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언어 해석·불로불사·시공간 초월까지…SF에나 나올 법한 과제 몰입 중인 학자들 적잖아
#동물의 말 알아듣는 미래 올까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박새. 이 작은 새가 ‘지-카-지-카’하고 우는 소리는 “주변에 천적 뱀이 있음을 동료 박새에게 전하는 말”이라고 한다. “혹시 지어낸 이야기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도 있을 터. 하지만 ‘동물언어에 관한 연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과학자들이 도전하는 분야로, 연구 결과물도 제법 많다.
미국 노던애리조나대학의 콘 슬로보치코프 명예교수도 그중 한 명이다. 콘 교수는 1980년대부터 다람쥐과 동물인 프레리독 언어를 연구해오고 있다. 프레리독(Prairie dog)은 우는 소리가 개와 비슷하다고 해서 ‘초원의 개’라는 뜻으로 이름이 지어졌다. 콘 교수에 따르면 “프레리독의 언어 능력은 이제껏 입증된 다른 동물들의 언어보다 정교하다”고 한다.
동물언어를 해독하는 연구가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언어능력이 다른 동물보다 정교한 ‘프레리독’.
가령 프레리독은 노란 셔츠를 입은 키 큰 사람과 녹색 셔츠를 입은 키 작은 사람을 각기 구분하는 어휘를 갖고 있다. 교수가 발견한 프레리독의 어휘만 50개가 넘는다. 현재 “콘 교수는 줄링궈(Zoolingua)라는 기업을 설립해 동물의 소리와 표정, 움직임을 번역하는 도구를 개발하는 데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도 고릴라, 까마귀, 돌고래 등의 동물언어를 해독하는 연구가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연구의 최종목표는 대부분 ‘번역기를 통한 인간과 동물의 원활한 의사소통’이다. 일본의 동물행동학자 스즈키 도시타카는 “앞으로 인공지능(AI)과 음성인식 기술이 더욱 발달하면 동물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제대로 청취할 수 있고 동시에 AI로 음성을 재현할 수 있는 동물어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만약 동물의 말을 알아듣게 될 경우 어떤 이점이 있을까. 우선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서 이들의 생각을 더 이상 추측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동물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기상 예측이나 자연재해 예지도 가능해진다. 인간보다 민감한 동물의 ‘육감’으로부터 얻게 될 정보는 의외로 많다. 일례로 ‘주변에 뱀이 있는지’를 박새의 울음소리로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불로불사 인생 과연 가능한가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우주여행을 떠나는 소년의 이야기 ‘은하철도 999’, 불새의 피를 마시면 영생의 삶을 얻게 된다는 만화 ‘불새’ 등 늙지 않고 죽지도 않는 ‘불로불사’는 SF 애니메이션의 인기 테마다. 그런데 ‘공상의 산물’이라고 여겨지던 이 분야를 진심으로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늘기 시작했다. 유전자공학과 생물공학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나타난 변화다.
미국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2013년 칼리코(Calico)를 설립했다. “인간의 수명을 늘리고 안 늙는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들은 무려 7억 5000만 달러(약 9265억 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칼리코의 설립 목표는 인간의 수명을 늘리고 늙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사진=칼리코 홈페이지
와타나베 마사타카 교수가 설립한 마인드인어디바이스는 사람의 의식을 기계로 업로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마인드인어디바이스 홈페이지
현대의 불로불사 연구에는 몇 가지 접근이 있다. 첫째는 초소형 기계 ‘나노머신’의 활용이다. 발상 자체는 오래됐다. 미국 과학자 에릭 드렉슬러가 1986년에 쓴 ‘창조의 엔진’이 출발점이다. 여기서 드렉슬러는 “원자 하나하나를 정밀도로 배치하고 화학반응을 유도해 큰 구조물을 만든다”는 나노 조립기계(분자 어셈블러) 개념을 제창했다.
