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스트’ 초능력 수사관 역 통쾌함 선사…아역 출신 이세영과 합 맞춰 ‘둘이 합치면 경력 40년’
보기만 해도 ‘잘 컸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배우 유승호(27)는 국민 남동생을 지나 어엿한 ‘대선배’ 성인연기자로 성공적인 자리매김을 했다. 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제공
“‘메모리스트’는 제가 처음 도전하는 장르여서 많은 걱정을 안고 시작했어요. 드라마 시작 전부터는 맨몸 액션도 연습하게 됐죠. 아무래도 역할이 경찰이다 보니 겉으로 보이는 모습까지 신경을 쓰게 됐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도 끝나고 나니 시원섭섭하네요(웃음). 이번 작품을 하면서 이런 류의 장르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장르는 스릴러나 공포 쪽인데,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부산행’ 같은 영화에도 참여해 보고 싶습니다.”
웹툰으로 먼저 작품을 접한 뒤 동백에게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됐다는 그는 드라마가 끝난 지금까지도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못했다. 세상 어디에도 없을 ‘통쾌함’은 ‘메모리스트’와 ‘동백’, 그리고 유승호를 관통하는 키워드이기도 했다.
“처음 웹툰을 봤을 때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동백의 캐릭터에도 굉장히 끌렸어요. 특히 동백이의 통쾌한 모습이 너무 좋더라고요. 현실이라면 불가능할 법한 일들을 해내는 모습, 범죄자들을 직접 때려눕히고 정의를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화끈함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 모습들을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분들께 전해드리면서 통쾌함을 맛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그러나 초능력을 가진 경찰이라는 특이한 설정만큼, 이 캐릭터를 ‘현실’처럼 그려내는 것은 아무리 수십 년(?)의 연기 경력을 쌓아온 유승호라 해도 어려움을 겪었을 법했다. 아역 시절 마법세계를 누비기도 하고, 조선시대 왕세자에서 절대기억력을 가진 변호사까지. 안 해 본 역할보다 해 본 역할이 더 많을 그에게 ‘동백’ 역을 맡으며 가장 먼저 꼽은 난관은 ‘액션’이었다고 했다. 앞선 작품에서도 합을 맞춘 액션 신이 더러 있었지만 맨몸으로 액션 신에 곧바로 들어서는 건 베테랑인 유승호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고.
tvN 수목드라마 ‘메모리스트’에서 유승호는 초능력수사관 동백 역을 맡았다. 그에게 있어 난관은 ‘맨몸 액션’이었다. 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제공
어렸을 때 이야기가 언급되면 다시 한 번 유승호의 아역 시절을 떠올릴 대중들도 많을 것이다. 특히 ‘메모리스트’에서는 같은 아역 배우 출신의 이세영이 상대역인 엘리트 프로파일러 ‘한선미’로 등장해 ‘잘 큰 친구들’의 완벽한 합을 보인 바 있다. 이세영은 1997년 MBC 아동 프로그램 ‘뽀뽀뽀’로 데뷔, 유승호보다 3년 선배다. 이들의 데뷔 후 전체 연기경력을 합하면 40년을 훌쩍 넘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배우계 ‘대선배님들’인 셈이다.
그들에게 있어 아역 시절은 지금의 자신을 만든 든든한 토대이지만, 한편으론 그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어둡고 눅눅한 이야기도 있을 법했다. 유승호는 촬영 현장이 늘 아역들을 존중할 수 있는 현장으로 남도록 애쓰는 배우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지금은 당연하다고 여겨질 일들이 자리 잡는 데에는 유승호와 같은 아역 출신 배우들의 경험과 그에 따른 솔선수범이 든든한 한몫을 했다.
“아역 시절엔 모든 아역배우들이 강요받았던 공식(?)과 같은 연기들이 있었어요. 예를 들면, 놀랄 때 일부러 들숨을 크게 들이쉬는 오버스러운 연기 같은 것들이죠. 사실 이제는 장난치면서 얘기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웃음). (이세영 씨와는) 아역 시절 때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참 많은 공감이 됐던 것 같아요. 성장하면서의 아픔도 함께 공유할 수 있었고요. 한편으로는 제가 예전부터 아역 이미지나 어려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연기를 해서 그런지 (동백 같은) 직업군에 자신이 없었어요. 뭘 해도 어려 보일 것이고, 안 어울리는 옷을 입은 걸로 보일 거야. 그런 생각이 많았어요. 하지만 ‘메모리스트’를 통해 그런 생각들을 제 스스로도 많이 무너뜨렸고, 주변에서도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앞으로 캐릭터를 선택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아역 시절을 거친 유승호는 지금의 아역배우들이 존중받는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는 배우로 꼽힌다. 사진=tvN ‘메모리스트’ 제공
2014년 군 제대 이후 쉴 새 없이 드라마 판을 달려온 유승호지만 스크린 나들이는 2016년에서 멈춰 있다. 다양한 장르극도 좋지만 좀 더 큰 화면에서 그를 보고 싶어 하는 팬들에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당분간은 아쉬움을 삼킨 채 TV 속 그를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SNS를 활발하게 하는 배우이기에 섭섭한 팬들의 마음을 충분히 달래줄 수 있을 것이란 게 그나마 긍정적인 측면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원래 예정돼 있던 영화에서도 하차하게 됐습니다. 지금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만 봐도 어떤 작품에 들어가는 게 쉽지 않을 듯 보입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당분간은 휴식을 취하며, 다음 작품을 천천히 준비하려고 해요. 다만 다음 작품이 영화가 될지, 드라마가 될지는 아직 상의중입니다. 기다려주세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