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몸과 마음을 따스하게 안아주는 초록빛 우주가 담긴 화가의 정원 등 펼쳐져
[경남=일요신문] 김희준 기자 = 김해문화의전당 영상미디어센터는 2020년 5월의 영화로 ‘모리의 정원’을 상영한다. ‘모리의 정원’은 30년 동안 외출하지 않은 화가 구마가이 모리카즈가 집으로 찾아오는 뜻밖의 손님들을 마주하며 정원의 평화를 지키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구마가이 모리카즈는 창작활동보다는 30여 년 동안이나 작은 정원이 딸린 자신의 집을 떠나지 않고 살아가는‘기행(奇行)’으로 더욱 유명하다. 하루 종일 작은 정원에서 곤충, 풀, 흙, 물과 대화하고 연못 속 송사리들을 돌보며 소일하는 그를 가리켜 주변에서는 “요괴 아니면 신선”이라고 말한다.
배가 고프면 아내 히데코가 해주는 밥을 먹고, 정원 속 다양한 생물들과 대화하다가 지치면 그 자리에서 누워 잠을 잔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그의 일상에 어느 날 인근 아파트 공사장 인부들이 그의 집을 찾아오면서 작은 변화가 일어난다.
인부들은 그에게 아파트 공사를 반대하는 환경단체에게 항의운동을 그만하도록 설득해 달라고 한다. 환경단체 사람들은 아파트가 들어서면 모리카즈의 집에 내리쬐는 햇빛을 가려 정원이 파괴된다고 우려한다. 모리카즈는 인부 중 한 명에게 미술 강습을 해주고, 아내 히데코는 인부들에게 밥과 술을 대접한다.
영화 ‘모리의 정원’은 ‘남극의 쉐프’ ‘요노스케 이야기’ ‘딱따구리와 비’ 등으로 국내에 알려진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신작이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늙은 화가 모리카즈의 욕심 없는 소소한 삶을 통해 사리사욕을 좇는 현대인들에게 물음표와 쉼표를 던진다.
탐욕스러운 인간 세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원 속 생물들과 조용히 교감하는 화가의 일상은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잔잔한 연출로 스크린에 그려진다.
‘모리의 정원’은 오는 13일부터 29일까지 매주 수, 목, 금요일 총 9회 상영되며, 자세한 일정은 김해문화의전당 영상미디어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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