이것이 발전하면 다음과 같은 미래가 기대된다. 가령 나노 크기의 로봇이 고성능의 인공장기를 만들거나 인체 세포를 보수하는 것이다. 마치 자동차 정비공처럼 손상된 세포를 수리한다. “정기적으로 나노머신을 체내에 투입, 노화된 부분을 보수하면 인간의 수명은 비약적으로 연장될 것”이라는 가설도 나온다.
‘애당초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다’고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은 걸려도 분자 어셈블러는 머지않아 실현된다”는 전문가들이 많다. 일본의 물질재료연구기구 아리가 가쓰히코 박사 또한 “드렉슬러가 제창한 ‘무엇이든 만드는 분자 어셈블러’에는 미치지 못해도 특정의 분자를 만들어내는 나노머신은 가까운 미래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둘째로 클론과 기억이전 기술을 조합해 수명을 연장하려는 시도도 있다. 쉽게 말해 “복제인간을 만들고 거기에 자신의 기억을 이식한다”는 것이다. 복제만 할 경우 일란성 쌍둥이와 다를 바 없다. 자기 자신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닛케이비즈니스’에 따르면 “기계로 의식을 이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연구자가 적지 않다”고 한다. 미국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 도쿄대학 와타나베 마사타카 교수가 대표적이다. 특히 와타나베 교수는 “20년 후쯤 사람의 의식을 기계에 업로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2018년 마인드인어디바이스(MinD in a Device)라는 회사도 설립했다. 2019년 3월에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회사 규모도 키웠다. 만화 속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불로불사. “생명의 유한성이라는 인류 최대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기초기술 연구가 이미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연구
SF 영화 ‘스타트렉’에서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우주를 이동하는 ‘워프 항법’이 등장한다. 정말 먼 미래엔 수백 광년씩 떨어진 까마득한 별나라도 여행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도 성실히 탐구하는 연구자들이 존재한다. 예컨대 미국의 비영리단체 ‘타우제로 재단’을 꼽을 수 있다. 재단의 목표는 태양계를 벗어난 우주여행의 실현이다. 도전하는 이유는 이러하다. “아무리 지구환경을 지키고, 인류의 초장수화를 실현해도 수십억 년 후에는 태양이 팽창해 지구를 삼킬 것으로 예측된다. 정말 그렇게 되었을 때 항성 간 이동하는 비행기술이 없다면 모두가 ‘파멸’이다.”
SF 영화 ‘스타트렉’에서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우주를 이동하는 ‘워프 항법’이 등장한다.
또한 공간뿐 아니라 시간을 초월하는 데 도전하는 이들도 많다. 이와 관련, 오사카공업대학의 신카이 히사아키 교수는 “이론적으로만 보면 시간여행의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시간여행에서 기본 개념은 아인슈타인이 1900년대 초에 발표한 상대성이론이다.
요컨대, 미래로 가는 이론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이동하는 속도가 빠를수록 시간이 느려지고, 빛의 속도에 가까워짐에 따라 시간은 제로에 가까워진다. 즉 초고속으로 이동하는 로켓 안에 있다가 지구로 귀환하면 미래가 된다. 로켓 내 시간에 비해 지구에서는 더 많은 시간이 경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어렵다. ‘인과율(원인이 먼저 있고 결과가 따른다)’을 대전제로 하는 물리학에서는 “원칙에 반하므로 이론상 가능하지 않다”며 회의적이다. 일각에서는 항성 간 비행기술의 열쇠인 ‘웜홀’을 활용하는 방법이 제안되기도 한다. 웜홀은 쉽게 말해 ‘시공간을 이어주는 우주의 지름길’이다. 그러나 가설일 뿐 실제로 관측된 적은 없다.
신카이 교수는 “웜홀은 수학적으로 존재할 수 있지만 아무도 그 존재를 확인한 적이 없다”면서 “만약 존재한다 해도 계산상으로는 인간이 통과하려고 하면 입구가 닫혀 버린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론적인 가능성을 찾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