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정은 회장 | ||
이 과정에서 최대 수혜자도 등장했다. 바로 현대엘리베이터의 현정은 회장. 대주주 지분 정보 제공업체인 에퀴터블에 따르면 현 회장은 남편인 정몽헌 회장이 자살하기 직전인 7월 말부터 11월 말 사이에 사들인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통해 평가차익 3백80억7백만원, 매각차익 75억2천3백만원 등 모두 4백55억3천만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연 초 대비 주가 상승률의 또다른 스타는 대한해운(438.2%)과 한국타이어(303.1%)다. 증권가에서는 대한해운의 상승은 올해 해운업의 실적이 좋아진 데서 탄력을 받은 것으로, 한국타이어 역시 수출증가가 매출증가로, 비용절감이 영업이익 대폭 증가로 이어진 전형적인 실적 호전주로 평가하고 있다.
주가 상승률 20위에 든 기업들을 보면, 해운업 관련주의 실적 호전, 자동차 수출 관련주, 석유화학업종의 약진을 들 수 있다. 특히 해운업은 상승률 2위의 대한해운과 세양선박(280.8%), 한진해운(260.9%), 현대미포조선(173.0%), STX(160.0%) 등 상위 20개 업체 중 5개나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관련주의 활력도 돋보인다. 삼익LMS(255.7%), 동양기전(23.9%), 평화산업(182.7%), 현대모비스(178.2%), 대원강업(173.2%), 비앤지스틸(160.3%) 등 무려 6개 업체가 상승률 20위권에 포진해 있다.
해운업 관련주와 자동차 관련주의 상위권 포진은 수출 호전이 실적 호전으로, 이것이 다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패턴을 보여주는 예다. 한화석유화학이나 호남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등 수출의존형 석유화학업종 트리오가 10위권에 포진한 것도 눈길을 끈다.
상승률 20위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그룹은 현대차그룹과 한화그룹. 한화그룹은 모회사인 (주)한화(258.7%)와 한화석유화학(229.7%)이, 현대차그룹은 지주회사격인 현대모비스와 비앤지스틸이 20위권에 들었다.
상승률 1위인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차 계열 2개사, 현대중공업 계열인 현대미포조선까지 더하면 20위권에 옛 현대그룹 계열사가 4개나 들어있는 셈이다. 증시 일각에선 그룹 분리 뒤 왕자의 난, 대북경협사업 등 사업 외적인 이유로 주가가 떨어졌던 현대 계열사들의 주가 회복 과정이라는 분석을 내놓아 옛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향후 실적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올해 하락률 상위 20개사 명단도 발표됐다.
▲ 구본무 회장 | ||
이번 증권거래소 자료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른바 ‘널뛰기’ 종목. 상한가와 하한가를 가장 많이 기록한 20개 종목이다. 투자자에게 각별한 관심을 요하는 대목은 인수합병설을 이용해 ‘작전설’이 퍼졌던 종목들이 여기에 대거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다.
상한가, 하한가 횟수가 가장 많은 기업은 인큐브테크. 이 회사는 올 한 해만 33회의 상한가와 7회의 하한가를 기록하며 연초 4천9백50원하던 주가가 12월16일 기준으로 1만3백원으로 올랐다. 그 다음은 현대엘리베이터로 21번의 상한가와 3번의 하한가를 기록해 올 증시의 스타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하지만 고제나 중앙제지, AP우주통신 등은 잦은 상한가-하한가의 교체출연에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져 투자자의 원성을 들어야 했다.
특히 고제는 15번의 상한가와 11번의 하한가를 기록한, 명실상부한 주식시장 ‘널뛰기’ 대표선수. 고제는 이미 주식시장에서 몇 년 전부터 요주의 종목으로 통하고 있다. 과거 사주 김아무개씨가 DJ정부 시절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경계주의보가 내렸던 것. 하지만 공식적으로 최대주주가 바뀐 올해도 여전히 널을 뛰고 있어 그 배경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널뛰기 상위 20개 종목 중 한 해 주가 등락률이 상승으로 끝난 종목은 인큐브테크와 현대엘리베이터, 라보라 등 6개 종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상한가가 속출한다고 해서 좋은 종목이라고 속단하는 것은 금물인 셈. 케이아이티비는 19번의 상한가와 4번의 하한가 끝에 주가가 반토막이 났고, 고제는 거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