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손혁의 키움 우승 노려볼 만” 장 “허문회의 롯데 5강 갈 수도”…“허삼영의 삼성, 오승환 복귀까지 버텨야” 한 목소리
허구연, 장성호 해설위원은 신임 감독이 이끄는 4팀 중 이정후 등 스타들을 앞세운 히어로즈를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KBO 리그는 올 시즌 4명의 신임 감독이 첫 선을 보인다. 외국인 감독도 있고, 현장 지도 경험이 전무한 초보 감독도 눈에 띈다. 허구연(MBC스포츠), 장성호(KBSN스포츠) 해설위원을 통해 4명의 신임 감독이 이끄는 4팀의 전력 분석과 함께 KBO 리그 판도를 살펴본다.
#강력한 우승 후보, 키움 히어로즈
허구연 위원은 신임 감독이 이끄는 4팀 중 가장 전력이 좋은 팀으로 키움 히어로즈를 꼽았다.
“키움의 전력이 의외로 강하다. 올 시즌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무엇보다 김하성이 팀에 있을 때 우승을 노려야 한다. 리그 최고의 마무리인 조상우가 버티고 있고 토종 선발 최원태가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준다면 탄탄한 전력을 뽐낼 수 있을 것이다.”
우승을 향한 키움의 레이스에서 걸림돌을 꼽아 달라는 요구에 허 위원은 초보 감독인 손혁이 우승에 대한 부담을 어떻게 안고 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키움은 어느 때보다 시즌 초반 성적이 중요하다. 만약 시즌 초반 승기를 잡지 못한다면 팬들 사이에서는 ‘장정석’이라는 전임 감독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손혁 감독은 더 큰 부담을 안게 된다. 제리 샌즈의 대체자인 테일러 모터의 타격감 회복도 시급하다. 야구는 수비로만 하는 게 아니지 않나. 모터가 샌즈의 역할을 어느 정도 해줄지도 관심있게 봐야 할 것이다.”
장성호 위원은 손혁 감독의 야수 운영에 주목했다.
“키움의 전력은 의외로 흔들림이 없다. 특히 마운드는 10개 팀 중 최고의 전력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손혁 감독은 투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지도자다. 손 감독이 키움을 맡은 후 마운드가 더 탄탄하게 형성돼 있다. 문제는 야수 쪽이다. 투수 출신 지도자들이 야수 운영에 어려움을 느끼는 편인데 손 감독이 시즌 중 작전을 쓰거나 대타 기용하는 타이밍, 경기를 읽는 능력과 시야, 역량을 어느 정도 보여주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장 위원은 “키움은 감독이 변수”라고 강조했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맷 윌리엄스 감독의 KIA 부임에 “가슴에 설렌다”는 표현을 남겼다. 사진=연합뉴스
#KIA 타이거즈, 늦은 개막은 맷 윌리엄스 감독에게 ‘득’
허구연 위원은 메이저리그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맷 윌리엄스가 KIA 타이거즈 사령탑에 선임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설렜다고 회상한다.
“그렇게 유명한 선수 출신을 KBO 리그에서 보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역대급 MLB 스타플레이어 출신이 KIA 감독을 맡게 돼 야구인으로서 보람도 느낀다. 먼저 맷 윌리엄스 감독한테는 시즌 개막이 늦어진 부분이 다행이었을 것이다. 그 시간 동안 한국 야구의 문화를, 선수들의 특징들을 파악할 수 있었을 테니까. 윌리엄스 감독한테는 경기하면서 얻은 것보다 개막 지연으로 얻은 부분이 더 크다고 본다. KIA는 윌리엄스 감독을 영입하면서 야구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운명을 맞이했다. 데이터 야구를 선호하는 감독의 특성에 맞게 구단이 어떤 행보로 발을 맞춰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KIA의 전력이 감독의 명성만큼 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양현종 카드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전체적인 전력이 약화돼 보인다. KIA가 돌풍을 일으키려면 최형우, 나지완, 그리고 외국인 타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장성호 위원도 올 시즌 KIA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진단했다. 윌리엄스 감독이 3년을 내다보고 새 판을 짰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뎁스가 약하다는 게 문제점이 될 수 있다는 것.
“KIA는 마운드가 문제가 아니다 야수를 살펴보면 과연 한 시즌을 치를 정도의 뎁스가 돼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나지완, 김주찬, 최형우는 30대 중반의 베테랑들이다. 박찬호, 최원준 등이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다른 팀 주전 라인업과 견줘봤을 때 KIA 라인업은 현저히 떨어진다. 윌리엄스 감독이 KIA와 3년 계약을 맺은 만큼 당장 올 시즌 성적보다는 신진급 선수들을 성장시키고 전력을 강화시키면서 내년, 내후년의 성적을 향해 팀을 이끌어가는 게 중요할 것이다. 팬들에게 보여주는 야구를 위해 팀 운영을 서두를 경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본다.”
#롯데 자이언츠, 감독과 단장의 ‘합’이 중요
허문회 감독과 성민규 단장의 조합은 올 시즌 KBO 리그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허 위원은 “롯데는 모든 면에서 판을 뒤집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점에서의 허문회 감독의 특성은 롯데 운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허 감독은 상당히 침착하고 차분하면서 분석과 소통의 대가다. 팀의 울퉁불퉁한 요소들을 잘 조율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롯데는 지난 시즌 꼴찌팀이다. 초보 감독으로서는 부담을 내려놓고 시작할 수도 있다. 단, 롯데의 마운드가 약하다고 보는데 그 마운드를 어떻게 운영할지, 그리고 미국인 코치들이 한국 야구의 특성을 어느 정도 파악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알려진 대로 애드리안 샘슨이 가족 문제로 시즌 앞두고 미국으로 떠났다. 팀의 선발 투수의 부재는 아무리 준비를 잘해온 팀이라고 해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성호 위원은 ‘미국통’인 성민규 단장과 메이저리그 야구를 좋아하는 허문회 감독한테 기대가 크다고 입을 열었다.
