는 만기(3년∼7년)가 되면 현금으로 상환해 주는 유가증권.
따라서 상환 우선주 발행을 통해 대금을 낸 부분은 사실상 대금(9천억원)의 납부 시점을 상환기간만큼 유예해준 꼴이다.
결국 신한지주는 문서상 3조3천7백억원을 들여 조흥은행을 인수한다고 돼 있지만, 실상을 뜯어보면 현시점에서 돈 한푼 내지 않고 소유권을 가진 셈이다. 게다가 상환 우선주라는 유가증권을 발행해 타기관에 넘기면서 대금정산 시점도 수년간 유예받았다.
또다른 의문은 신한지주가 발행한 상환 우선주를 인수한 기관들에 관한 부분. 취재 결과 신한지주가 발행한 9천억원의 상환 우선주를 인수한 곳은 정통부 등 정부기관과 금융기관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관들은 “단순 투자목적”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시중은행의 매매과정에 정부기관이 투자 명목으로 참여한 부분은 매우 이례적이란 점에서 의혹이 일고 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신한지주의 상환 우선주를 매입한 기관은 ▲정통부(1천억원) ▲농협(2천5백억원) ▲새마을금고(1천6백억원) ▲G생명(1천억원) ▲S생명 (2백억원) ▲L생명(1백50억원) ▲D생명(3백억원) ▲또다른 S생명(2백억원) 등 20여 곳.
이들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정통부, 농협, 새마을금고 등 사실상 정부 기관이거나 정부의 영향력이 크게 행사될 수 있는 기관.
신한지주가 ‘조흥은행’ 매입을 위해 현금을 조달하는 과정에 정부기관 및 금융기관들이 대거 동원됐다는 점 때문에 정부측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통부 관계자는 “자금운용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전제하고 “신한지주 주식 매입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외압도 없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신한지주가 조흥은행을 매입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곳곳에 적지 않은 의문점이 발견된다.
첫째, 조흥은행 매각을 위한 실사기관 선정과정 부분이다.
지난 1월 ‘공적자금위원회’(공자위)에서 조흥은행 매각과 관련, ‘신한지주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제3자 실사기관을 선정하면서 특정업체에 ‘몰아주기’를 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조흥은행 매각’과 관련, 제3자 실사기관으로 지난 2월3일 안건DTT가 선정되었다. 그러나 안건측은 특별한 이유없이 지난 2월11일 조흥은행 실사를 포기했다.
이후 조흥은행 매각 실무를 담당하고 있던 예금보험공사(예보)는 각 회계법인에 제안서 제출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제안서를 낸 곳은 하나회계와 신한회계법인 등이었다. 그러나 하나회계는 중도에 실사를 포기, 결국 ‘신한RSM’이 단독으로 제3자 실사기관으로 선정됐다. 안진과 삼정회계법인은 협의기관으로 참여했다.
문제는 ‘신한RSM’이 선정된 것에 대해 많은 의문이 오가는 부분. 그 이유는 당초 ‘신한’측이 조흥은행 실사에 참여하겠다고 낸 ‘제안서’ 내용이 부실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이 제출한 제안서는 당초 이 회사가 ‘우정사업본부’에 제출했던 사업제안서의 겉표지를 ‘조흥은행’으로 바꾼 수준이 아니냐는 혹평을 받고 있다. 물론 신한측은 이 제안서를 정식 실사기관으로 선정된 이후에 정상적인 제안서로 보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0월 예보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의 추궁으로 일부 사실로 확인되기도 했다.
조흥은행 매각과 관련, 또다른 의혹은 제3자 실사기관으로 선정된 ‘신한RSM’측이 실사를 통해 선정한 ‘평가 결과’를 ‘예보’측에서 몇차례나 수정을 지시한 이유가 무엇이냐하는 부분이다.
당초 ‘신한RSM’은 자체 실사를 통해 작성한 1차 보고서에서 조흥은행의 주당 가격을 7천8백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이 가격은 ‘조흥은행 매각주간사’였던 모건스탠리측이 제시한 5천9백원과 1천9백원의 차이가 났다.
이에 대해 신한측이나 모건스탠리측은 “자산증가율과 판매관리비 계산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는 자산증가율을 실질 GDP 수준으로 반영한 반면, 신한은 실질 GDP에 물가상승률을 합친 명목 GDP로 산정했다는 것이다.
또 판매관리비의 경우에도 모건스탠리는 ‘비용 대비 영업이익’으로 계산한 반면, 신한은 ‘비용 대비 영업매출’로 계산하는 바람에 차이가 발생하게 됐다는 것.
그러나 당초 신한이 제시한 주당 7천8백원은 어찌된 일인지 나중에 1천9백원이 낮은 5천9백원으로 결정되고 말았다. 예보는 제값을 받지도 못하고 조흥은행을 팔았다는 헐값매각 시비를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같은 의문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국정감사에서 재경부와 예보 등을 상대로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감 말미에 불거진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 수뢰 의혹과 최돈웅 의원 1백억원 대선자금 수수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이 문제는 수면 아래로 잠복하고 말았다.
조흥은행 매각 관련 의혹을 제기했던 한나라당 김황식 의원(경기 하남)은 “국감에서 제기된 의혹들을 끝까지 파헤칠 것”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진상 규명이 어렵다면, 사정기관이 나서 의혹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