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임실순창 무소속 이용호 당선자…“사람보고 투표한 유권자들께 감사”
제21대 총선 남원임실순창 무소속 이용호 당선자
[일요신문=남원] 박균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제21대 총선에서 전체 의석의 5분의 3인 180석을 차지해 돌풍을 일으킨 가운데 민주당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호남에서 유일하게 비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무소속 이용호 당선자가 화제의 인물로 부상했다.
이 당선자는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와 막상막하의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돼 주목을 받았지만 민주당 바람이 워낙 거세게 불어 민주당이 압승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당선됐기 때문이다.
개표 전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초박빙으로 당선될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막상 투표함이 열리자 예상과 달리 열세로 시작돼 시종일관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한 끝에 박빙인 3.07%, 2,670표 차로 승리를 거두면서 기적의 승부로 평가를 받았다.
정가에서는 이 당선자가 현역으로서 성실한 의정활동과 지역구 관리가 성과를 거둔 것이란 분석과 함께 유권자들의 인물 중심 선택을 승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 당선자는 ‘민심이 천심’이라는 한 마디로 선거결과를 정리했다.
이 당선자는 “‘민주당은 좋지만, 후보는 좀 그렇다’라는 마음이 작용한 것”이라며 “삼성 제품은 다 좋지만 무작정 구매하라고 해서 구매할 수는 없는 거 아니냐”고 비유했다. 이 당선자에게서 이번 총선 과정과 승리한 요인, 앞으로의 정계 구도와 전망, 의정활동 계획을 들어봤다.
▲ 당선을 축하한다. 소감은?
“사랑하고 존경하는 남원·임실·순창 시·군민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큰절 올린 그 마음 깊이 새기고 제대로 일하겠습니다. 이번 승리는 결코 저만의 승리가 아닙니다. 위대한 민심의 승리이자, 지역발전과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시·군민의 위대한 승리입니다. 우리 지역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려는 현명한 선택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 제21대 총선에서 무소속 후보로는 유일하게 호남에서 유일하게 민주당 강풍을 뚫고 당선됐다. 승리의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역발전과 호남의 정치발전을 위해 새로운 인물을 키우자는 시·군민의 강한 열망이 표출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 잘하는 재선의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신 것이구요.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더 뛰는 의정활동을 펼치고자 합니다.”
▲ 무소속 후보에게는 하늘의 별을 따는 만큼이나 어려웠던 선거였다. 선거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었던 일이 있다면?
“무소속 후보라서 도와주는 지방의원 한 명 없고, 거대정당의 지원도 없었습니다. 민심만을 믿고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습니다. 저와 함께 해주신 시·군민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돈과 조직이 아니라 힘없는 약자, 평범한 시·군민의 지지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자영업자와 농민분들을 만나 뵈면 가슴이 먹먹해질 때가 있었습니다. 자기 자신도 힘들고 어려우실 텐데 오히려 저한테 ‘이번에 꼭 돼야 한다’고, ‘어떻게든 돼야 한다’고 응원해주시곤 했습니다. 그분들의 눈망울을 볼 때마다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멋쩍게 웃게 되었습니다. 이분들을 생각해서라도 좋은 정치인이 돼서 보답해드리고 싶습니다.”
▲ 처음부터 당선 후 민주당 입장을 밝혀왔다. 왜 민주당에 입당하려고 하는가?
“지역발전과 현 정부 성공을 위해 민주당에 들어가 제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민주당 복당은 오래전부터 많은 시군민께서 제게 요청하신 일이고 ‘저를 당선시켜 주시면 민주당으로 들어가겠다’라는 건 시군민과의 약속입니다. 그 약속에 따라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해 복당을 실행할 생각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입당에 실패한 적이 있고 이번에도 민주당이 불허 방침이 강력하다. 이에 대한 방안이나 계획은 무엇인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당에서 복당 논의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시기를 적절히 맞춰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때가 머지않아 올 것입니다. 저는 1년 전 복당 신청을 했고, 당시 저와 함께 입당 신청을 했던 의원은 이미 민주당에 들어갔습니다. 민주당이 이번에 의석을 많이 얻었습니다만, 복당을 무작정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저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저를 뽑아준 지역민들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정당은 국민 속에 있는 것이지 국민 위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차원에서 복당을 공약하고 유권자들이 저를 뽑아 줬으면,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 복당을 허용해 주는 것이 공당의 자세일 것입니다. 저는 민주당 경선에 불복한 적도 없고, 탈당할 때 당에 해를 끼치지도 않았습니다. 시·군민이 원하는데도 안 받아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번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한 슈퍼 여당이 탄생하면서 정치지형의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20대 국회 때는 3당, 4당 체제여서 ‘협치’가 강조됐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이번 선거에서 새로운 형태의 의석분포가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거대 여당이 어떻게 국회를 생산적으로 이끌고 갈 것이냐가 과제가 되었습니다.”
“국회는 견제와 균형으로 작동되는 곳입니다. 일당 중심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부여당으로선 ‘의석이 부족해서 무얼 못했다’라는 말을 할 수 없게 됐고, 그만큼 책임도 커졌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뭐든지 의석수 힘으로 밀어붙였다가는 자칫 국회가 절차적인 기관으로 떨어지고 힘이 약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민주당이 야당을 잘 이끌어나가는 리더십과 정치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진 것입니다.”
