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억제하는 규제 중심 대책 중장기적 한계…김포·파주 등 비규제지역 벌써 ‘풍선효과’ 우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갭투자 규제를 핵심 내용으로 한 문재인 정부 21번째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
지난 6월 17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규제 대상인 투기과열지구를 31곳에서 48곳으로, 조정대상지역을 44곳에서 69곳으로 확대했다. 수도권 전역은 물론 대전·청주 등 지방까지 포함됐다. 대전 동·중·서·유성구와 인천 연수·남동·서구는 조정대상지역을 거치지 않고 바로 규제 단계가 더 높은 투기과열지구가 됐다. 다만 김포·파주·포천·가평 등 북한 접경지역과 자연보전권역은 제외됐다.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에서는 조합원 분양신청 시점까지 2년 이상 거주한 조합원에게만 분양신청을 허용한다. 갭투자를 막기 위해 전입 의무 기간도 조정했다. 기존에는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 2년 내 전입하면 됐지만, 7월부터는 모든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매입할 시 6개월 이내에 전입해야 한다. 또 전세대출을 받은 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에서 3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를 산다면 전세대출을 바로 갚아야 한다.
법인을 설립해 부동산 투자하는 것을 막고자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를 더 강화했다. 부동산 매매업도 부동산 중개업·분양업 등과 같이 법정업종으로 관리해 설립요건, 의무사항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주택매매·임대사업자는 규제지역 내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전혀 받을 수 없도록 할 계획이다.
#고강도 부동산 규제 배경은?
이번 대책은 서울 집값이 10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서고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풍선효과 나타나는 등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선제적으로 꺼낸 카드라는 분석이다. 특히 비규제 지역으로 실수요와 투자자가 몰리며 집값 상승을 이끌었다. 한국감정원의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을 보면 경기 군포(9.44%), 인천 연수구(6.52%), 서구(4.25%), 남동구(4.14%), 경기 안산 단원구(5.73%) 등의 비규제 지역의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해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또 기존 조정대상지역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경기 구리시(7.43%), 수원 영통구(5.95%)와 권선구(5.82%) 등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서울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갭투자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 5월 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갭투자 비중은 전체 주택 거래 중 72%를 넘어섰다. 이는 연초 대비 15%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다. 또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의 주택거래량이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법인 매수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국적으로 법인이 매수한 아파트 비중은 2017년 1%에서 현재 6.6%까지 늘어났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이번 정책은 풍선효과, 갭투자 등 투기수요를 막고 부동산 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정책으로 단기적으로 집값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수요를 억제하는 규제 중심의 대책으로는 중장기적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에 따른 공급 정책도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수요 억제만? 공급 정책 어디에...
이번 대책에 정비사업 규제도 포함돼 주택 공급량이 더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안전진단과 거주요건을 강화하고 재건축 부담금도 본격적으로 징수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미 수차례 정부 규제로 공급이 줄어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6~7월 서울·경기·인천에서 재개발·재건축으로 10곳에 9354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 수준이다. 향후 주택 공급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국토부 주택건설인허가 실적에 따르면 올해 1~3월 서울은 민간 인허가는 1만 3067가구로 전년 동기보다 50.7% 감소했다. 인천도 2698가구로 전년 대비 80% 가까이 급감했다.
공급이 줄어드니 청약경쟁률은 치솟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6월 11일 기준 올해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40.7 대 1로 지방 18.3 대 1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수도권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이 지방을 앞지른 건 2010년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수도권 분양단지는 5곳 중 1곳꼴로 100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일 만큼 청약 열기가 뜨거웠다. 올해 전국에서 청약을 진행한 아파트(수도권 56개, 지방 74개) 130개 가운데 경쟁률이 100 대 1 이상인 곳은 16개다. 이 중 12개가 수도권 아파트다. 특히 서울은 평균 청약경쟁률이 99.3 대 1에 달했다. 2000년 집계 시작 이후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인천과 경기도는 비규제 지역을 중심으로 청약수요가 몰리면서 각각 경쟁률이 37.3 대 1과 37.2 대 1로 집계됐다.
최성락 리얼투데이 과장은 “연이은 정부 규제로 인해 인천·경기 등의 비규제 지역 인기가 높아져서 비정상적으로 청약이 잘 됐다”며 “비규제 지역 집값이 상승하는 풍선효과로 인해 덩달아 분양가도 따라 오르면서 고분양가 논란도 불거졌다”고 말했다. 이어 “청약 열기는 하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규제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김포, 파주에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포의 모델하우스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김포·파주 풍선효과 이어지나
김포와 파주가 규제를 피하면서 풍선효과의 대상 지역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발표가 직후라 아직은 향후 추이를 관망하는 분위기라는 것이 현지 부동산 업계의 전언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일부 지역에서는 호가가 상승하고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가 읽힌다.
김포 운양동 한 공인중개사는 일요신문에 “거래량과 문의가 증가한 건 맞다. 다만 비규제 지역에 대한 풍선효과로 보려면 아직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포 운양동 다른 공인중개사도 “호가가 그렇게 올라가진 않았고 작은 평수 위주의 저가 매물이 나가고 있다”며 “갭투자 문의가 잇따르고 있기는 하지만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현재로서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파주 운정신도시 한 공인중개사는 “비규제지역 발표 후 가격이 크게 뛰지는 않았지만,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들이 추이를 지켜보기 위해서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대책 이전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김포 집값은 0.33% 올랐고, 파주 집값은 0.27% 떨어져 별다른 상승세가 없는 곳이다. 같은 기간 전국 집값은 2.21% 올랐다.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6월 19일 국토부는 “대책 발표 직후부터 비규제 지역인 파주와 김포 등에서 부동산 거래 호가가 치솟는 풍선효과가 감지되고 있다”며 “이번 규제지역 지정 이후에 비규제지역에서 주택시장 과열 우려가 발생하는 경우 규제지역 지정에 즉시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