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 최신종 무서워 제보 꺼려…FX마진거래로 9000만 원 잃은 것이 범행 동기 주장
돌잔치 때 아이를 안고 있는 최신종. 사진=최신종 카카오톡 프로필
일요신문은 재판 다음 날인 19일 최신종 지인들에게 다시 연락을 시도했다. 대부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를 받은 한 지인은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여전히 최신종이 두렵느냐’는 물음에 아무 대꾸를 하지 않았다.
최신종의 변호인은 재판에서 최신종의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살해한 것은 맞지만 성폭행과 강도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신종의 변호사는 “시신유기와 살인은 인정하지만 강도와 강간은 아니다”라며 “피해자와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고, 금팔찌와 현금 48만 원은 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량을 최대한 낮출 요량으로 보인다.
최신종의 변호인은 이어 “전북경찰청에서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상대로 디지털 포렌식을 시도했는데 패턴 해제를 못 해 실패했다는 회신이 증거 목록상 확인됐다”면서 “피고인은 과거 피해자와 일정 부분 밀접한 관계였고, 그동안 메시지가 아닌 보이스톡으로 피해자와 연락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5월 20일 최신종의 신상을 공개했다. 사진=전북경찰청 제공
결국 최신종은 살해, 시신유기 혐의는 인정하지만 성폭행과 강도 혐의는 인정하지 않는 데다 약물 복용으로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하고 있다.
최신종의 형량 낮추기 시도가 얼마나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약 복용 사실이 인정돼 심신미약 판정을 받을 수도 있고, 유서를 남기거나 자해를 한 사실이 정상참작 사유가 될 수도 있다”면서도 “실제론 형량이 낮아질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수사 방해로 가중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신종의 태도는 지인들의 추가 제보를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전북경찰청은 “2건 이외의 여죄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일요신문이 만난 최신종 복수의 지인들은 여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복수의 지인들은 “8년 전 최신종을 만난 여성이 갑자기 사라졌다. 주변 사람들은 공공연히 아는 사실”이라며 “물론 다른 지역으로 떠난 것뿐일 수도 있지만 그 후에 연락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관련 수사나 제보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최신종의 범행 동기를 ‘사설 외환 차익거래’(FX마진거래) 손실로 꼽았다. 검찰은 “최신종은 불법도박인 FX마진거래에서 손실을 보게 되자 아내의 지인인 A 씨(34)에게 돈을 빌리려고 했다”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최신종은 “도박 빚이 9000만 원 있는데 갚아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가 피해자 A 씨가 “도박하지 말라”고 훈계하자 범행을 저질렀다.
최신종의 첫 번째 범행 피해자로 알려진 A 씨의 시신이 버려진 임실군의 갈대밭. 사진=연합뉴스
최신종은 4월 15일 0시께 A 씨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우고 다리 밑으로 데리고 가 성폭행한 뒤, 금팔찌와 48만 원을 빼앗고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신종은 그로부터 4일 뒤 랜덤 채팅앱으로 만난 부산 실종 여성 B 씨(29)를 같은 수법으로 살해했다고 알려졌다. 검찰은 두 번째 살해 사건으로 최신종을 추가 기소할 계획이다.
한편 최신종이 했다는 FX마진거래는 최근까지도 ‘합법적 투자’로 여겨졌다. FX마진거래는 두 개 통화를 동시에 사고팔며 환차익을 노리는 거래다. 금융당국의 인가를 얻은 금융회사를 통해 투자한다면 합법이지만 사설 업체를 통하면 불법 도박이다. 대표적인 사설 업체로 ‘FX렌트’가 있는데, FX렌트의 조 아무개 회장이 4월 24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으로부터 도박 공간을 개설한 혐의로 징역 5년, 추징금 336억 원을 선고받았다. FX렌트 거래가 도박임이 증명된 순간이었다. 만약 4월에 이런 선고가 없었다면 최신종은 도박이 아닌 합법적 투자를 하다가 돈을 잃은 것이 됐을 수도 있다(관련기사 ‘그 많던 광고가…’ FX렌트 도박죄 중형 선고 앞과 뒤).
박현광 기자 mu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