“허 감독은 선수들에게 모든 걸 맡기는 스타일이다. 자유분방하면서도 뒤에서 지켜보는 역할을 선호한다. 그런 부분이 패배 의식에 젖어있는 롯데 선수들과 잘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허 감독은 성적이 부진하다고 해서 선수들을 압박하거나 부담을 주지 않는다. 선수 스스로 깨우치고 일어서길 바라는 편이다. 그런 감독의 특징을 선수들이 잘 따라간다면 롯데는 올해 5강 싸움도 벌일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새로 영입돼 온 안치용, 지성준의 역할이 눈에 띈다. 롯데의 가장 큰 불안 요소는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샘슨이다. 앞으로 30~40일 정도는 샘슨의 등판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 선발 자원이 녹록지 않은 롯데에서 과연 어느 누가 그 자리를 메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편 장성호 위원은 팀의 어려운 상황에도 애드리안 샘슨을 미국의 가족 품으로 보낸 롯데의 결정에 찬사를 보냈다. 병세가 깊은 아버지를 직접 만나고 오라고 배려한 부분은 앞으로 KBO 리그가 가야 할 방향과 맞닿아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허 위원은 시즌 중반 돌아올 오승환에 대해 “삼성의 응원군”이라고 평가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 전력분석 큰 도움
허 위원은 삼성 라이온즈를 올 시즌 ‘돌풍의 팀’으로 꼽았다. 허삼영 감독이 지도자 경험이 전무하지만 전력분석팀을 이끌며 선수단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시각이 감독으로 팀을 이끄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봤다.
“허 감독이 경쟁 구도를 잘 활용하는 것 같다. 선수의 이름값에 기대지 않고 선수 발굴을 통해 뉴 페이스에게 기회를 주다 보면 기존 선수들이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삼성의 응원군은 오승환이다(지난해 8월 삼성에 복귀한 오승환은 KBO로부터 받은 징계 72경기 중 42경기를 소화했고 남은 30경기 징계 소화하면 복귀 가능). 오승환이 복귀할 때까지 삼성이 5위권에서 멀어지지 않는다면 이후 치고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발이 약한 게 단점이지만 장필준, 우규민을 중간계투로 활용하면서 (투수) 물량 공세로 풀어간다면 삼성은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될 것이다.”
장성호 위원도 허 위원과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허 감독이 기존의 주전 라인업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면서 선수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 특히 오승환의 존재는 삼성 전력에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삼성의 화두는 ‘오승환 복귀 때까지 어떻게 버티느냐’가 될 전망이다.
어려운 상황이라는 전제하에 허 위원은 올 시즌 KBO 리그를 ‘계산이 되는 팀’과 ‘계산이 안 되는 팀’으로 분류했다. 허 위원은 “외국인선수의 활약을 제외한다면 올 시즌에는 두산, 키움, NC, LG가 안정권에 들어 있고 나머지 팀들은 모두 불안요소가 많은 편”이라고 꼽았다. 장 위원은 올 시즌 5강 판도를 ‘두산, 키움, LG, NC, KT’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허구연·장성호 “눈여겨볼 팀은 LG 트윈스” 5강에 들어갈 팀으로 꼽히는 다른 팀들의 전력도 살펴봤다. 먼저 두산 베어스에 대해 허구연 위원은 “탄탄한 선발 자원과 열정 넘치는 기존 선수들, 그리고 강한 뎁스가 두산이 강팀으로 가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장성호 위원은 두산의 크리스 플렉센의 존재가 조쉬 린드블럼의 공백을 잊게 만들 것 같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플렉센이 미국에서는 제구가 좋은 편이 아니었는데 두산에서는 구위도 좋고, 다양한 변화구를 통해 타자를 상대하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라울 알칸타라, 이영하, 유희관 등이 버티고 있는 두산 마운드는 강팀의 조건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광현과 산체스가 떠난 SK 와이번스의 전력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장 위원은 “야수진의 변화도 없는 상태에서 유격수, 2루수 키스톤 콤비를 바꾸는 시도가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면서 “SK는 올 시즌 5강 진입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허 위원과 장 위원은 모두 올 시즌 LG 트윈스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허 위원은 “1, 2년 사이에 가장 많은 변화를 이룬 팀이 LG”라면서 “가장 긍정적인 부분은 뎁스 강화”라고 평가했다. “현재 LG 전력을 보면 모든 포지션이 치열한 경쟁 구도로 가고 있다. 더욱이 화려한 외야진들이 눈에 띈다. 김현수, 이천웅, 이형종 등은 어깨가 좋은 선수들이다. 고우석이 지난 시즌처럼 마무리 역할을 해준다면 LG는 우승을 노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팀이 될 것이다.” 장 위원은 자신 있게 LG를 우승 후보로 꼽았다.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LG는 외국인 투수를 포함해 1, 2, 3선발이 가장 뛰어난 팀이다. 송은범, 임찬규가 4, 5선발을 맡아준다면 더욱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정근우가 합류하면서 내야가 탄탄해졌다. 류중일 감독의 리더십이 선수들과 절묘한 호흡을 보인다면 LG가 우승을 목표로 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허 위원은 NC의 외국인 투수인 마이크 라이트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설명했고, 장 위원은 올 시즌 1루수로 전향한 강백호의 활약에 기대를 나타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