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기사로 포장된 연예기사·몇몇 온라인 커뮤니티 악성댓글은 여전
4월 23일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장겨울(신현빈 분)이 안정원(유연석 분)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관련 기사를 찾는 네티즌들이 많았다. 댓글을 통해 그 장면에 대해 소통하고 싶은 것이었지만 네이버와 다음의 연예기사 댓글은 잠정 폐지됐다. 사진=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홈페이지
4월 23일 방송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장면은 ‘짝사랑의 아이콘’ 장겨울(신현빈 분)이 안정원(유연석 분)에게 과감하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모습이었다. 당황한 안정원의 모습까지 드라마에 나왔을 뿐 승낙 여부는 모호하게 지나갔다. 이 장면으로 인해 다음날인 24일 오전 신현빈이 포털 사이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당연히 많은 이들이 그 장면을 다룬 기사를 클릭했다.
사실 이런 기사를 클릭하는 이들은 이미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이 대부분이다. 드라마 내용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이들이 드라마 리뷰 기사를 클릭하는 까닭은 기사 내용보다 댓글을 보기 위해서다. 자신이 드라마를 보며 느낀 생각이나 감정을 다른 이들은 어떻게 느끼며 댓글을 달았는지 보고 싶어서다. 과연 안정원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한 타인의 생각이 궁금하기 마련인데 과거라면 누군가 ‘아는 사람이 작가(내지는 제작진)랑 친한데 결국 드라마 후반부에서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된다더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한다. 그런데 연예기사의 댓글은 이미 사라졌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그 사실을 잊고 댓글을 찾다 허탈해한다. 아무래도 이런 부분은 댓글의 순기능이었던 터라 사라진 댓글에 아쉬워하는 이들도 많다.
연예기사의 댓글이 가장 활발하게, 때론 무섭게 진행되던 영역은 바로 연예인의 사생활 관련 기사다. 특히 연예인의 데뷔 전 과거를 둘러싼 의혹이 불거질 때 댓글 창은 더욱 활발해진다. 연예인의 데뷔 전 시절의 이야기는 그 주변 일반인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연예인이 돼 연예계라는 장막 안에서 벌어진 일과 달리 일반인들의 정보가 더 정확한 영역이기도 하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임원의 설명이다.
“최근 들어 김유진 PD와 강승현을 둘러싼 학폭 논란으로 연예계가 뜨겁다. 아무래도 이런 때 댓글 폐지가 체감되는 게 아닌가 싶다. 과거 연예인 학폭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댓글을 통해 관련 정보 내지는 루머가 증폭됐다. 누군가 또 다른 관계자가 댓글을 통해 추가 폭로를 하기도 했고 또 어떤 누군가는 괜한 거짓 증언이나 폭로로 루머를 복잡하게 키우기도 했다. 연예인의 데뷔 전 과거의 일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 연예부 기자들도 댓글을 유심히 살펴보곤 했다고 한다. 거기에 진짜 정보가 감춰져 있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그런 얘기는 지나간 과거의 일이 됐다.”
연예기사 댓글이 없어진 지 네이버는 50여 일, 다음은 6개월여가 지났다. 그러나 댓글의 순기능이 사라진 만큼 역기능은 사라지진 않아 안타깝다는 반응이 많다. 사진=네이버 연예뉴스 화면 캡처
문제는 댓글에는 ‘정보’가 아닌 ‘루머’가 더 많다는 데 있다. 앞서의 드라마 리뷰 기사에서는 누구한테 들었다며 허위로 드라마 후반부 스토리를 지어내는 장난이 많았지만 연예인의 사생활이나 구설수를 둘러싼 기사의 댓글에선 장난이 아닌 ‘악의적인 루머’가 많다.
이런 역기능으로 인해 연예계에선 “댓글을 보지 말라”는 충고가 많다. 드라마 리뷰 기사만 놓고 봐도 그렇다. 과연 이들의 사랑이 이뤄질지를 두고 이런저런 의견이 오가는 댓글은 배우들 입장에선 시청자들의 생생한 반응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런데 이런 댓글들을 살피는 과정에서 ‘어느 배우의 연기력이 너무 수준 이하다’ ‘옷이 촌스럽다’ ‘성형한 것 같다’ 등의 인신공격성 댓글을 발견하면 상처를 받기 마련이다.
사생활 관련 기사에서는 더 하다. 인신공격성 댓글은 기본, 인격을 비하하고 연예인의 가족까지 비난하는 댓글도 있다. 관련 사안과 무관한 악성 루머까지 댓글에 등장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수많은 연예인들이 상처를 받았고 가슴 아픈 일로 연결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네이버와 다음의 연예기사 댓글 폐지가 연예인들을 악성 댓글로부터 자유롭게 해줬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진 않다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 대형연예기획사 홍보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악성 댓글은 포털사이트가 아닌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 몇 곳이 훨씬 심하다. 포털사이트처럼 불특정 다수가 손쉽게 접근하는 대중적인 영역은 아니지만 엄청난 회원들이 상주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들도 많다. 누군가 각종 연예기사를 퍼 나르면 바로 엄청난 댓글이 달리는 데 포털사이트보다 훨씬 심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무런 제약도 없다. 그런 데서 특정 연예인에 대한 심한 댓글이 엄청 달리면 우리 같은 연예기획사 홍보팀은 다 파악하고 기록한다. 따로 알리지 않아도 어떻게 알고 연예인들도 그런 댓글은 찾아보곤 한다. 게다가 요즘에는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연예인 기사를 연예뉴스가 아니라 사회뉴스로 서비스하는 언론사가 많은데 그런 기사에는 여전히 악성 댓글이 넘쳐난다. 물론 포털사이트에서 연예기사 댓글 정책을 폐지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아직까진 순기능이 사라진 만큼 역기능은 사라지진 않아 안타깝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