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궁한 ‘에이스급’ 보도방으로 대이동…룸살롱 QR코드 회피 적극 단속 필요
접대여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4월 8일 폐쇄됐었던 유흥업소. 3차례에 걸쳐 이뤄졌던 서울시의 집합금지 명령이 6월 15일 오후 6시부터 해제되면서 룸살롱들이 다시 문을 열었다. 사진=일요신문DB
#“에이스급을 확보하라!” 몸값 높아지는 보도방
코로나19로 유흥업계 전반이 크게 요동을 쳤지만 그럼에도 유일하게 버틴 곳은 보도방들이다. 단란주점이나 유흥업소 등에 접대여성을 공급하는 보도방 역시 어려움을 겪기는 했다. 룸살롱과 단란주점, 불법 노래방 등 보도방 거래처들이 대거 영업을 중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보도방은 돌파구를 찾았다. 업소가 문을 닫으면 속수무책인 업주들과 달리 보도방은 바로바로 새로운 거래처를 찾아냈다. 3월 22일 서울시가 처음으로 유흥주점에 한해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을 당시에는 단란주점이 보도방의 주요 거래처가 됐었다.
강남의 한 룸살롱 업주는 “일부 잘나가는 보도방은 오히려 최근 상황이 호재가 됐을 수 있다. 그쪽은 어떻게든 접대여성들을 보낼 업소를 찾아내며 버텼는데 오히려 평소보다 더 돈을 번 곳도 있다고 알려졌을 정도”라며 “게다가 가장 중요한 아가씨 수급이 좋아졌을 것이다. 일이 급한 강남 고급 룸살롱 소속 접대여성들이 상당수 규모가 큰 보도방들로 자리를 옮겼다”고 설명했다.
‘에이스’는 해당 업소의 간판급 접대여성을 의미한다. 에이스급 접대여성은 대부분 강남 고급 룸살롱에 소속돼 있다. 얼마나 좋은 접대여성을 확보하고 있느냐가 룸살롱의 성패를 가르기 때문에 업소들은 에이스급들의 경우 거액의 마이킹(선불금)까지 줘가며 붙잡아 두려 한다.
반면 보도방 소속 접대여성은 다소 나이가 있고 외모도 에이스급이 아니다. 강남 룸살롱 소속으로 일하다 나이가 차면 강북이나 지방 룸살롱으로 갔다가 나중에는 보도방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코로나19로 강남 고급 룸살롱들의 영업을 중단되면서 당장 돈이 급한 에이스급 접대여성들이 보도방으로 소속을 옮긴 경우가 꽤 된다고 알려졌다.
6월 15일 오후 6시를 기점으로 서울시는 룸살롱 등 유흥시설에 대한 집합금지명령을 해제했다. 다시 문을 연 룸살롱들은 에이스 구하기에 혈안이 됐고 그 사이 에이스급을 다소 확보한 일부 잘나가는 보도방들의 위세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다시 문을 연 룸살롱들은 에이스 구하기에 혈안이 됐고 그 사이 에이스급을 다소 확복한 일부 보도방들의 위세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사진의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일요신문DB
열화상카메라가 고급 룸살롱에 설치되는 까닭은 물론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장소임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앞다퉈 이런 장비를 갖추고 있다. 룸마다 손소독제와 소독용 물티슈가 구비돼 있고 최고급 공기청정기 등도 마련돼 있다.
강남의 한 텐프로 룸살롱 업소 임원은 “텐프로 업소의 명맥을 이어가려면 뭐든지 최고급이어야 한다. 우리도 열화상카메라 등 각종 감염병 예방을 위한 장비와 소품을 구비하고 있는데 어떤 업소에선 룸마다 의류관리기까지 설치한다더라”며 “살균 기능으로 행여 옷에 묻어 있을지 모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까지 제거해 준다는데 실제로 그런지는 중요하지 않다. 손님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룸살롱들도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행여 어딘가 룸살롱에서 또 감염자가 나오면 다시 영업이 중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증상 감염자까지 걸러낼 수는 없는 터라 밀폐된 공간에서 접촉이 빈번한 룸살롱은 여전히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QR코드 딜레마’
오랜만에 룸살롱 영업이 재개되면서 꽤 손님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골 고객은 물론이고 룸살롱 등 유흥업소를 접대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해오던 이들이 대거 예약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가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도 있지만, 동선 공개로 유흥업소 방문 사실이 드러날 것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방역 차원에서 룸살롱 방문 손님들은 QR코드(전자출입명부)를 찍어야 한다. 동선 공개 자체도 꺼려졌는데 아예 QR코드를 찍어야 한다는 부분이 손님들 입장에서 더욱 거부감을 갖게 만들 수도 있다. 반대로 룸살롱에 가더라도 업소 측과 잘 얘기해 QR코드를 찍지 않을 경우 자신의 방문 기록을 남기지 않을 수 있다.
유흥업계 관계자는 “불법적으로 VIP급 손님들에게 QR코드를 찍지 않고 들어오도록 해주는 게 룸살롱의 새로운 서비스가 될 수도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방역 당국의 단속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