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친형 “동생이 코뼈 부러진 상태서 또 폭행당해”…심씨 “내가 한 짓 아냐”
스스로 목숨을 거둔 경비원 최 씨와 최 씨를 폭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입주민 심 아무개 씨가 이중 주차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사진=해당 아파트 CCTV 캡처
반면 경비원 최 씨의 친형은 동생이 코뼈가 부러진 상태에서도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최 씨 친형은 “동생은 4월 27일 입주민 심 씨에게 폭행을 당해 코뼈가 부러졌다. 동생은 퉁퉁 부은 코를 부여잡고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출근을 계속했다. 심 씨는 5월 3일 코뼈가 부러진 동생을 또다시 폭행했다”고 말했다.
#이중 주차로 마찰, CCTV 없는 경비실서 첫 폭행
아파트 경비원 최 씨와 입주민 심 씨가 이중 주차를 두고 첫 마찰이 생긴 건 4월 21일이다. 최 씨는 차량 이동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이중 주차돼 있던 심 씨의 차를 이동시켰다. 이를 본 심 씨는 최 씨에게 자신의 차에 손을 대지 말라고 했고 최 씨가 다시 차량을 이동시키자 시비가 붙었다고 전해진다.
경비원 최 씨가 심 씨에게 폭행당했다고 알려진 경비실 안에 위치한 화장실. 사진=이종현 기자
최 씨의 친형은 이날 첫 폭행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CCTV 영상을 보면 심 씨가 자신의 차 주변에서 최 씨와 실랑이를 하다 최 씨를 어디론가 끌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최 씨 친형은 이때 동생이 심 씨에게 CCTV가 없는 경비실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아침 6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24시간 격일 근무를 하던 최 씨는 일이 끝나고 식당을 운영하는 친형을 찾아 폭행당했다고 하소연했다. 심 씨는 최 씨에게 폭행, 폭언과 함께 사직을 종용했다고 전해진다. 또 당시 관리소장에게 가서 최 씨를 자르라고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최 씨 친형은 “동생이 경찰에 신고한다는 걸 내가 ‘딸을 생각하라’며 만류했기 때문에 생생하게 기억한다”며 “경비실에서 맞았다고 하더라. 폭행이 다가 아니라 ‘X신 같은 놈아 갈 데가 그렇게 없느냐’는 등 심한 모욕을 당했다”고 전했다.
#“코뼈 부러졌는데 또 폭행” vs “내가 한 일 아냐”
최 씨 친형에 따르면 최 씨를 향한 심 씨의 폭행과 폭언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최 씨 친형은 “심 씨가 아파트를 들어올 때와 나갈 때마다 ‘이 XX, 아직도 사표 안 냈네. 동생들 10명 풀어서 산매장을 시켜줄까? 100대 맞자’ 등의 지속적인 폭언을 했다. 동생이 굉장히 힘들어했다. 한번은 동생이 ‘사장님, 나도 두 딸이 있습니다. 여기서 일 안 하면 갈 곳이 없다’며 이러지 말자고 타일렀으나 심 씨가 ‘한번 시작하면 니가 죽든 내가 죽든 끝장을 본다’고 말해서 동생이 절망했었다”고 설명했다.
경비원 최의 친형에 따르면 최 씨는 4월 27일 입주민 심 씨에게 폭행을 당해 코뼈가 부러졌다. 사진은 최 씨가 받은 상해진단서. 사진=경비원 최 씨 친형 제공
4월 27일 경비원 최 씨는 코뼈가 부러지는 상해를 입었다. 최 씨의 친형에 따르면 이날 밤 11시 40분쯤 최 씨가 경비실에 붙어있는 화장실에서 소변을 볼 때 심 씨가 들이닥쳐 “너 같은 놈은 오줌 눌 자격도 없다. 바지에 싸”라고 말하면서 최 씨를 폭행했다. 최 씨 친형의 주장대로라면 두 번째 폭행이었다.
