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업 중심 된 HK이노엔 부채비율 상승 부담…한국콜마 “신사업 진행·IPO 계획 등 수익성 마련 방안 있어”
한국콜마그룹이 사업구조 재편에 나선 가운데, 그룹의 유일한 의약품 제조‧판매 자회사가 된 HK이노엔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세종시에 위치한 한국콜마 건물. 사진=일요신문DB
윤상현 한국콜마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막말 동영상 논란으로 갑작스럽게 퇴임한 윤동한 전 회장 대신에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선 것. 같은 시기 윤 부회장은 윤동한 전 회장으로부터 지주사 한국콜마홀딩스 주식 251만 1455주를 증여받아 지분율을 기존 17.43%에서 31.43%로 끌어올리고 최대주주가 됐다. 윤 부회장은 안정적인 지배력을 확보하면서 경영승계를 마무리했다. 윤 부회장 입장에서는 이제는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과제만 남았다. 첫 번째 과제는 그룹의 ‘빅 이벤트’였던 CJ헬스케어 인수에 따른 재무부담 해소가 꼽힌다.
한국콜마는 지난 5월 27일 치약사업을 제외한 제약사업 부문과 자회사 콜마파마를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한국콜마는 공시를 통해 양도목적을 “재무구조 개선 및 그룹 사업구조 재편을 통한 핵심역량 집중화”라고 설명했다. 한국콜마는 화장품 사업에 집중하고, 제약사업은 자회사 HK이노엔이 집중하는 구조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이번 매각으로 재무구조도 개선되고 현금유동성을 확보했다”며 “(매각대금으로) 향후 신규투자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룹이 이번 매각을 통해 얻는 매각대금은 5124억 원 규모다.
한국콜마가 제약사업 부문을 매각하면서 CJ헬스케어 인수 시 기대를 모았던 기존 제약사업 다각화와 시너지 효과 창출은 버리는 카드가 됐다. 한국콜마는 2018년 2월 CJ그룹 제약 계열사인 CJ헬스케어를 1조 3100억 원에 인수했다. 한국콜마는 CJ헬스케어 인수를 통해 한국콜마 제약사업과 시너지를 통해 제약부문 매출을 3년 안에 1조 원으로 끌어올려 대형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인수 2년이 지나도록 한국콜마 제약사업과 CJ헬스케어 간 시너지 효과는 없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평가다. 실제로 CJ헬스케어 인수 직후인 2018년 2분기 한국콜마 매출액은 3601억 원으로 전 분기(2425억 원)와 비교했을 때 대폭 증가했으나 이후 3600억 원에서 3900억 원 수준의 분기 매출을 유지했다. HK이노엔 매출은 2017년 5205억 원에서 2018년 4906억 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2017년 817억 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2018년 566억 원으로 감소했다. HK이노엔은 2019년 매출 5426억 원, 영업이익 852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년에 비해 회복세를 보였지만 인수 직후인 2018년 수준에 머물렀다.
나이스신용평가 이재윤 수석연구원은 “사업다각화에 따른 위험분산 효과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매출 및 영업이익 창출력도 감소할 전망”이라면서도 “제약사업 부문 이익기여도가 15% 수준인 점, 자회사 HK이노엔의 의약품 사업 실적이 향상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실적 저하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이번 매각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을 ‘중립’으로 판단했다.
앞서의 한국콜마 관계자는 제약사업 구조 재편에 대해 “한국콜마 제약사업 부문과 HK이노엔은 비즈니스 모델이 달랐다. 한국콜마 제약사업 부문은 수탁생산(타 제약사들의 의약품을 수탁생산)하는 CMO 영업이었고, HK이노엔은 종합제약회사”라며 “HK이노엔은 신약도 개발하고 다양한 사업들도 신규로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있다”고 전했다. 그룹이 한국콜마 제약사업 부문을 매각하더라도 종합제약사인 HK이노엔을 통해 다양한 제약사업을 영위해나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HK이노엔은 바이오의약품 계열사인 HK바이오이노베이션을 제외하면 그룹에서 제약사업을 홀로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HK이노엔은 여전히 안정적인 매출 증대와 인수대금 상환, 상장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인수 이후 뒷걸음질쳤던 HK이노엔 실적이 지난해에서야 상승세를 보이는 데다, 한국콜마가 CJ헬스케어를 인수하며 차입한 인수대금을 인수대상이었던 HK이노엔이 ‘셀프 상환’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한국콜마는 2018년 자회사 CKM을 통해 CJ헬스케어를 인수하면서 인수대금 대부분을 부채로 메웠다. 2018년 2월 CJ헬스케어 인수를 결정한 이후 같은 해 4월 자회사 CKM에 주식매매계약 및 권리 일체를 양도했다. 그러면서 CKM을 대상으로 3600억 원의 유상증자를 했고, 재무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상환전환우선주 형태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3500억 원을 조달했다. 나머지 6000억 원은 CKM이 인수금융으로 차입했다. 결국 CKM은 인수금융으로 대출받은 5700억 원의 인수자금을 떠안게 됐다.
