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무 총괄 패션 부문 실적 하락세…“COO 취임 1년 반, 더 지켜봐야” 의견
코오롱의 차기 회장으로는 이웅열 전 회장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가 거론된다. 하지만 이 전무의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고, 나이도 만 36세에 불과해 회장 취임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의 장녀 소윤 씨와 차녀 소민 씨는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2018년 11월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이 사퇴한 후 코오롱 회장직은 아직까지 공석이다. 경기도 과천시 코오롱 본사. 사진=박은숙 기자
이웅열 전 회장의 사퇴 후 코오롱 실적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주)코오롱의 매출은 2018년 4조 3245억 원에서 2019년 4조 4060억 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50억 원에서 1245억 원으로 상승했다. 올해 1분기 매출도 1조 312억 원으로 2019년 1분기 9769억 원보다 상승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이웅열 전 회장 퇴임 이전부터 자율경영·책임경영 체제로 그룹이 운영됐기에 각 계열사가 사업을 영위하는 데 특별히 문제는 없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총수가 부재하면 그룹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은 공격적인 투자나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스스로 결정하기 어렵다”며 “총수가 부재하면 당장 실적에는 영향이 없어도 장기적으로 여러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전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하더라도 총수가 제시하는 그룹의 방향성 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웅열 전 회장이 사퇴할 당시 이규호 전무는 코오롱인더스트리 FnC(패션) 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돼 그룹의 패션 사업을 총괄하기 시작했다. 당시 코오롱 측은 “이규호 전무에게 바로 그룹 경영권을 물려주는 대신 그룹의 핵심 사업부문을 총괄 운영하도록 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토록 한 것”이라며 “그룹을 이끌 때까지 경영 경험과 능력을 충실하게 쌓아가는 과정을 중시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밝혀 차기 경영권이 이 전무 측에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이 전무는 지주사인 (주)코오롱이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글로벌의 지분은 갖고 있지 않다.
이규호 전무가 총괄하는 패션 부문의 최근 실적은 좋지 않은 편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매출은 2018년 1조 456억 원에서 2019년 9729억 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도 399억 원에서 135억 원으로 하락했다. 올해 1분기 매출도 1708억 원으로 2019년 1분기 매출(2348억 원)보다 600억 원 이상 줄었고, 영업손실 140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FnC 부문 실적 악화에 대해 코오롱 관계자는 “패션 업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고, 아웃도어 시장 침체로 실적이 좋지 않았다”며 “돌파구를 찾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내셔널지오그래픽’ 브랜드를 판매하는 더네이쳐홀딩스의 매출은 2018년 1412억 원에서 2019년 2353억 원으로 늘었고, ‘디스커버리’ 브랜드를 판매하는 F&F의 매출도 6683억 원에서 9103억 원으로 늘어나는 등 매출이 증가한 아웃도어 업체도 적지 않다.
이규호 전무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리베토코리아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18년 1월, 코오롱하우스비전은 셰어하우스 사업부문을 분할해 리베토코리아 법인을 설립했고, 이 전무가 대표에 취임했다. 리베토코리아의 매출은 2018년 12억 원에서 2019년 35억 원으로 3배가량 늘었지만 2018년과 2019년 각각 48억 원, 46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지난 18일 이웅열 전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회사가 어수선해 이 전무의 회장 취임은 더 조심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 조사 결과 코오롱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에 포함된 성분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신고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 성분으로 드러났는데, 이 전 회장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숨기고 식약처에 허위 자료를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8일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회사가 어수선한 가운데 이규호 전무의 회장 취임이 더 조심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2019년 7월 차명주식을 보유하고, 이를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을 받은 이웅열 전 회장. 이 전 회장은 해당 혐의로 벌금 3억 원을 선고받았다. 사진=최준필 기자
따라서 코오롱 경영권 승계는 인보사 사태가 정리되고,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준 이후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웅열 전 회장도 사퇴 당시 언론간담회에서 “능력이 있다고 판단돼야 경영권 승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이규호 전무가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경영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COO에 취임한 지 1년 6개월에 불과해 능력을 판단하기에 이르다는 주장도 있다. 앞의 재계 관계자는 “1~2년의 단기적인 실적으로 경영 능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총수는 오랜 기간 그룹 경영을 맡을 것이기에 당장 실적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규호 전무는 COO 취임 후 2030세대 공략, 브랜드 강화 등의 계획을 갖고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2019년 6월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인플루언서가 기획과 디자인을 맡고 기업이 생산과 유통을 맡는 새로운 패션 비즈니스 모델 ‘커먼마켓’을 선보였다. 2019년 말에는 콘셉트 스토어 ‘솟솟618’과 ‘솟솟상회’가 개장했으며 지난 1월에는 국내 최초로 골프 브랜드 ‘G/FORE’의 공식 수입을 시작했다. 지난 2월에는 캐주얼 브랜드 ‘하이드아웃’을 인수했다. 인수 당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하이드아웃에 대해 “2030세대에게 큰 지지를 받는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단기간 내 실적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사업은 진입 장벽이 낮고, 시장 변화가 많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경기 변동에도 매우 민감해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2020년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실적을 예측하면서 “연평균 마이너스(-) 10% 역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FnC 부문은 브랜드 재정비 과정으로 수익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