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5000권 큐레이션 서비스…신사실파 섹션 별도 마련
의정부미술도서관. 사진=의정부시 제공
[일요신문] 지난해 11월 개관한 의정부미술도서관이 의정부시의 역점과제인 ‘책 읽는 도시 의정부’를 이끌어가고 있다. 미술과 책이 융합된 새로운 미술특화 공공도서관인 이곳은 개관 3개월 만에 10만 명이라는 방문객 수를 기록하며 의정부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의정부시는 천상병예술제, 회룡문화제, 의정부음악극축제 등 문화예술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높은 지역이다. 신사실파 6인(이중섭, 김환기, 유영국, 장욱진, 이규상, 백영수) 중 하나인 백영수 화백이 96세까지 의정부시 호원동에 거주하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한 이력도 있다.
하지만 공립미술관같이 지역주민의 문화 욕구를 충족할 만한 시설은 없거나 매우 열악한 수준이었다. 그래서 의정부시는 2014년, 도서관 건립을 위한 타당성 용역과 시민 설문조사를 거쳐 도서관의 정체성을 미술 분야와 공공성을 강화한 미술특성화도서관을 건립하기로 했고 마침내 지난해 11월 29일 의정부미술도서관을 개관했다.
의정부미술도서관은 오픈 공간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모든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1층 아트그라운드는 전시관과 미술 자료를 열람하는 공간이고, 2층 제너럴 그라운드는 일반 공공도서관의 역할을 한다. 특이한 점은 어린이 자료존과 일반 자료존을 분리하지 않아 가족이 함께 와서 같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3층 멀티 그라운드는 열람과 체험, 창작과 교육,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도서관은 이 모든 공간을 원형 계단을 통해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했다. 연결된 공간의 개방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면 유리창은 바깥의 풍경을 도서관 내부로 담아낸다. 서가 등의 가구는 벽면 서가를 제외하고 높지 않은 반투명 아크릴 소재로 제작해 책 속에서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했다.
의정부미술도서관은 공부를 위한 도서관이 아닌 전 세대가 어우러지는 공동체 성격의 도서관을 지향한다. 도서관이 조용히 독서만 하는 곳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시민의 광장으로 도서관의 가치가 진화할 수 있도록 용기 있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의정부시 제공
미술도서관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예술 서적의 장서 구성에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의정부를 대표하는 백영수 작가를 모티브로 신사실파 섹션을 따로 마련했다. 이 섹션에선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사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신사실파 관련 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료 수집 자문단을 구성하고 자문을 통해 신사실파 작가의 작품이 수록된 현대문학 창간호(1955년) 등의 희귀자료 550여 점을 구입해 전시하고 있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도록을 별도 배치해 일반인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에게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예술자료를 수집하던 중 미국에서 아시아 컬렉션을 가장 많이 보유한 하와이 호놀룰루 미술관에서 미술 전문 자료 1000여 권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오기도 했다. 도서관은 향후 더욱 전문적이고 희귀한 예술 서적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해 11월 의정부미술도서관 개관 이후, 올해 2월 말까지 도서관의 방문자 수는 10만 명을 훌쩍 넘겼다. 도서관을 방문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블로그와 각종 SNS의 후기를 통해 입소문이 난 결과다.
일반 이용자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기관의 벤치마킹을 위한 방문도 줄을 잇고 있다. 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배경에는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공간의 매력과 더불어 주제별, 연령별로 제공되는 북 큐레이션이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만 5000권이 넘는 책 속에서 분야별 서비스 담당 사서가 주제에 맞게 가려 뽑은 책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추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에 시민들의 호응이 뜨겁다. 그뿐만 아니라 미술에 관심 있고, 미술을 전공하는 시민들을 위한 도슨트(전시해설가)를 시민 자원활동가로 양성해 시민들의 전시 관람을 돕고 있다.
이와 별도로 작업 공간이 필요한 신진작가 지원을 위해 오픈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으며 미술 전공자들에게 진로를 결정하기 전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청년문화 예술 아카데미를 통해 문화예술 분야의 인재를 인큐베이팅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의정부미술도서관의 야간 외부 전경. 사진=의정부시 제공
그동안 미술자료를 모아놓은 곳은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시립미술관의 부속 자료실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경우 일반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고 자료 대출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의정부미술도서관은 누구나 예술과 관련된 전문자료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일부 자료를 제외한 모든 도서를 1인당 10권씩 무료로 대출해 다른 미술관 자료실과 차별화를 뒀다.
의정부미술도서관은 그간 공부방이나 열람실로 인식됐던 공공도서관에서 벗어나 복합적인 문화공간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의정부 시민의 문화 향유 공간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작가들과의 콜라보로 만든 오브제(소품, 의자 등)를 비치하는 등 공간의 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의정부시 민락로 248에 위치한 의정부미술도서관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토요일과 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김장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