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독설 진위 공방 속 “김여정 활동 활발해질수록 건강에 문제 있다는 방증”
김정은 위원장의 위독설이 불거지면서 김여정 제 1부부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월 22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한미일 협의 소식통을 인용해 “2019년 말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긴급 상황 발생시 최고지도자 권한을 대행하는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2019년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총회가 개최될 당시 김정은 위원장 사망 등의 이유로 통치를 할 수 없게 됐을 때 권한을 모두 김여정에게 집중한다는 내부 결정이 내려졌다”고 덧붙였다.
한 북한 전문가도 “이제부터 김여정의 행보를 세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문가는 “2010년대 후반 들어 김여정이 본격적으로 국정 전면에 등장해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다”면서 “김정일도 죽기 전에 김정은을 시급하게 등장시킨 뒤 후계자 수업을 속성으로 마친 바 있다”고 했다.
김정은은 2010년 9월 조선노동당 전당대회에서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얼굴을 드러냈다. 김정은이 전격 등장한 지 1년이 조금 지난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이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세자’ 김정은이 김정일의 권력을 이어받는 데 걸린 시간은 15개월이었다.
김여정의 경우 김정은보다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권력의 중심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여정의 정치적 위상이 대외적으로 처음 공개된 것은 2014년 3월이었다. 당시 김여정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김정은을 수행했다. 공교로운 대목은 김여정이 등장한 지 7개월 만에 김정은의 건강이상설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2014년 10월 열린 노동당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하면서 건강이상설에 휩싸였다.
그로부터 6년 뒤인 2020년 4월 김정은 건강이상설이 다시 제기됐다. 2014년과 비교했을 때 김여정의 정치적 위상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김여정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북한 특사로 한국을 방문했다. 1~3차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여정은 김 위원장 의전을 진두지휘해 화제가 됐다.
김여정은 2019년 7월 8일 열린 ‘김일성 25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 주석단 1열에 앉아 달라진 정치적 위상을 다시 한번 뽐냈다. 2020년 3월 3일 김여정은 청와대를 비판하는 성명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김여정은 청와대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체에 유감을 표명한 것에 대해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라면서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를 두고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여정이 점차적으로 북한 정치권 중추 세력으로 올라서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김정은 위독설’이 불거진 뒤 김여정을 향한 관심이 증폭되는 배경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중국에 거주하는 북한 소식통은 “김정은 위독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추후 김여정의 행보를 유심히 관찰한다면, 김정은의 건강상태를 유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소식통은 “지난해부터 김여정의 대외 노출 빈도가 높아졌다”면서 “그 원인은 김정은의 건강 상태가 악화함에 따라 백두혈통 정권을 지키려는 의도에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확실한 것은 김정은의 건강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빨간불’이 켜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면서 “국내외 언론 보도를 통해 ‘김정은 심혈관 시술설’이 불거졌는데, 심혈관 질환은 언제 급사할지 모르는 변수가 많은 지병”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중태설’의 신빙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김정은이 수술을 받은 것이 아니라 시술을 받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 전문가는 “심장에 스탠스를 박는 시술은 전신마취가 아닌 국부마취를 한 뒤 진행된다”면서 “멀쩡히 정신이 깨어있는 상태에서 시술이 진행되는 셈이다. 중태설엔 신빙성이 낮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김정은의 건강에 어떤 문제가 생긴 것은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부분은 ‘김정은 중태설’ 가능성을 낮게 점친 대북 전문가들 역시 김여정을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향후 북한 내부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중요 단서로 김여정의 행보를 꼽았다.
김정은 중태설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한 대북 소식통은 “김여정이 본격적으로 외부적인 활동을 개시한다면, 김정은 신변에 실제로 어떤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본다”면서 “반대로 김여정의 활동이 전과 같거나 뜸해진다면, 김정은의 건강이 당분간은 양호할 것이라고 합리적 추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