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피해자 직접 모집한 행동단원…‘커비’가 운영한 ‘링공방’서도 활동
5월 20일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코알라’는 ‘박사’ 조주빈, ‘갓갓’ 문형욱, ‘이기야’ 이원호 등과 다름없는 성착취 가해자다. 피해자 2명을 직접 물색한 것뿐만 아니라 이들로 하여금 강제로 성관계를 맺도록 지시했다. 강압적인 성관계 이후 텔레그램 내에서 이들의 성행위를 담은 영상이 돌아다닌 것으로 미뤄보아 성착취물 제작은 물론 유포 및 판매까지 행한 것으로 보인다.
1월 21일 조주빈과 문형욱의 대화 내용 가운데 비속어와 자극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재구성했다. 그래픽=김형미 디자이너
실제로 코알라가 피해자로 삼은 대상의 범위는 불특정 다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제보자에 따르면 코알라가 피해자를 물색한 장소는 트위터를 넘어 일반인들이 많은 대형 커뮤니티 등이었다고 한다. 그동안 문형욱이 트위터의 일탈계 미성년자를, 조주빈은 고액 알바를 미끼로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캐내 협박한 것보다 더욱 진화한 모습이다.
이에 대해 한 여성단체 활동가는 “‘피해자들이 당할 만해서 당했다’는 일부의 왜곡된 시선들이 있는데 대화방 내용을 살펴보면 ‘아이돌 팬 커뮤니티에서 피해자를 찾았다’ ‘해킹링크를 통해 찾았다’ ‘게임 커뮤니티에서 구했다’ 등의 내용이 나온다. 피해자를 탓하며 왜곡된 시선으로만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바라보기에는 그 범위가 너무 방대하다”고 말했다.
한편 코알라는 성착취물 제작뿐만 아니라 ‘링공방’, 이른바 링크공유방에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링공방은 성착취물 대화방으로 들어가는 허브 역할을 했던 곳으로 와치맨 전 아무개 씨(38)가 운영한 ‘고담방’과 운영체계가 유사하다. 성착취물 대화방 운영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링공방에 자신의 방으로 접속할 수 있는 링크를 올리며 호객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공유된 링크는 2만 개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9월 와치맨 전 씨가 검거되며 경쟁자가 사라지자 링공방의 기세는 더욱 높아졌다. 조주빈의 박사방이 유명세를 탄 시기도 이때다.
일요신문이 추적단 불꽃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9월 링공방 대화 내용을 복원해 살펴본 결과 코알라는 링공방에서 또 다른 성착취방 접속 주소를 묻는 등 활발히 활동한 것으로 보였다. 코알라가 한 가입자에게 “’검은방’ 링크를 달라”고 하자 가입자는 “공짜로는 줄 수 없다”고 답한다. 수많은 대화방에서 성착취물이 거래 수단의 하나로 쓰였던 것으로 미뤄보면 또 다른 성착취물을 요구한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해 9월 링공방에서 이뤄진 대화 내용. 코알라(보라색 탈퇴한 계정)가 또 다른 성착취방 접속 주소를 묻고 있다. 사진=추적단 불꽃 제공
한편 이 링공방에는 주홍글씨방 운영자로 알려진 닉네임 ‘미희’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희는 ‘완장방’, ‘주홍글씨방’ 등에서 아동·청소년 음란물 수백 개를 유포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으나 ‘n번방’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최근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링공방의 운영자였던 닉네임 ‘커비’ 조 아무개 군(18)은 지난해 11월 검거됐다.
또 다른 문제는 코알라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일요신문이 두 달 동안 코알라의 행방에 대해 추적했으나 그의 행방에 대해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한 제보자는 “가담자가 워낙 많아 그렇다”며 “현재 조주빈과 문형욱만 이 사건의 주범으로 묘사되고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두 사람의 대화방이 유독 인기를 끌었을 뿐 물밑에서 이들 못지않은 범죄를 저질러 온 가해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코알라에 대해 “새로운 공범일 수도 있고, 이미 구속돼 더 이상 거론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텔레그램 유저들은 종종 닉네임을 바꾸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까지 붙잡힌 주범 가운데 코알라의 범행 내용과 일치하는 자가 없어 아직까지 잡히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주범은 다 잡았다’며 마음 놓고 있으면 아직 잡히지 않은 가해자들에게는 증거 인멸의 시간을 주는 셈”이라고도 말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전 서울지방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는 5월 18일 “결국 수사기관에서 n번방 사건의 전체 구조를 완전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7월 착수한 문형욱에 대한 수사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도 디지털 성범죄의 구조와 본질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담자들 대부분은 여러 개의 방에 관여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범들의 진술에만 의존하면 처벌 범위가 좁아질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주요 공범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박사방’과 조주빈 관련 성착취물 제작 공유 및 사기범행 관련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성착취물 공유방의 주요 공범에 대한 수사는 조만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주빈이 공범으로 꼽은 ‘사마귀’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