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LG 떠난 이유 “우승 간절하기 때문”…“FA 계약 독단 결정, 아내한테 미안해요”
유병훈은 이번 FA 이적으로 적으로만 상대하던 KCC 유니폼을 입고 뛴다. LG 시절 KCC를 상대하던 유병훈(오른쪽). 사진=KBL
#새로운 팀, 새로운 동료들
유병훈은 프로 커리어에서 처음으로 이적을 경험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쳤기에 상무에서 뛴 경험도 없다. 대학 졸업 이후 줄곧 한 팀에서만 활약했다. 그는 “농구를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다. 이전과 확 다른 분위기다. 다음 시즌이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적응에는 무리가 없었다. 이전부터 친분이 있던 이정현 정창영 최현민 등과 함께하고 있기에 단 하루 만에 팀 분위기에 적응했다고 한다. KBL에서 ‘호랑이’로 꼽히는 전창진 감독의 존재는 어땠을까. 그는 “감독님과 한 팀에 있는 것이 처음이라 살짝 긴장도 했다. 그런데 말씀도 유머러스하게 하시고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려고 노력하셔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KBL 내 대부분 팀이 지난 6월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유병훈은 이미 지난 3월 리그 종료 이후 보강운동에 집중해왔다. “지난 시즌 부상 이후 운동 능력이나 기능들이 완벽하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부분적인 강화 운동에 중점을 뒀고 이제는 뛰는 운동을 더해가며 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팀 소집 이후 ‘이적생’ 유병훈을 가장 놀라게 한 선수는 송교창이다. 그는 “교창이가 고등학교 후배지만 이전까지 이렇게 가까이서 지켜볼 일은 없었다. 같은 팀에서 뛰어보니 성격도 활발하고 운동도 정말 열심히 하더라. 밖에서 보는 것보다 더 무서운 선수라고 느꼈다”며 칭찬했다.
#‘할 말’ 있었던 계약 과정
이번 FA 시장에서 유병훈은 뜻밖의 루머에 시달렸다. 계약기간 5년, 첫 해 연봉 2억 5000만 원에 KCC와 사인한 그에 대해서 ‘다른 팀에서 훨씬 많은 금액을 제안받고도 KCC와 계약했다’는 풍문이 돌았다. 자연스레 ‘큰 연봉을 포기한 선수’라는 말이 나왔다. 이에 대해 그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며 입을 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현재 금액보다 많은 금액을 직접적으로 제안받은 적이 없다. 나에게 그런 금액을 생각하신 팀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안은 없었다. 루머가 선수생활에 치명적인 내용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너무 그렇게들 알고 계시니까, 바로잡고 싶었다. 그런데 나에게 직접적으로 확인을 요청하는 경우가 없어서 나설 수 없었다. 내가 먼저 나서는 것도 어색했다. 내가 그 정도 유명한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웃음).”
LG 시절 유병훈. 유병훈은 ‘우승’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 그는 “팀 내 공격력 좋은 선수들을 살려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필요한 상황에선 내 득점도 챙기면서 우승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KBL
그는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있기에 다음 시즌이 더욱 기다려진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였다. “지난 시즌이 예정보다 일찍, 플레이오프도 없이 마무리됐는데 빨리 개막을 했으면 좋겠다. 한 달이라도 당겨서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라며 웃었다.
이어 “무관중 경기로 시즌이 시작된다면 아쉬울 것 같다”며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를 무관중으로 치렀는데 이전과 너무 다른 느낌이었다. 전 소속팀 LG는 창원 팬들의 열정이 대단한 팀이다. 홈경기였지만 홈이 아닌 느낌이었다. KCC도 마찬가지다. 전주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 속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주 팬들을 빨리 만나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그는 “지금 같은 비시즌 기간에 KCC 팬들과 함께하는 행사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행사를 열지 못하고 있는데 참 아쉽다”면서 “팬들이 있기에 선수도 있는 것이다. 이적 첫 시즌에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언제나 나를 응원해주는 가족
생애 첫 이적에 자신을 응원해주는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부모님은 언제나 나의 선택에 지지를 보내주시고 응원해주신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아내도 내 의견을 많이 존중해줬다.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말했다.
3년간 연애 끝에 2018년 여름 웨딩마치를 울린 유병훈과 아내는 동갑내기 부부다. 연애 이전까지 농구에 대해 잘 모르던 아내는 어느덧 전력분석가처럼 남편에게 조언을 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유병훈은 “가끔 놀랄 때도 있다. 농구를 배우지 않았기에 때로는 새로운 발상으로 조언을 해주는데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다. 못한 경기에는 강하게 질책한다. 서운한 마음이 들 정도다(웃음). 물론 잘할 때는 배 이상 칭찬해준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이번 FA 이적 과정에서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이야기했다.
“협상 기간 전까지는 계약에 대해 얘기를 나눴지만 정작 협상에 돌입하면서 내가 독단적으로 결정했다. 얘기를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원래 하던 일도 있었는데 나 때문에 접어두고 집안일에 집중하고 있다.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친군데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팀을 옮기면서 집도 이사를 했는데 거의 모든 부분을 아내가 도맡아서 했다. 고마운 마음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다.”
쑥스러워하는 그에게 말로 표현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래도 자주 표현하려 한다. 그리고 내가 서운하게 했던 부분을 잊을 수 있도록 농구를 포함해 뭐든 열심히 해야 한다”고 웃으며 답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