최 씨 친형은 “동생이 근무가 끝나고 28일 아침에 와선 아파죽겠다면서 숨도 못 쉬겠다고 하더라. 뼈가 부러진 것처럼 코는 퉁퉁 붓고 코에서 으적으적 소리가 났다”고 전했다.
최 씨는 퉁퉁 부은 코를 부여잡고 출근을 했다. 그리고 5월 3일 세 번째 폭행이 있었다는 게 최 씨 친형의 주장이다. 최 씨 친형은 “퉁퉁 부은 코를 심 씨가 또 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이런 유가족의 주장에 대해 심 씨는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결코 내가 한 일이 아니다. 5월 3일은 오히려 내가 폭행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입주민 “2000만 원 배상해라” 지속 압박
입주민 심 씨가 쌍방폭행을 주장하며 경비원 최 씨에게 보낸 후유장해진단서. 하지만 진단서를 발급 받은 날짜는 2019년 8월이다. 사진=경비원 최 씨 친형 제공
아파트 주민들은 코뼈가 부러진 최 씨가 치료받을 수 있게 근처 병원에 입원을 시켰다. 한 주민은 사건 당일 병실에서 최 씨가 진정할 수 있게 밤새워 곁을 지켰다. 주민들은 최 씨를 보호하기 위해 변호사 자문도 구하고, 5월 5일 오후 4시 주민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최 씨가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심 씨의 압박은 계속됐다.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 사건이 공론화되자 심 씨는 명예훼손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 심 씨는 문자메시지에서 최 씨에 폭행을 당해 자신도 상해를 입었고 장해진단서까지 받았으니 수술비만 2000만 원을 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심 씨가 보낸 후유장해진단서를 자세히 보면 지난해 8월 교통사고로 받은 진단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심 씨는 최 씨가 술에 취해 소동을 벌인 것을 두고 “계속 술 먹고 횡포 부리면 형량도 늘고 염증들이 뇌까지 가서 더 XX이 될 수 있다”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최 씨 친형은 “동생이 사실 사회 생활하기엔 1~2% 모자란 부분이 있었다. 일반 사람들에겐 별일 아닐 수도 있는데, 동생은 그 상황에서 심한 압박감을 느꼈던 것 같다. 동생은 정말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듣고 싶어 했던 게 다였다. 동생에게 참으라고 만류한 내가 후회스럽다”고 전했다.
입주민 심 아무개 씨가 최 씨 형에게 보낸 문자 내용. 심 씨는 이와 같은 내용을 최 씨에게도 보냈다고 전해진다. 사진=경비원 최 씨 친형 제공
#주민들 “출근하는 내 옷 더러워질까 걱정해주던 분”
경비원 최 씨는 10일 새벽 자신의 집으로 와 스스로 숨을 끊었다. 생일을 2주일가량 앞두고서였다. 최 씨가 숨진 채로 발견되자 최 씨가 일하던 아파트 주민들은 분노했다. 11일 오후 7시 아파트 주민 70여 명이 모여 최 씨를 기리는 추모제를 열었다. 주민들 대부분은 최 씨를 ‘법 없이도 살 사람’, ‘항상 웃으면서 인사하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해주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아파트 주민인 송민찬 씨(37)는 “아침에 출근할 때 이중 주차된 차를 밀어야 할 때 최 씨가 와선 내 옷이 더러워진다고 나더러 차에 타라고 했다. 내가 운전석에 앉으면 뒤에서 대신 차를 밀어주던 분”이라며 “고인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겠다”고 말했다.
최 씨가 일하던 아파트 입주민들은 11일 고인을 기리는 추모제를 열었다. 사진=이종현 기자
일요신문은 심 씨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그는 자신이 한 짓이 아니라며 더 이상의 말은 아꼈다. 심 씨는 “할 말은 변호사에게 한 상황이다. 언론의 건수 올리기 식의 오보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폭행 장면이 담긴 CCTV와 목격자 진술, 경비원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경비원 최 씨를 폭행했다고 알려진 심 씨를 출국금지하고 곧 소환해 관련 혐의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