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관련 유튜브도 운영…“직원 전원 유튜브 시청자 중 뽑아, 정직하게 일해 신뢰 얻었다”
용산으로 대표하는 조립 컴퓨터 업계는 수십 년간 불신의 대상이었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는 ‘고장이 나면 A/S를 못 받는다’ ‘용산에서 잘못 사면 바가지 쓴다’ ‘싸게 파는 척하고 중고 부품을 넣는다’는 등의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체험판의 컴퓨터 채널은 이런 인식을 완전히 뒤바꿨다. “용팔이들과 나를 비교하지 말라”고 단언하는 박성낙 대표를 만났다.
박성낙 체험판의 컴퓨터 채널 대표
“경기도 군포시에서 컴퓨터 조립업체 ‘체험판의 컴퓨터 채널’과 컴퓨터 관련 유튜브 채널(구독자 수 18만)을 운영하는 33세 박성낙입니다.”
―회사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대해 소개한다면.
“2017년 반지하에서 초기자본 600만 원으로 사업을 시작해 2019년에는 14억 원 매출, 올해는 40억 원 안팎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직원 전원을 제 유튜브 채널 시청자 중에 뽑아 함께 일하고 있으며 정규직 채용 시 연봉 3000만 원과 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해 초과 근무는 절대 없습니다. 유튜브 채널은 주로 컴퓨터 관련 제품을 다룹니다. 제품의 장단점을 솔직하게 평가하고 쓸 만한 제품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월간 견적, 컴퓨터 사기 전에 알고 가는 코너 등의 영상을 올리고, 매일 오후 6시에는 실시간 방송도 진행합니다. 최근에는 인생상담소라는 코너를 만들어 구독자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포맷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흔히 컴퓨터 조립업체는 대부분 서울 용산에 몰려있다. 경기도 군포에서 신생 업체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어릴 적부터 컴퓨터를 좋아했고 관심이 있었습니다. 사업적인 측면에선 정직하고 떳떳하게 일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디테일하게 접근하자면 ‘나라면 이 제품을 살 것인가’라는 부분에 신경을 썼습니다. 고객 입장에서 회사를 운영한 것이 성장의 발판이 됐던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는 저를 보고 드라마 ‘이태원클라쓰’와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그 드라마를 본 적은 없지만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참고로 사업체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탈세하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저는 세금과 관련해서는 자진신고와 철저한 납부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개인적인 OOO(제품) 아무거나 사지 말자’ 시리즈가 대표 콘텐츠 중 하나다. 업체별 제품의 장단점을 객관적이지만 신랄하게 평가하는 거로 유명한데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라든지, 업체로부터 싫은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지.
“최근 인텔 10세대 CPU가 출시돼 메인보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M 사(A/S가 좋지 않기로 업계에서 유명한)에서는 체험판 쪽에는 물건을 줄 수 없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A/S가 좋지 않은 제품은 고객에게 추천하지 않고 좋은 평가도 하지 않습니다. 리뷰는 업체에 제품 요구를 하기보다 오더가 들어오면 그것으로 리뷰를 합니다. 대부분 사비로 제품을 구매해 리뷰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협찬 받지 않고 직접 사야 부정적 평가를 하더라도 잡음이 적기 때문입니다. 제조사나 유통사에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대신 어떤 식으로 평가하든 간섭하지 말라고 합니다. 사전 내용 검수 요구도 물론 불응합니다.”
―제품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가성비도 중요하지만, 전자제품의 내구성은 발열과 직결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발열을 최우선으로 봅니다. 그리고 발열이 좋은 제품 중 A/S가 좋은 회사를 고르고, 그리고 가격을 비교해서 가장 좋은 제품을 선정합니다. 참고로 A/S가 안 좋은 제품은 아예 제외합니다. 사실 제품이 불량 나는 일은 잘 없지만 경험상 A/S해야 할 일이 생기면 얼굴 붉히는 경우가 매우 많았습니다.”
―유통업체들과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제품을 팔면 비용을 지불하게 되더라도, 사후처리는 깔끔하게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사업이라는 게 매번 이득만 볼 수는 없는 것인데, 소비자들에게 좀 더 관대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체험판의 컴퓨터 채널 직원들. 박성낙 대표는 직원 전원을 자신의 유튜브 시청자 중에서 뽑았다.
―앞으로의 목표는.
“사업주로서 사람을 고용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인생까지 책임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저희 유튜브 편집자 부부가 출산하는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업주가 가져야 할 마인드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세, 좋은 업무요건 조성, 급여가 밀리지 않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조건을 기본으로 갖추고 정규직 채용을 했다면 65세까지 정년보장을 할 수 있는 업체가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사실 저는 사치를 많이 하는 사람도 아니고, 사업하기 전이나 사업이 자릴 잡은 후나, 씀씀이는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사업의 규모를 키우는 이유는 직원들, 즉 현재의 가족과 미래의 가족들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소비자들이나 구독자들 또는 업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라는 사람을 좋게 봐주셔서 과분한 사랑을 받아 여러분들 덕분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회를 주신 만큼, 제가 더 많이 기여할 방안을 찾아 고용도 계속 늘리고,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리더 중 하나로, 모범이 되는 사업주로서 지속해서 노력하겠습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lithium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