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화-조동찬 둘다 KS 우승 ‘가장 성공한 형제’…나성용-나성범 ‘연세대 꽃미남 형제’ 명성 떨치기도
KT 투수 유원상(사진)과 KIA 유민상이 형제 투타 맞대결을 펼쳐 화제를 모았다. 사진=kt wiz 페이스북
지금까지 KBO 리그 소속으로 함께 몸담은 형제 선수(정규시즌 한 경기 이상 출전 선수 기준)는 총 27쌍 나왔다. 이 가운데 형과 동생이 모두 은퇴한 형제는 구대진-구대성, 구천서-구재서, 김상기-김동기, 김주용-김주철, 박기택-박기복, 박정후-박칠성, 서일권-서왕권, 안명호-안명성, 양승관-양후승, 윤동배-윤형배, 정명원-정학원, 정수근-정수성, 조동화-조동찬, 지화동-지화선, 최영필-최영완, 총 15쌍이다. 특히 구천서와 구재서는 역대 최초의 형제 선수이자 유일한 쌍둥이 선수로 화제를 모았다. 둘 다 두산 베어스의 전신인 OB 베어스가 마지막 소속팀이었다.
둘 중 한 명이라도 현역에 남아 있는 형제는 고장혁-고영표, 나성용-나성범, 문선재-문진제, 박세웅-박세진, 안영진-안영명, 양훈-양현, 유원상-유민상, 정대현-정동현, 정영일-정형식, 최정-최항, 김범수-김윤수, 김주형-김찬형까지 12쌍. 이 가운데 최정과 최항은 유일하게 같은 SK 와이번스에 몸담고 있다.
#형 유원상과 맞대결 소원 성취한 동생 유민상
형제 프로야구 선수 계보가 최근 새삼 화제에 오른 것은 KT 위즈 투수 유원상(34)과 KIA 타이거즈 내야수 유민상(31) 형제가 마운드와 타석에서 서로 마주보고 대결하는 역사적인 장면을 남겼기 때문이다. 유민상은 두산 소속이던 2015년 4월, 데뷔 첫 타점을 끝내기 타점으로 장식한 뒤 팬들에게 인사하러 단상에 올라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유원상 투수의 동생으로 더 잘 알려진 유민상입니다.”
실제로 유민상에게는 자신보다 더 유명했던 형과 그보다 더 유명한 아버지가 있다. 유원상-유민상 형제는 데뷔와 동시에 프로야구 초창기 명포수로 활약했던 유승안 전 경찰야구단 감독의 장남과 차남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특히 2군에 머문 기간이 길었던 유민상은 좀처럼 가족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KT 소속이던 2015년 11월 KBO 시상식에서 퓨처스(2군)리그 남부리그 타율상을 받은 뒤 “모두 나를 유승안 감독의 아들 유민상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앞으로는 우리 아버지가 ‘유민상의 아버지 유승안 감독’이라 불리는 그날까지 열심히 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 후 유민상은 차근차근 기량을 갈고닦아 마침내 1군 주전급 선수로 성장했다. 경기 수훈선수로 선정된 뒤에는 “이건 정말 내 바람이고, 그냥 희망일 뿐”이라는 전제 아래 “꼭 한 번 우리 형과 프로에서 투타 맞대결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유민상은 “꼭 한 번 형과 프로에서 투타 맞대결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낸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 소원은 그로부터 5년이 흐른 지난 5월 26일 수원 KT-KIA전에서 마침내 이뤄졌다. KIA가 3-0으로 앞선 7회 마운드에 오른 유원상이 1사 1·2루서 타석에 들어선 동생 유민상과 맞닥뜨리면서 데뷔 후 첫 맞대결이 성사됐다. 유원상이 2006년 한화, 유민상이 2012년 두산으로 각각 입단했으니 둘 다 프로 유니폼을 입은 지 8년 만에 마침내 진짜 선의의 경쟁을 펼칠 기회를 잡은 셈이다.
이전까지 KBO 리그에서 형제 선수의 투타 맞대결은 딱 한 번, 형 정명원-동생 정학원 형제가 투타 맞대결 기록을 남긴 게 전부다. 1995년 9월 5일 전주 경기에서 태평양 돌핀스 마무리 투수 정명원은 9회 대타로 나온 쌍방울 레이더스 정학원을 유격수 땅볼로 잡고 동생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그 후 25년 만에 유원상-유민상 형제가 각각 마운드와 타석에서 상대로 만났다.
이번에도 결과는 비슷했다. 투수인 형이 동생을 이겼다. 볼카운트 3B-1S로 불리한 상황에 몰렸지만, 5구째 내야로 높이 뜨는 유격수 플라이를 유도해 동생을 아웃시켰다. 이어 다음 타자 나주환까지 1루수 파울플라이로 잡고 추가 실점 없이 임무를 완수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 프로야구 선수의 애환을 공유해 온 형제에게는 경기 결과와 별개로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다. 오랜 소원을 이룬 동생 유민상이 형에게 판정패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간 뒤에도 한동안 기분 좋은 미소를 감추지 못한 이유다. 정명원-정학원 형제와 유원상-유민상 형제에 이어 앞으로 역대 세 번째 맞대결이 기대되는 형제 투타 매치업은 내야수 고장혁(KIA)과 투수 고영표(KT) 형제다. 유원상-유민상 형제와 소속팀마저 같은 인연이 있다. 다만 현재 고영표가 군 복무 중인 상황이라 이들의 대결은 내년 시즌 이후에나 기대해볼 만하다.
