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시비 김재섭 “인터뷰 와전된 부분”…증빙 논란 정원석 “직원들 요구 다 처리”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6월 4일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 사진=박은숙 기자
우여곡절 끝에 6월 1일 출범한 김종인 비대위의 위원들은 총 8명이다. 당연직인 원내대표 주호영 의원과 정책위원회 의장 이종배 의원이 이름을 올렸고, 성일종 의원이 허리 역할을 맡았다. 나머지 비대위원 5명은 여성 할당 2명과 청년 할당 3명으로 채워졌다. 명단이 공개되자 주로 실무 업무를 담당할 5명(여성 2, 청년 3) 임명에 대해 여러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선 지난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뒤 오히려 몸값이 높아진 김세연 전 의원이 주목을 받는다. 여성 할당 2명은 김 전 의원과 관련이 있다. 초선 국회의원 김미애 위원은 김 전 의원이 발굴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의원은 2018년 10월 변호사였던 김 위원에게 연락해 정계 입문을 권했다. 전직 의원 김현아 위원은 김세연 전 의원이 후원했던 청년 정치 행사의 최대 조력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청년 할당 3분의 2는 청년정치학교 관련자
청년 할당 3명 가운데 2명은 ‘김세연 키즈’로 불린다. 김 전 의원은 바른정당 시절인 2017년 바른정책연구소장직을 맡으며 6개월 과정의 시민 정치교육 프로그램인 청년정치학교를 만들었다. 교장은 정병국 전 의원. 현재까지 3기까지 탄생했고 수료생은 약 250여 명이다. 김재섭 위원(33)은 청년정치학교 2기 출신이고 정원석 위원(32) 역시 청년정치학교와 관계가 깊다.
나머지 1명인 김병민 위원(38)은 미래통합당 내 부산 세력의 한 축인 박형준 전 미래통합당 창당준비공동위원장과 관계가 깊다. 김 위원이 2019년 펴낸 책 ‘말의 힘’ 서평을 가장 먼저 써준 사람이 박 전 위원장이었다.
이 때문에 향후 김종인 비대위가 주도할 당 재건에 있어서 김세연 전 의원 영향력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의원은 “830세대(80년대 생, 30대, 00학번 이후 대입자)로 당을 개편하자”는 이른바 ‘830 세대교체론’의 선두 주자다.
그는 4월 20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미래통합당은 영화 ‘식스 센스’에 나오는 유령에 가깝다”고 말했다. 자신이 죽은 걸 모른 채 살아 있는 사람 사이를 돌아다니며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과거와의 단절이 필요하다. 내가 포함된 40대도 이미 노쇠한 것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영국 보수당이 그랬던 것처럼 30대 당수가 나올 정도의 과감한 세대교체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스타트업’ 김재섭 위원, 대표 아닌 감사
그런데 일부 청년 비대위원들과 관련해 당 안팎에서 우려의 시선들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청년층 대변 능력에 대한 의문과 함께 기초 검증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우선, 청년정치학교 출신의 김재섭 위원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재섭 위원은 서울대 법대를 나왔지만 법학이 고리타분해 스타트업을 운영하다 정치권에 편입했다고 홍보됐다.
2017년 당시 건강 스타트업 대표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4월 총선 직전 보험사에 IT(정보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레이터의 대표이사로 소개됐다. 4월 6일 주간동아 인터뷰에서 김재섭 위원은 “올해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올랐다. 스타트업이다 보니 대표이사라도 급여가 들쑥날쑥하다”고 했다.
레이터 사무실. 평일 오후에도 사무실엔 아무도 없었다. 사진=최훈민 기자
일요신문 취재 결과 김재섭 위원은 대표이사가 아닌, 감사였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레이터는 2001년 설립된 IT 회사 제노프릭스와 한 사무실을 썼다.
제노프릭스 대표인 하 아무개 씨는 레이터 이사도 맡고 있다. 레이터 실제 대표는 임 아무개 씨였다. 레이터 관계자는 “김재섭 위원은 실제 대표이사가 아니다. 하 대표와 김재섭 위원이 관계가 깊어서 이렇게 구조가 됐다. 임 대표와 하 대표가 회사의 실질적 대표”라며 “다만 두 사람 모두 나이가 좀 있어서 멘토와 엔젤 투자자를 겸하며 김 위원이 대표격으로 내세워진 거다. 레이터는 제노프릭스 사무실을 나눠 쓴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재섭 위원은 “로스쿨을 진학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돈을 좀 벌어야 했다. 제노프릭스에서 일을 하며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됐던 것”이라며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와전이 된 부분이 있던 것 같다. 이력을 부풀리는 것처럼 보였다면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재섭 위원은 조성은 통합당 전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32) 등과 함께 당내 사조직인 청년 비대위를 꾸려 당 내외곽을 비판하는 세력으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조 전 부위원장도 허위 창당 대회를 주최했다는 의혹과 월남전 참전 유공자 명단으로 창당 작업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 청년 비대위라는 조직을 향한 의구심은 증폭되는 실정이다(관련기사 참전용사 명단 어디서 구했나…‘브랜드뉴파티’ 당원명부 의혹 추적).
#정원석 위원, 사업비 증빙 문제 ‘잡음’
이뿐만 아니다. 정원석 위원을 향한 비판도 하나씩 나오고 있다. 정 위원은 김세연 전 의원이 여의도연구원장 시절 특별 조직인 차세대브랜드위원회 수장으로 발탁한 인물이다.
문제는 여의도연구원 지원을 받고 각종 행사를 주최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증빙을 하지 못해 내부에서 문제 제기가 많았다는 점이다. 여의도연구원 관계자는 “정원석 위원이 사업비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증빙 문제로 잡음이 나왔었다. 김세연 전 의원과의 관계도 이때 틀어졌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김세연 전 의원은 “현재 여의도연구원에 소속돼 있지 않아 말하기 부적절한 것 같다”고만 했다. 정 위원은 “여의도연구원에서 담당하는 직원이 요구하는 건 다 처리했다. 그 외에 추가적인 요구 사항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최근 미래통합당 청년 조직 내부에서는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외부 낙하산들에게 기회를 주는 지도부를 향해 불만이 높다고 한다. 미래통합당 중앙당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당 지도부는 제대로 된 검증 한 번 없이 부풀려진 이력만 보고 낙하산에게 권한을 주는가 하면 자기 키드를 앞세워 자기가 하고 싶은 방향을 일을 꾸미고 있다. 이런 행태 때문에 당으로 오는 청년은 나날이 줄고 있으며 청년 이탈조차 가속화되고 있다. 이 당에 미래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