“또 여권 의석수가 개헌선에 육박합니다. 개헌은 늘 국민적 화두였던 만큼, 큰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적인 동의 속에서 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한 개헌을 추진해야 합니다.”
▲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그동안 의정활동을 통해 지역의 현안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을 것 같다. 가장 시급한 지역 현안과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공공의대 설립, 옥정호 수변도로 개통, 강천산 도로 확장, 지리산 친환경 전기열차 도입, 지역 교통망 확충 등 지역발전 사업에 집중해서 실타래를 풀듯 해결해나가겠습니다.”
“5월 국회가 열리면 공공의대법 통과에 집중하고, 만약 안 되면 재선의원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가 돼서 올해 내에 반드시 처리하겠습니다. 남원의료원을 국립으로 승격시키고, 의료연구기관을 유치하겠습니다. 공공의대, 처음 제안한 제가 확실히 매듭짓겠습니다.”
“임실 옥정호 수변도로의 경우 제가 2018년 처음으로 예산을 확보했습니다. ‘댐주변친환경보전법’ 내용에 맞게 임실군에서 계획을 수립 중에 있습니다. 2025년까지 약 10km의 수변도로 개통시키겠습니다. 임실군과 긴밀히 협의해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순창 강천산 도로 역시 올해 초 국토교통부 ‘제5차 국도·국지도 5개년 계획(2021~2025)’에 1차 반영시키면서 첫 단추를 꿰었습니다. 올해 하반기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최종 결정시키도록 하겠습니다.”
▲ 국회의원으로서 입법활동도 매우 중요한 책무이다. 국회에서 어떤 의정활동을 펼치고 싶은가?
“저의 국정공약 제1호가 ‘민생살리기’였습니다. 민생을 살리기 위한 입법활동에 충실하겠습니다. ‘抑强扶弱(억강부약), 강자(强者)를 누르고 약자(弱者)를 돕는다.’ 이 말이야말로 제가 추구하는 정치입니다. 힘 있는 사람에게 엄격하고, 힘없는 사람에게 관대한 나라, 어려운 사람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미력이나마 제 역할을 하겠습니다.”
▲ 민생살리기에 대한 구체적 실행 방안은 무엇인가?
“영세한 개인납세자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간이 과세 적용 기준 금액을 현행 48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하고, 코로나 같은 재난 시 기업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즉시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습니다. 또 농민들에게 지자체에서 60만 원 정도의 농민수당을 지급하는데, 정부가 직접 하도록 법 개정을 하겠습니다.”
▲ 이번 총선을 통해 현행 선거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선거법을 개정하자는 것인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원래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다당제와 소수정당의 활동을 보장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거대양당이 위성정당을 탄생시키고 양당체제를 더욱 강화시킨 꼴이 됐습니다. 도입취지가 무색해진 상황인 만큼 사회적 공론화 과정과 여야 합의를 거쳐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현행 사전투표제도가 자칫 관권, 금권, 동원선거를 강화할 수 있다는 허점을 발견했고 이 부분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전투표는 본 선거일에 불가피하게 투표하지 못하는 경우를 고려해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처음엔 그런 취지로 운영됐는데, 이제는 애초에 사전투표 기간에 유권자를 ‘실어나르는’ 관권·동원선거, 금권선거를 시도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농촌지역이 그렇습니다. 지난 지방선거 때도 지역사회에서 문제 제기가 됐고 단체장 선거에서 신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우리 지역을 포함해 일부 지역에서 사전투표율이 본 투표율보다 높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본격 선거운동에 들어가자마자 후보들의 공약 비교도 어려운 상황에서 투표에 들어가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선거법을 바꿔 사전투표일을 하루 정도만으로 보완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 선거 전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였는데, 최근에 인상깊게 읽었던 책이 있다면?
“선거 전 2∼3개월부터는 전혀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단지 틈틈이 법정스님의 ‘무소유’와 수필집 ‘산에는 꽃이 피네’, ‘영혼의 모음’ 등을 세파 속에서 시달렸던 마음을 내려놓기 위해서 20∼30분씩 읽곤 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지역 유권자들에게 당부하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를 선택해주신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약속을 지키고 지역의 발전과 화합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더 뛰는 의정활동을 펼치겠습니다. 지역발전과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시·군민께서 보란 듯이 자랑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용호 당선자는?
전북 남원에서 1960년 출생했으며 전주고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경향신문 기자로 15년을 지내다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한 1998년 총리실로 자리를 옮겨 6년 가까이 정책·공보 비서관을 지냈다. 국회사무처 홍보기획관을 맡기도 했다.
2004년 남원·순창 지역에서 국회의원에 처음으로 도전했으나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쓰나미가 몰아닥쳐 낙선했고 2010년 남원시장과 2012년 남원·순창 국회의원선거 경선 등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2016년 20대 남원·임실·순창 총선에서 국민의당 후보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20대 국회에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행정안전위원회 위원, 안전행정위원회 위원, 운영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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