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허가 취소·상장폐지는 임상만으로 해결 안돼…회계법인 감사의견 거절 ‘산’도 넘어야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4월 11일 미국 FDA로부터 인보사의 미국 임상3상 재개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FDA는 티슈진에 ‘임상보류 해제(Remove Clinical Hold)’ 공문을 보내 인보사에 대한 “모든 임상보류 이슈들이 만족스럽게 해결됐다. 인보사의 임상시험을 진행해도 좋다”고 전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코오롱티슈진은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로, 인보사의 개발과 미국 현지 임상시험 등을 담당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은 최근 미국 FDA로부터 인보사 임상3상 재개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세포와 성장인자를 섞은 세포 유전자 치료제다. 코오롱티슈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그러나 지난해 FDA는 임상3상 진행 중 당초 회사가 제출했던 계획서와 달리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을 유발하는 신장세포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시험을 중단했다.
한국에선 더 강도 높은 처분을 받았다. 식약처는 품목 허가를 취소한 데 이어 회사가 허가 당시 허위자료를 제출했고 세포가 바뀐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감췄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한국거래소는 코오롱티슈진의 매매거래를 정지하고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본 투자자들과 인보사 투약환자, 보험사 등이 1100억 원 안팎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면서 코오롱그룹 전체를 사면초가에 빠뜨렸다.
이런 가운데 나온 이번 임상3상 시험 재개 결정은 코오롱생명과학 입장에선 분명한 호재다. 우선 앞서의 각종 소송들과 상장폐지 등 위기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그동안 코오롱 측도 미국에서 인보사의 임상3상을 다시 진행하고 품목 허가까지 받아내는 게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판단하고 회사 역량을 모두 동원했고 결국 시험 재개를 얻어냈다.
시장은 곧바로 화답했다.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임상 재개 소식이 알려진 이후 열린 지난 4월 13일 장 초반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같은 날 한국거래소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투자경고종목 지정 예고를 했지만, 시장 분위기는 식지 않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지난 4월 13일부터 16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17일 오전 장중 한때 5만 2000원까지 올랐다가 4만 85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4월 8일 주당 2만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9일 만에 240% 이상 폭등했다.
그러나 코오롱의 ‘기사회생’을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것이 관련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국내 품목 허가 취소나 상장폐지 등 ‘리스크’는 임상 재개 사실 하나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식약처부터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지난해 품목 허가 취소 판단과 이번 FDA 결정은 결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코오롱 측이 당초 계획했던 연골세포가 아닌 바뀐 세포(신장세포)로 임상시험을 하겠다고 신청했던 만큼 임상 재개만으로 국내 허가가 재검토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식악처 관계자는 “허가 당시 밝혔던 세포가 사실은 다른 세포였고, 이에 따른 제출 자료가 허위였다는 골격 사실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코오롱 측도 이번 FDA 결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코오롱티슈진이 이전까지 제출한 임상시험 데이터의 유효성을 인정해 이를 기초로 신장유래세포로 환자 투약을 포함한 임상3상 시험을 계속해도 좋다고 인정해 준 의미”라고 밝혔다. 인보사 성분이 바뀐 것은 맞다는 얘기다.
다만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그동안 시험 결과를 봤을 때 효과가 있다는 점이 인정돼 바뀐 성분으로 계속 임상시험을 할 수 있도록 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FDA로부터 인보사의 ‘과학적인 안전성을 확인’ 받았다는 취지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문제가 불거졌을 때부터 “연골세포와 신장세포의 이름만 잘못 알았을 뿐, 인보사 자체는 안전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인보사 임상3상 재개 사실 만으로는 ‘반전’을 말하기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의료,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명확한 결과는 임상시험이 끝난 뒤에야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임상시험은 쉽게 말해 연구 단계라, 위험성이 있어도 통제 및 관리가 가능하면 허용될 수 있다. 그러나 품목 허가는 다르다. 임상시험 통과가 전제돼야 하고, 별도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된 제품만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임상이 재개됐다고 해서 안전성이 확인돼 판매가 허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임상3상 기간만 3년이고, 품목 허가를 받는데도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 이 과정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현재로선 인보사는 검증을 받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논란이 있었던 만큼 임상시험 지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자가 6만 명에 달하는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5월 코오롱티슈진 매매거래를 정지하면서 “인보사 품목 허가 취소 사실을 확인했고, 이는 코오롱티슈진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사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후 코오롱티슈진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거쳐 상폐 위기까지 몰렸다.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지난 4월 14일 위원회 심의의결을 통해 코오롱티슈진 감사의견 개선기간을 2021년 5월 10일까지로 연기했다. 당초 코오롱티슈진은 올해 10월 11일까지 개선기간 1년을 받았다. 일각에선 임상3상 재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증권업계 관계자는 “임상 재개 사실이 고려되긴 했겠지만, 전반적으로 회계 기준상 경영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시간을 조금 더 번 셈이지만, 임상 재개 외에도 상폐를 피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있다. 지난 3월 16일 티슈진 감사를 맡은 한영회계법인이 지난해 회사 사업보고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결정했다.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은 상장폐지 사유다. 한영회계법인은 코오롱티슈진 감사의견 거절에 대해 “회계 부정 등이 강하게 의심되고, 회사는 외부 전문가 선임 등 기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한영회계법인은 지난해 5월과 8월에도 잇따라 티슈진 감사보고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오롱티슈진은 2021년 다시 감사를 받는다. 여기서 한영회계법인이 제기한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올해와 같은 결정을 받을 수 있다. 인보사 임상3상 결과는 그 전에 나오기 어렵고, 시험 중간에 유의미한 내용이 나오더라도 ‘비적격’ 의견을 받으면 상장폐지된다. 이에 대해 코로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러운 단계”라며 “올해 안에 재개할 임상3상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