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물량 적어 상장 직후 주가 상승 전망…‘신약 시장 예측불허’ 추가 개발 속도가 변수
SK바이오팜이 상장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바이오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 관련 간담회에서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이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7년 준비된 ‘비밀병기’
SK의 바이오 사업은 1993년 최종현 회장 때로 거슬러 간다. 당시 유공(현 SK이노베이션) 대덕연구소에 처음으로 신약 개발 관련 팀이 만들어졌다. 화학공업이 그룹의 주력인 만큼 성과는 빨랐다. 1999년 뇌전증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카리스바메이트가 글로벌 제약사 J&J에 처음으로 기술수출 됐다. 이 약은 이후 임상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최근 소아기 뇌전증치료제로 다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룹을 물려받은 최태원 회장은 2002년 바이오 사업을 그룹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로 내세웠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뒤에도 신약 개발 조직은 SK(주) 직속으로 남았다. 연구개발비 조달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자본 공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SK바이오팜은 비용 조달 부담 없이 연구·개발(R&D)에 전념할 수 있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부터 두 종류의 신약 판매를 통해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기면증·수면무호흡증 치료제 수노시(Sunosi)는 2019년 3월 FDA 시판허가를 얻었고 7월 미국 판매가 시작됐다. 유럽은 올 1월 EMA 승인을 받아 출시를 준비 중이다. 현재 시장규모는 약 1조 8000억 원이다. 점유율 1위 자이렘의 특허가 2023년 만료되면 수노시의 입지가 확대될 수 있다. 현재 업계에서 추정하는 수노시의 신약가치는 3000억~5000억 원이다. 증권업계에서는 SK바이오팜이 올해부터 로열티 수익을 거둬 2028년에는 연매출이 64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Xcopri)는 2019년 FDA의 시판허가를 받았고, 올 2분기 미국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유럽에서는 내년 초 허가가 예상된다. 현재 시장규모는 7조 원이 넘는다. 증권업계는 SK바이오팜의 매출이 올해부터 발생해 2030년께에는 16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약가치는 약 3조 9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상장 일정과 위협요인은?
SK바이오팜 상장 공동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산출한 SK바이오팜 기업가치는 약 4조 7627억 원이다. 글로벌 유사업체와 비교해 추정한 적정 시가총액은 4조 6825억 원, 주당 5만 9792원이다. 여기에 18.05~39.79%의 할인율을 정해 3만 6000~4만 9000원의 희망공모가 범위가 결정됐다.
현재 SK바이오팜의 발행주식수는 6500만 주다. 신주 1331만 주와 구주 일부를 포함 1957만 주가 공모대상이다. 희망공모가 상단으로 가정하면 이번 상장으로 SK(주)에는 3070억 원, SK바이오팜에는 6522억 원이 유입된다. 상장 이후 SK(주) 지분율은 100%에서 75%로 낮아진다.
주관사 기업가치 추정자료를 보면 3종류의 신약을 기반으로 분석이 이뤄졌다. 기면증 치료제와 뇌전증 치료제의 상업화 확률(POS)는 100%로 예상됐다. 하지만 세 번째 신약으로 기대되는 소아기 뇌전증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의 성공률은 임상 2상 기준 33.3%에 그쳤다. 수년이 소요되는 임상 3상이 아직 남아있다. 2006~2015년까지 임상 1상에서 최종 FDA 승인을 받은 신약의 질환별 개발 성공률을 보면 항암제가 5%로 난이도가 가장 높고, 다음으로 정신질환(6%), 심혈관질환(7%), 신경질환(8%) 순이다.
일단 임상 2상에 성공해야 추정가치의 신뢰도가 높아진다. 3상 완료 전까지는 시판되는 2가지 신약이 예상된 매출을 거두느냐가 중요하다. 아울러 개발 중인 신약들이 단계를 거칠 때마다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공모물량 가운데 우리사주에 125만 주(1년 보호예수), 기관투자자에 1174만 주가 배정된다. 모두 일정 기간 매도가 금지될 가능성이 크다. 일반투자자 배정물량이 892만 주에 불과해 유통물량 부족으로 상장 직후 주가 상승이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유안타증권은 SK바이오팜의 가치를 7조 2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상장 후 기준으로 환산하면 주당 9만 2000원 수준이다. 주가가 오를수록 상승탄력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시가총액이 4조 원을 넘으면 9월께 기관투자자 주요 포트폴리오인 코스피200 편입이 가능하다. 시총 6조 원을 넘기면 8월에 외국인 주요 포트폴리오인 MSCI지수 편입이 이뤄질 수 있다.
위협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SK바이오팜 기업가치 추정은 모두 신약 시판 및 개발 일정이 성공적인 경우를 가정해 이뤄졌다. 아직 출시된 제품은 2종에 불과하다. 경쟁사에서 경쟁 제품 개발에 성공할 경우 기대했던 매출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 2종의 매출이 예상대로 이뤄진다고 해도 다른 신약들의 개발이 원활치 않을 경우, 매출 대비 비용 부담이 상당해진다. 추가 증자 가능성이다.
한편 SK바이오팜의 유통물량이 부족한 만큼 주가상승에 따르는 간접 수혜가 예상되는 SK(주)로 대체투자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K(주)는 이번 상장 과정에서 구주 매출로 현금이 유입되고, 추후 증자 부담도 덜 수 있게 됐다.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가 오르면 SK(주)에도 긍정적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크다. 실제 SK(주) 주가는 최근 급등, 5월 상승률만 30%에 육박하고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