#리그 역사에 족적 남긴 형제 선수들은?
조동화 SK 코치와 조동찬 삼성 라이온즈 코치는 KBO 리그에서 가장 성공한 형제 선수로 꼽힌다. 체격과 생김새 모두 크게 다르지만, 서로를 향한 우애가 그 어느 형제보다 끈끈하다. 어린 시절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한 명만 야구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 오자 서로 “내가 양보하겠다”고 나섰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부모는 결국 형제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해 둘 다 뒷바라지하기로 마음을 굳혔고, 형은 경제적 부담을 분담하기 위해 동료들이 쓰던 야구용품을 모아 동생에게 가져다주곤 했다는 후문이다. 둘 다 야구를 계속한 것은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이 됐다. 형과 동생 모두 프로에서 확실한 주전급 선수로 성공을 거뒀고, 각자 소속팀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컵까지 들어 올렸다.
나성용 KIA 코치와 NC 다이노스 나성범 형제는 연세대학교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각각 포수와 투수로 배터리를 이룬 추억이 있다. 당시 인근 여대까지 ‘연세대 야구부 꽃미남 형제’로 명성을 떨쳤다는 후문이다. 둘은 나 코치가 LG 트윈스 소속이던 2015년 6월 2일 마산 NC-LG전에 동시 출전한 뒤 나란히 홈런을 때려내 부모를 기쁘게 했다. 한 경기에서 홈런을 때려낸 역대 두 번째 형제 선수로 기록됐다.
한 경기 형제 홈런의 최초 기록은 한때 삼미 슈퍼스타즈에 함께 몸담았던 양승관-양후승 형제가 남겼다. 1986년 7월 31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양승관이 6회 솔로홈런을 터트린 데 이어 8회 양후승이 형의 대타로 나와 2점 홈런을 작렬했다. 빠른 발이 닮은꼴이었던 정수근-정수성 형제도 프로에서 쏠쏠하게 활약했다. 형 정수근이 통산 474번, 동생 정수성이 통산 127번 도루를 해내 합계 601개를 합작했다. 형의 선수 생활이 더 화려했고, 동생의 선수 생활이 더 건실했다.
아쉽게도 대부분 형제 선수들은 형이나 동생 가운데 한 쪽이 훨씬 유명하다. 유일한 쌍둥이였던 구천서-구재서 형제부터 그랬다. 구천서는 12년간 프로에서 활약했지만, 구재서는 6시즌 만에 은퇴했다. 정학원의 형 정명원, 구대진의 동생 구대성, 최영완의 형 최영필, 안영진의 동생 안영명도 형이나 아우보다 훨씬 더 이름을 날렸다. SK 최항은 같은 팀 간판스타인 형 최정의 뒤를 잇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늘 ‘양훈의 동생’으로 더 유명했던 양현은 현재 키움 히어로즈에서 마당쇠로 활약하며 기량을 만개하고 있다.
2016년에는 롯데 박세웅과 KT 박세진 투수 형제가 등장했다. 둘 다 2년 간격으로 신생팀 KT에 1차 지명돼 더 관심을 모았는데, 아쉽게도 박세웅이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로 이적하면서 ‘같은 팀 원투펀치’ 꿈은 당분간 이루지 못하게 됐다. 박세웅과 박세진은 그해 4월 28일 상대 팀 투수로 나란히 같은 경기에 등판하는 첫 사례를 남겼다. 박세웅이 롯데 선발, 박세진이 KT 불펜이었다. 이어 7월 27일에는 각기 다른 구장에서 나란히 선발 투수로 출격했다. 롯데 3선발이던 박세웅은 LG전에 나섰고, 박세진은 KIA를 상대로 데뷔 후 첫 선발 등판을 했다.
다만 형제 투수의 같은 날 선발 등판 기록은 박세웅과 박세진이 아닌, 다른 형제가 먼저 달성했다. 같은 해 6월 10일 KT 정대현(현 키움)과 KIA 정동현이 각각 넥센 히어로즈전과 삼성전에 선발투수로 나서면서 한 달 먼저 최초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희비는 엇갈렸다. 정대현은 호투했지만 승리를 올리지 못한 반면 정동현은 5⅔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승을 선발승으로 장식했다. 이 외에도 롯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윤동배-윤형배 형제가 1994년부터 1996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같은 날 마운드에 오른 적이 있다. 동생 윤형배가 선발 투수로 나선 날 형 윤동배가 불펜으로 등판한 경기가 대부분이었다.
배영은 일간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