이렇게 인수된 CJ헬스케어는 올해 들어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CJ헬스케어는 지난 4월 1일자로 사명을 HK이노엔으로 변경했고, 같은 시기 모회사인 CKM과의 역합병이 이뤄지면서 CKM은 해산하게 됐다. CKM이 CJ헬스케어를 인수하면서 ‘한국콜마홀딩스→한국콜마→CKM→HK이노엔(CJ헬스케어)’로 이어지던 구조가 이번 합병을 통해 ‘한국콜마홀딩스→한국콜마→HK이노엔’으로 변경된 것. 문제는 CJ헬스케어 인수주체였던 CKM이 HK이노엔과 합병하면서 CKM이 떠안고 있던 CJ헬스케어 인수금융도 HK이노엔으로 옮겨가게 됐다는 점이다.
이에 한국콜마는 지난 5월 13일 공시를 통해 “종속회사인 HK이노엔(차주)와 인수금융(대주) 간의 대출약정 관련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HK이노엔에게 채무불이행 사유가 발생했을 경우 부족한 자금을 한국콜마가 보충하겠다는 내용이다. 한국콜마의 자금보충약정 금액은 상환을 미처 완료하지 못한 인수금융 4800억 원 전량이며, 이는 한국콜마 자기자본(8479억 원) 대비 56.61%에 달한다.
CKM 부채를 승계하며 과거 본인의 몸값을 부채로 떠안게 된 HK이노엔은 장기적인 상환 계획을 세워야 한다. CJ그룹에 속했던 당시 견실한 부채비율을 자랑하던 HK이노엔의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기준 200%를 웃돌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3월 두 차례 공장 신축 등에 활용할 목적으로 총 2000억 원 규모의 무보증사채를 발행하면서 부채비율이 상승했다.
여기에 합병으로 인한 CKM 부채까지 더해질 경우 부채비율은 급증한다. 이에 시장에서는 한국콜마그룹이 제약사업과 콜마파마 매각대금을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한국콜마 측은 CJ헬스케어 인수대금의 경우, HK이노엔이 상환할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매각대금으로 만기가 다가오는 단기차입금 400억 원을 상환할 계획은 있지만, (CJ헬스케어) 인수비용에 대해서는 HK이노엔이 매해 상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콜마 측은 HK이노엔의 역량으로 인수금융을 상환할 수 있어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HK이노엔은 지난해 영업이익 852억 원, 당기순이익 603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HK이노엔은 인수금융을 갚아나가는 한편, 추후 제약 R&D 투자 실탄도 확보해야 한다. HK이노엔이 지난 3월 무보증사채 발행으로 600억 원을 상환했던 것처럼 매년 600억 원씩 인수금융을 상환한다면 상환 완료까지 최대 8년이 걸린다. 이 시기 투자비용은 또 다시 부채로 해결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한국콜마 관계자는 “HK이노엔은 신공장 투자를 받고 신사업도 진행 중이고 건강기능식품과 뷰티사업 등에 진출하며 수익성 마련 방안을 세우고 있는데다, IPO 계획도 있다”며 “최근 HK이노엔의 신약이 국내 최초로 200억 원을 달성하는 등 효자상품으로 떠오른 만큼 신약 관련 가치 재창출을 위한 투자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투자에 따른 부채비율 증가 우려에 대해서는 “부채가 없는 기업은 없고, 부채비율이 타사에 비해 높은 편에 속하지는 않는다”며 “투자를 해서 더 성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