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풍선효과’로 비규제 지역 분양가 치솟아…건설사들 “주변 시세와 정책 방향 따라 책정”
4월 28일 경기도 고양시는 도시개발구역 내 공공택지에서 더 이상의 고분양가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토교통부 및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공공택지 공급방안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덕은 도시개발구역 내 고분양가 논란에 대한 조치다.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에 DMC리버파크자이, 리버포레자이 견본주택이 개관해 시민들이 견본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4월 24일 DMC리버파크자이와 DMC리버포레자이의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본격적인 분양에 나선 GS건설은 고분양가라는 지적을 받았다. DMC리버파크자이, DMC리버포레자이의 3.3㎡(약 1평)당 분양가는 각각 2583만 원, 2630만 원이다. 이는 서울 지역 분양가보다 높고 지난해 같은 덕은지구에서 분양한 곳과 비교해도 껑충 뛴 가격이다. 지난해 분양한 덕은중흥S클래스, 덕은대방노블랜드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800만 원이다.
고분양가 논란은 비규제 지역에서 빈번하게 불거지고 있다. 실제 일부 비규제 지역은 역대 최고 분양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정부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비규제 지역은 규제 지역보다 청약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대출 규제로부터 자유롭고 전매까지 가능하다.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 수요자까지 몰리고 있다. 건설사가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 있는 이유다.
비규제 지역이면서 서울과 인접한 인천·경기의 분양가는 더 심하다. 지난 3월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는 3.3㎡당 평균 2230만 원에 청약을 진행했다. 지난 2월 수원 팔당이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되기 전 청약을 시작한 ‘매교역 푸르지오 SK뷰’는 1810만 원의 분양가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킨 힐스테이트푸르지오수원과 비교해도 100만 원 더 높은 가격이다. 비규제 지역인 전북도 역대 최고 분양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포레나 전주 에코시티’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976만 원으로 전북지역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고분양가 흐름 속에서 해당 지역 전체 평균 분양가도 가파르게 상승하게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3월까지 인천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405만 8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67% 상승했다. 전북지역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 역시 3.3㎡당 891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8.79% 상승했다. 전주의 경우 3.3㎡ 당 900만 원을 넘어섰다.
분양가가 치솟고 있지만 청약 열기는 뜨겁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 1년간(2019년 3월 10일~2020년 3월 10일)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1순위 청약자가 1만 명 이상 몰린 단지가 총 68곳인데, 비규제 지역이 47개(70%)를 차지했다.
최성락 리얼투데이 과장은 “규제 지역은 청약 문턱이 높아서 비규제 지역인 인천·경기로 몰리고 있는데 이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규제 지역에선 30대가 청약 당첨되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고 자금 조달까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택지 분양가는 공공택지나 규제 지역처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재건축 조합, 시공사가 결정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인 해당 건설사는 분양가 책정이 적절했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비규제 영향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주변 시세와 정부의 정책 방향대로 책정했기에 분양가가 높다는 것은 맞지 않다”며 “실수요자가 분양시장에서 대다수를 점하고 있고 분양가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청약이 인기리에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관계자 역시 “지자체와 주택보증공사가 주변 시세를 고려해서 적정 분양가를 정하는 것으로 시행사가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며 “청약 경쟁률이 높은 걸 보면 분양가가 높았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