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연소 2007년생 김은지 1지명 여부, ‘일요 대국 불참’ 조혜연 지명 순서 관심사
한국기원 리그 담당자는 “원래 3월에 개막할 예정이었다. 코로나19로 상황을 보면서 리그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다. 작년보다도 약 2주 정도 개막이 늦어진 이유다. 다른 스포츠들이 대부분 중단된 상황에서 바둑은 꾸준히 대회를 열고 방송도 했다. 자가격리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바둑팬이 있다면, 여자리그 개최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바둑은 다른 스포츠보다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다. 격한 몸동작이 없기에 안전관리를 하기가 비교적 용이한 종목이다. 한국기원은 소규모 대국에서도 적당한 거리두기와 철저한 사전, 사후 점검으로 감염 우려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여자바둑리그 선수선발식 모습. 올해는 4월 29일 선수선발식을 갖는다. 사진=한국기원
대회 방식은 거의 작년과 동일하다. 4월 말까지 지역연고선수와 보호선수 사전지명과 선수선발식이 열린다. 5~8월 정규리그가 벌어지고, 9~10월 포스트시즌을 치른다. 정규리그는 8개팀 더블리그로 총 14라운드다. 통합라운드는 2회를 열 예정이다. 포스트시즌은 정규리그 4강이 스텝래더 방식으로 펼쳐진다. 대부분 세계대회가 연기되고, 중국여자리그 참가도 불가능한 상황이라 작년과 같은 연기대국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올해 외국인 용병선수는 전혀 쓸 수 없는 상황이다. 8팀 선수 1~3지명과 후보는 모두 국내선수로 채워진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현재 참가신청을 받고 있다. 여자리그에 뛰는 선수는 후보까지 포함해 총 32명이다. 선수 수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리그 후반기에 들어가는 8라운드 개시 전에 외국인 선수 교체 여부를 결정해서 참가팀에 통보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대국 시간은 ‘월화수목’ 오전에서 ‘목금토일’ 저녁으로 바뀐다. 포스트시즌 상금도 순위별로 500만 원씩 늘었다.
대국은 1국(장고)과 2국(속기)이 저녁 6시 30분에 시작하고, 3국(속기)이 8시에 시작한다. 바둑TV 해설진은 기존 백홍석, 홍성지, 배윤진에 최명훈, 김여원, 류승희가 새로 들어갔다. 여자리그 제작을 담당하는 김성현 PD는 “보는 재미를 늘리겠다. 시청자와 소통하는 이벤트를 대폭 늘린다. 인터뷰도 더 깊이 있는 내용을 전달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 회의가 한창이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여자랭킹 1위 최정은 올해 보령머드가 신생팀으로 들어오면서 지역 연고선수로 묶일 가능성이 커졌다. 최정 9단 고향이 충남 보령이기 때문이다. 여자랭킹 2위와 3위인 오유진(부안)과 김채영(부광약품)도 1지명 보호가 유력하다. 선수선발에는 여러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지만, 알맹이는 ‘입단 4개월 차’ 김은지의 지명순서다. 2007년생으로 현역 최연소 기사다.
한 전문가는 “지역연고제 1지명으로 충남 최정, 제주 오정아를 빼면 남은 네 팀이 선수선발 순번을 추첨하게 된다. 핵심은 김은지를 어느 팀에서 데려가는 가다. 현재 1지명 후보는 최정, 오유진, 김채영, 조승아, 박지은, 김혜민, 조혜연이 있다. 2지명 후보는 김다영, 김은지, 허서현, 송혜령, 김미리, 박지연, 강다정, 이영주 등이다. 하지만 감독 중 누군가는 미래 가능성(보호지명 3년)을 보고 김은지를 1지명으로 데려갈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한다. 입단 4개월 차 초단, 최연소 프로기사가 리그 1지명이 되는 파격이 이뤄질까?
지난해 한국여자바둑리그 챔피언 부안 곰소소금. 사진=한국기원
조혜연의 지명 순서도 관심거리다. 최근 대주배 결승에서 김영환을 꺾고 우승까지 차지한 실력자다. 그녀는 종교적 신념으로 일요일 대국 불가를 미리 선언한 상태다. 순위에 민감한 감독들에게 에이스 선수의 1회 결장은 심각한 사안이다. 조혜연은 실제 이 문제로 대회참가 자체를 고민해왔다.
지난 4월 8일 페이스북에 ‘올 한 해 쉴까?’라는 제목으로 ‘중학생이 된 이후로 주일 대국은 자발적으로 안 했다. 코로나 19 여파로 외국용병을 쓰는 것이 불가능해졌고(일요일 대국에 대체선수가 없다), 단체전이라 팀에 민폐가 될 것 같다’는 등의 이유로 고민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에 생각을 바꾸어 이번 리그 참가를 전격 선언했다.
조혜연은 감독들에게 “저는 3장도 좋고 4장도 좋습니다. 물론 선발되지 않아도 좋습니다만 올해는 여바리그의 참가 신청을 눌렀습니다. ‘평일에는 한 판이라도 두겠습니다’가 지난 24년간 제 기사인생의 길이었습니다”라는 의사를 밝혔다.
바둑퀸 박지은도 참가한다. 박지연, 박태희와 같이 돌아오는 핵펀치 ‘쓰리박’은 이번 여자리그에 예고된 돌풍이다. 용병 불참으로 올해 리그에 대거 유입될 초단들의 활약도 관심거리다. 정유진, 박소율, 유주현 등 새로운 얼굴과 지난 리그에서 선택받지 못했던 도은교, 박지영 등 노장 초단들이 날을 갈고 있다. 김은지를 제외한 초단들은 후보(4지명)에서 픽업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29일 열리는 선수선발식에는 부광약품(서울 부광약품-감독 권효진), 부안군(부안 곰소소금-감독 김효정), 서귀포시(서귀포 칠십리-감독 이지현), 여수시(여수 거북선-감독 이현욱), 포스코케미칼(포항 포스코케미칼-감독 이영신), 이원다이애그노믹스(인천 EDGC-감독 조연우)와 신생팀 보령시(보령 머드-감독 문도원), 삼척시(삼척 해상케이블카-감독 이용찬), 8개 팀 감독과 관계자가 참석한다. 감독들이 바라는 건 오직 하나, 우승으로 가는 ‘황금조합’이다.
박주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