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네 차례 총선 뒤 세 차례 집값 상승…대선 앞두고 공공주택 공급 등 주거복지 강화 가능성
20대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압승을 거둔 가운데 집값과 부동산 정책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노원구 일대의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4번의 총선 그 후…3번은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03년 12월 월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에 대한 공식 집계가 시작된 이래 총 네 차례의 총선(17·18·19·20대)이 있었다. 서울의 경우 19대 총선을 제외하고 다른 세 번의 선거에서 아파트값이 뚜렷하게 올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2003년 분양권 전매금지, 종합부동산세 도입, 투기지역 담보인정비율(LTV) 하향(50%→40%) 등의 규제에도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열렸던 17대 총선에서는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탄핵 역풍’ 속에 152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2004년 잠시 주춤했던 집값은 다시 뛰어 올라 2005년 그 유명한 8·13대책이 나온다.
내용을 보면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 하향 조정 △1가구 2주택 실거래가 과세 △재건축 분양권에 보유세 부과 등 지금은 익숙해진 내용이었지만 당시에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 정책이다. 기반시설부담금제 도입 등도 포함됐다.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2005년 8.53% 상승한 서울 아파트값은 2006년 24.46% 폭등했다.
2008년에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여 만에 18대 총선이 열렸다. 당시 한나라당은 ‘뉴타운 개발’ 공약을 쏟아내면서 153석을 확보, 통합민주당(81석)을 압도했다. 총선 결과는 집값 폭등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며 4월에만 서울 아파트값이 2.50% 올랐다.
21세기 들어 총선 이후 집값이 오르지 않은 유일한 때는 2012년 19대 때다. 정책 영향이라기보다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 여파가 부동산 시장까지 전해지면서 뉴타운 사업 좌초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새누리당이 152석으로 1당을 차지하긴 했지만 수도권 의석은 43석에 그치며 4년 전(81석) 대비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는 점이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이른바 ‘초이노믹스’라는 부동산 주도 경기부양책을 펼친다. 노무현 정부 때 규제가 대부분 풀리고,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다.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은 제대로 집값 상승을 자극했다. 2015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전세대란’이 터졌고, 2016년 20대 총선에서 결국 야당인 민주당에 제1당을 내어준다.
#이번 총선은 Again 2003?
집값 급등 속에서도 코로나19 ‘덕’에 여권이 승리한 이번 총선은 언뜻 2003년과 비슷한 상황이다. 집값을 잡으려는 청와대와 정부의 의지는 오히려 그떄보다 더 강하다. 하지만 쓸 수 있는 카드를 대부분 사용했고, 이제는 2022년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만큼 규제보다는 주거복지 강화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매물 유도를 위해 6월 말까지는 다주택자가 조정대상 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양도할 경우 양도세 중과 배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한다. 최근 호가가 하락한 매물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특례 기간이 지나면 다시 매물이 실종될 가능성이 크다.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매도자에 대한 혜택뿐 아니라 실수요 매수자를 위한 대책이 나올 수 있다.
이번 총선 승리의 주역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4월 2일 한 토론회에서 “1가구 1주택 실수요자, 그리고 그분들이 뾰족한 소득이 없는 경우에 현실을 감안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강남3구 등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 10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소득 여부를 떠나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감면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또 정부가 추진 중인 3기 신도시 등을 활용해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을 대거 공급(10만 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전 총리가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만큼 당·정·청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서울 강남권에는 여야 모두 재건축 규제완화를 강조했지만, 야권의 참패로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집값을 잡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한 데다, 이낙연 전 총리가 종부세 기준 완화 카드를 사용하는 마당에 서울과 강남이 큰 수혜를 입을 재건축 규제 완화까지 풀 경우, 현 정부 정책 기조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이번 총선에서 강남에 출마한 여권 후보들도 재건축 규제 완화보다는 현재의 규제 틀 안에서 ‘디테일’을 손보겠다는 소극적 접근에 그쳤다.
한편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 강도 역시 총선 이후 부동산 정책의 변수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도시의 주택 시장은 지난 몇 년간 철저히 소외돼 왔다. 경기침체로 이들 지역 경제상황이 더 악화되고, 미분양 물량 증가와 지방 건설사 경영악화 등의 문제가 불거진다면 이에 상응한 핀셋 정책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