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소설 등 일본 문화에 깊은 관심…데뷔작 ‘신문기자’ 차기작 ‘블루아워’로 두 개의 주연상
심은경은 일본 영화계 데뷔작 ‘신문기자’로 제43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블루 아워’로 제34회 다카사키 영화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사진=일본 아카데미 시상식 트위터 캡처
심은경은 2003년 ‘대장금’ 아역으로 데뷔했다. 이후에도 하지원 이지아 김지수 등 스타급 여배우들의 아역 시절을 연기했다. 2008년엔 한 CF에서 서태지에게 “아저씨 누구세요?”라고 묻는 역할로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역배우 시절을 거쳐 충무로에서 주연급 배우로 거듭난 것은 2009년 개봉한 ‘불신지옥’부터다. 신들린 소녀 역할을 맡아 빼어난 연기력을 선보였다. 같은 해 MBC 드라마 ‘태희혜교지현이’를 통해 서서히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후 2011년 ‘써니’를 통해 스타덤에 올라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 2014년 ‘수상한 그녀’ 등에 출연하며 비슷한 연령대 여배우 가운데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게 된다. 현재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왕성히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tvN 드라마 ‘머니게임’에도 출연했다.
절정의 인기가도를 달리며 충무로에서 캐스팅 1순위에 이름을 올린 심은경이 갑자기 일본 영화계 진출을 결심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런 행보를 두고 영화계에선 그가 2010년 돌연 미국 유학을 결심했던 일을 보면 심은경이라는 배우를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2010년 9월 심은경은 미국 피츠버그로 유학을 떠난다. 이미 오랜 기간 유학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는 그는 피츠버그 소재의 고등학교를 거쳐 뉴욕의 ‘프로페셔널칠드런스쿨’(PCS)에 입학해 2013년 졸업했다.
2010년이면 심은경이 막 아역배우에서 주연급 성인배우로 변신하던 중요한 시기다. 그럼에도 심은경은 오랜 기간 준비한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그렇다고 아예 연기를 중단한 것은 아니다. 한국을 오가며 배우 활동을 이어간 심은경은 유학 시절 자신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써니’와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내놓는다. ‘광해’가 개봉할 때에도 심은경은 미국에 있었다. 당시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에서 ‘광해’ 두 번 봤어요. 제 연기에 대한 아쉬움에 조금 우울했어요”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3년여의 미국 유학을 마치고 2013년 한국으로 돌아온 심은경은 바로 촬영에 돌입해 2014년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수상한 그녀’를 내놓는다. 사진은 할매복장을 하고 ‘수상한 그녀’가 500만 관객 이상 동원하면 프리허그를 하겠다는 공약 지키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이종현 기자
2013년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심은경은 바로 촬영에 돌입했고 2014년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수상한 그녀’를 내놓는다. 이후 왕성한 연기 활동을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가고 있는 심은경은 다시 조용히 일본 진출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말처럼 평소 일본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게 가장 기본적인 이유가 됐다.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경험과 교양 등을 쌓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심은경은 책을 많이 읽는 배우로 잘 알려져 있다. 인터뷰 때마다 책을 좋아한다는 얘길 자주 한 심은경은 평소에는 동네 카페에서 독서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중학교 1학년 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이와이 슌지 감독의 작품을 통해 일본 영화에 매료된 뒤 일본 소설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미국 유학 때와 마찬가지로 심은경은 관심에서 그치지 않고 꾸준한 준비를 통해 실행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2017년 일본 매니지먼트사 유마니테와 전속계약을 맺고 일본 진출을 확정지었을 무렵 심은경은 일본 매체 스포츠호치 인터뷰에서 “일본 영화나 소설 등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어 줄곧 도전해 보고 싶었는데 좋은 연을 맺게 됐다”며 “일본만의 색채와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작품에서 연기해 보고 싶다”고 전했다. 평소 좋아하던 일본 영화에 직접 출연해 연기를 해보고 싶다던 심은경의 꿈은 일본 진출과 동시에 일본 영화계를 제패하는 낭보로 완성됐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