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수준 농구 빨리 경험하며 발전…웨이트·슛거리 늘리기에 열중”
전주 KCC 이지스 포워드 송교창. 이종현 기자
[일요신문] 이번 시즌 프로농구에도 어김없이 드래프트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난 19일 지명 순위가 결정된 10개 구단들은 오는 26일 열릴 드래프트에서 어떤 선수와 미래를 함께할지 고민이 한창이다. 최근 몇년간 KBL 드래프트에서는 대학 졸업 이전 프로 무대에 뛰어드는 ‘얼리 엔트리’가 화두다. 얼리 엔트리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전주 KCC 이지스 포워드 송교창의 사례는 매년 드래프트를 전후로 끊임없이 회자된다.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기도 전에 만 19세의 나이로 프로 무대에 뛰어든 송교창을 ‘일요신문’이 만나봤다.
송교창은 KCC에 지명되던 지난 2015년 10월 26일을 절대 잊지 못한다. 자신감은 있었지만 본인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빠른 순번과 지명 팀이었다. 그는 “3순위에서 이름이 불렸는데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머릿속에서 ‘진짜 나라고?’라는 생각 뿐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고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만 19세의 송교창에게 프로 무대는 모든 것이 생소했다. 그는 “입단 첫 날 정말 긴장했었다. 보통은 2~3명이 함께 입단을 하는데 드래프트 동기인 박준우 형이 사정이 있어서 하루 늦게 팀에 합류했다. 혼자라 더 긴장이 됐다. 그 때 너무 얼어 있어서 누가 나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라며 웃었다.
지난 4년 사이 송교창은 19세 소년에서 팀 주축 선수로 성장을 거듭했다. 사진=KBL
2015-2016 시즌 당시 기록에서도 송교창이 프로의 벽을 실감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신인으로선 적지 않은 숫자인 20경기에 나섰지만 평균 출전시간은 8분 27초, 평균 1.5점, 1.7 리바운드만을 기록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2년차엔 날아 올랐다. 그는 2016-2017 시즌 경기당 평균 30분 이상을 출전했고 평균 11.0점, 5.6 리바운드, 1.9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리그 2년차에 팀에 없어선 안될 주축 선수로 자리잡았다. 그렇게 정규시즌을 마무리하고 ‘기량발전상’이라는 보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기위해 자신이 보강을 했던 부분으로 웨이트와 슛거리를 꼽았다. “처음 프로에 올 때 워낙 마른 편이었다. 당시 몸무게가 86kg 정도였다”며 “가장 많이 몸무게를 늘렸을 때가 100kg이었는데 체지방을 줄이며 현재는 95kg 정도다. 지금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웨이트를 늘린 효과로 “몸싸움 면에서 확실한 차이가 느껴진다. 스스로 노력을 해왔기에 심리적으로도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웨이트 이외에도 슛거리를 늘리며 시도가 적었던 3점슛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송교창은 경기 외적으로도 프로 무대에 적응해야 했다. 그는 “어차피 대학을 가든 프로에 가든 환경이 바뀌는 것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면서도 “학교에서는 1년이 지나면 2학년이 되며 팀에서 중간급이 되는데 프로에서는 그냥 20살에서 21살이 되는 거더라(웃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리로 뽑히는 선수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지난 시즌에 한 살 어린 (유)현준이가 입단하면서 이제 막내는 아니다”라며 웃었다.
매년 드래프트 시기가 다가오면 남다른 기분이 들지만 올해는 송교창에게 더욱 특별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입단할 이번 신인들이 드디어 그와 동갑인 선수들이다. 그는 “이번에 들어올 선수들이 나이는 동갑이지만 학교 동기들을 만나려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중학교 때 1년을 유급했었다(웃음)”며 “친분이 있는 선수들과는 연락을 해서 ‘잘되길 바란다’는 정도로 덕담을 건넸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조금 이른 선택에 후회는 없었을까. 그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높은 수준의 환경에서 뛰며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농구 선수로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선수로서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선수로선 후회가 없지만 다른 면에서 후회가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다. 대학생활을 단 하루도 못해봤으니까. 엠티나 미팅 같은 게 뭔지 모른다(웃음). 그래도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 똑같이 놀아도 돈을 버는 사람과 벌지 않는 사람이 다르지 않나”라며 웃었다.
1996년생 만 22세, 운동선수가 아니라면 대학에 다니거나 군 복무를 할 나이지만 송교창은 어느덧 4년차 프로 선수다. 뛰어난 활약으로 이미 억대 연봉자 대열에 들어섰다. ‘22세 억대 연봉자’의 재테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그의 대답은 “전혀 모른다”였다. 그는 “스무살부터 직접 만지기에는 큰 돈이지 않나. 모두 부모님이 관리를 하시고 나는 카드를 받아서 필요할 때 쓴다. 시즌 중에는 나가서 돈 쓸 일도 거의 없다. 저축이 되고 있는지 어디에 투자가 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부모님께서 잘 가지고 계시다가 나중에 주시리라 믿고 있다”라며 웃었다.
송교창은 자신의 롤모델로 최근 소속팀에서 사퇴한 추승균 전 감독을 꼽았다. 이종현 기자
추 감독은 그에게 롤모델이기도 했다. 송교창은 “감독님이 현역시절 내 포지션(포워드)에서 뛰셨다. 워낙 다재다능한 선수였고 오랜 기간 활약했기에 영상 등을 참고했고 따라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더 이상 롤모델의 지도를 받을 수는 없지만 새로운 체제에서의 희망도 전했다. 추 감독이 자리를 비운 KCC는 코치를 맡고 있던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오그먼 감독 체제에서 KCC는 2연승을 기록했다. 송교창은 “2연승을 하면서 팀 분위기가 다시 잡히는 것 같다”며 “아직 오그먼 감독님과 많은 훈련 시간을 갖지는 못했기 때문에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다만 감독님이 강조하시는 것은 활동량이다. ‘뛰어야 농구다’라고 자주 말씀하신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23일 현재 KCC는 최근 2연승으로 5할 승률로 복귀했다. 새로운 출발을 계획하는 시점, 송교창의 시선은 우승을 향해 있었다. 그는 “아직 2연승을 했을 뿐이지만 시즌 말미에는 우승을 하는 것이 목표다. 신인 때 팀이 정규리그 우승을 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졌다. 이번에는 주축 선수로서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