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까지 하소연하게 만든 ‘양현석의 보석상자’ 대체 왜 안 열리나
지난 7월 CL은 양현석의 인스타그램에 젝스키스 은지원의 사진과 “빨리 녹음해야 하는데”라는 글이 올라오자 “사장님 저는요? 문자 답장 좀 해주세요” 라는 댓글을 달았다. 사진=양현석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달 초 CL은 양현석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현재 활동과 관련한 몇 가지 댓글을 달았다. 먼저 양현석의 인스타그램에는 “빨리 녹음해야 하는데…”라는 그의 글에 “사장님 저는요?”라는 댓글로 팬들을 의아하게 했다. 이 댓글에 CL이 직접 해시태그를 달아 “문자 답장 좀 해 주세요”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이면서 양현석이 일방적으로 소통을 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CL은 2016년 이후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이후 양현석의 같은 게시물에서 해외 팬이 남긴 글에 직접 답변을 달아 또 한 번 팬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이 팬은 “네가 YG에 있는 게 아까워. 더 늦기 전에,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떠나는 게 좋을 거야. 네가 보고 싶어”라는 글을 썼다. 여기에 CL은 “너도” 라는 댓글을 달았다. 팬들은 CL의 이 답변을 “너도 더 늦기 전에 YG 팬을 그만두는 게 좋을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CL의 의미심장한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팬덤 내에서 그의 YG 계약 해지 주장이 불거지자 일부 해외 팬들이 CL의 인스타그램에 “제발 YG를 떠나지 말아달라”는 댓글을 올렸다. 그러자 CL은 “알다시피 이제는 YG를 대표하는 더 멋진 사람들이 많다”는 답글을 달았다.
“제발 YG를 떠나자. 몇 년을 있었는데 앨범 한 장 발매도 못하지 않았냐. YG를 떠나지 말라는 팬들은 진짜 CL 팬이 아니다. 이제까지 YG가 CL한테 한 짓 보면 절대 저런 소리 못 나온다”는 댓글에는 “꼭 보답할게”라는 답글을 달기도 했다. 그러나 YG를 향한 암시를 지속 보여주는 CL과는 달리, YG 측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어 팬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이처럼 CL의 팬덤을 포함해 현재 대부분의 YG 소속 가수들 팬덤은 양현석의 매니지먼트 방식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이른바 ‘양현석의 보석상자’ 논란이다.
YG 소속 가수들은 긴 공백기와 이로 인한 국내 활동 부진, 기약 없는 앨범 발매 등이 특징(?)이다. 팬덤은 소속 가수를 소유할 뿐 활동시키지 않는 양현석 대표를 비판하는 의미로 ‘양현석의 보석상자’ 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그러나 일단 소속사로 데려가고 나면 데뷔 이후부터 깜깜무소식이라는 것이 팬덤의 주된 불만이다. 2012년 5월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 준우승 이후 YG와 계약한 이하이가 ‘양현석의 보석상자’의 가장 큰 피해자로 꼽힌다.
2012년 10월 디지털 싱글 ‘1.2.3.4.’ 발매 후 독특한 음색으로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이하이에게 쏟아진 YG의 전폭적인 지원은 딱 2013년 3월 발매된 정규 앨범 ‘퍼스트 러브(First Love)’까지였다. 당시 YG 굴지의 프로듀서들을 쏟아부은 역작이었으나 첫 싱글보다 성적이 부진하다는 게 이유였다. 이후 이하이는 3년 동안 단 한 장의 정규 앨범도 발매하지 못했다.
2016년 3월 두 번째 정규앨범을 발매하긴 했으나 그 이후의 활동에 대해 YG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10월경 YG가 직접 “연내 컴백을 목표로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1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깜깜무소식이다. 양현석의 인스타그램에는 이하이의 컴백을 요구하는 팬들의 댓글이 폭발적으로 달리고 있지만 양현석은 무대응으로 일관해 더 큰 비난을 받고 있다.
국내 공백기가 긴 것은 보이 그룹도 피할 수 없다. 빅뱅을 대신할 YG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지목돼 왔던 위너의 경우도 2014년 화려하게 데뷔하고 1년 6개월간의 공백기를 거친 뒤, 컴백 이듬해 또 1년 가까이 공백기가 이어졌다. 장기간 국내 활동 공백이 있었던 아이콘 역시 2017년 국내 컴백에서 부진을 겪어 팬덤을 탄식하게 했다.
YG 소속 가수의 팬덤은 양현석에게 있어 가장 큰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나는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가수들임에도 국내 활동 공백기가 너무 길다는 점, 또 다른 하나는 이러한 팬덤의 요구와 활동 공백 가수들의 절박함을 대표인 양현석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양현석은 가수들의 공백기가 길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중이나 팬을 만족시키기 이전에 가수와 YG 스태프를 만족시킬 완벽한 콘텐츠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일축해 왔던 바 있다. 그러나 팬덤은 “모든 소속 가수들의 공백기가 최소 1년, 최대 3년 이상인데 이는 완벽주의로 포장될 것이 아니라 YG의 가수 매니징에 문제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하이는 2016년 3월 두번째 정규 앨범을 마지막으려 현재까지 공백기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실제로 이후 CL이 직접 양현석을 겨냥했던 메시지나 이하이, 악동뮤지션 등 활동 공백기가 지나치게 길었던 가수들이 YG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 YG의 매니지먼트 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양현석이 직접 관여했던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 ‘믹스나인’의 우승자 데뷔도 무산돼 양현석 자체의 리더십이 또 다른 문제로 부상했다.
이러한 실패와 논란에도 불구하고 YG와 양현석이 오는 10월 새로운 힙합 아이돌 육성 프로젝트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 큰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 YG 측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라 힙합 프로그램 기획 중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이들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한 연예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YG는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가수와 그렇지 않은 가수의 차이가 뚜렷한데 이전까지 전자의 경우가 2NE1과 빅뱅이었다면 현재는 블랙핑크로 보면 된다”며 “가장 상품가치가 높은 가수들을 우선적으로 전폭 지원하기 때문에 그외 가수는 팬덤이 ‘존속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불안해 할 정도로 활동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YG가 ‘연습생들의 무덤’, ‘양현석 대표의 보석상자’라고 불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일단 들어가고 나면 전폭 지원 가수로 분류되지 않는 이상 YG 특유의 긴 공백기와 활동 미지원은 정해진 수순”이라며 “올해 양현석 대표가 밝혔던 YG 소속 가수들의 컴백 소식은 이뤄진 게 거의 없는데 새 아이돌을 뽑겠다는 프로그램 제작 소식이 먼저 들렸지 않나. 어떤 프로그램이든 이미 한 차례 실패해 대중들에게도 좋은 시선을 받지 못하고, 팬덤 내에서도 불만의 기류가 강한데 어쩌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