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낮추고 고급설계 내놔 수익성 고민…시공사-조합-조합원 이견 땐 사업 지연 우려도
현대건설이 한남3구역 시공권을 따내면서 다른 주택정비사업 수주를 위한 포석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수익성이 떨어지고 조합 내부 및 조합원과 시공사 간 이견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우려 사항으로 꼽힌다.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한남3구역은 한남동 일대 38만 5687㎡(약 11만 6670평) 면적에 197개동 5816가구를 짓는 재개발 사업으로 사업비만 7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현대건설은 이번 수주로 올해 국내 도시정비사업 실적 업계 1위를 차지하게 됐다. 한남3구역은 현대건설에 실적 1위 자리를 탈환한 것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서울의 대표적인 노른자위 주거지로, 한남뉴타운 5개 구역 중 면적이 가장 크고 사업 속도도 빠르다. 한강변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수 있어 상징성과 광고 효과도 크다.
현대건설은 2017년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 사업도 수주했다. 이번 한남3구역 수주로 한강을 사이에 두고 디에이치 타운을 조성하는 ‘한강변 H벨트’ 구상이 한층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남뉴타운 2·4·5구역을 비롯한 다른 정비사업 수주전에서도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강을 남쪽으로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 여건을 갖췄고 인근에 고급 주거단지가 위치해 입지가 매우 좋다”며 “한강벨트에 랜드마크가 없는 현대건설 입장에서 한남3구역은 굉장히 중요했고 그래서 수주에 더 적극적이었다고 본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 수주를 위한 포석도 필요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다른 메이저 건설사들은 서울 곳곳에 래미안·아크로·자이타운이 있지만 현대건설은 없었다”며 “한남3구역을 디에이치타운으로 가져감으로써 향후 한남·이천·서빙고 등 용산 일대 수주까지 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것은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한 덕분이다. 우선 공사비를 낮췄다. 현대건설은 조합이 내놓은 원안설계를 업그레이드한 대안설계로 대림산업(1조 8800억 원)보다 낮은 1조 7377억 원을 내놨다. 조합이 예정한 원안설계비(1조 8880억 원)보다 낮다. 이주비 담보인정비율(LTV) 40%에 60% 추가 조달, 분담금 입주 1년 후 100% 납부, 사업촉진비 5000억 원 지원, 아파트‧상가 100% 대물변제, 현대백화점 입점 등 다양한 조건도 제시했다.
현대건설이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의 시공권을 확보하면서 부동산·건설업계 이목이 쏠린다.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지역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다만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입찰 당시 시공사마다 조합원들의 표심을 얻고자 고급설계안을 내놨는데,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에는 예정 공사비가 적다는 지적이 있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은 한남동 부촌 이미지에 걸맞은 고급 설계와 최고급 수준의 마감재를 원할 텐데 지금의 공사비로는 부족하다”며 “시공사는 수백 억, 수천억 원의 손실이 날 수 있다”고 했다.
조합원 수가 3800여 명으로 많다는 점도 변수다. 재개발사업은 시공사 선정 이후 감정평가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거쳐 도급계약을 맺은 뒤 이주·철거, 착공, 분양 순으로 진행된다. 도급계약은 입찰제안서에 제시했던 사업 내용과 조건을 문서로 만들어 계약을 체결하는 단계인데, 입찰시 제시했던 조건이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도급계약 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 이때 시공사와 조합 간, 혹은 조합원들 간 이견이 생길 수 있다. 한남3구역은 조합원들이 많고 지분 쪼개기 등으로 이해관계가 복잡해 조율 과정에서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의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경쟁이 치열한 사업일수록 시공사들이 입찰 참여 당시 수주를 따려고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만, 도급계약 시 설계 변경과 마감재 비용 인상 등을 이유로 시공비를 올리는 경우가 있다”며 “도급계약서와 입찰제안서를 두고 시공사와 조합이 협의하는데 비용 책임 등 법적으로 애매한 문구가 많아 어찌 해석하느냐 따라서도 의견이 갈린다. 조율이 안 되면 조합장이나 시공사가 바뀌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대건설은 시공권을 확보한 지 3년이나 지난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에서도 조합집행부와 조합원, 시공사 간 갈등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일반분양가 산정 과정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한남3구역은 조합원 물량이 전체 분양가구의 80%로 일반분양물량이 적어 일반분양가를 높여야 수익이 나는데, 분양가상한제로 조합의 목표 분양가보다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간 의견 조율이 어려워 시공사와 별개로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한남3구역은 일반분양가를 3.3㎡(약 1평)당 6000만~7000만 원으로 계산하고, 그 가격대에 맞춰 사업비를 잡아놨는데 정부 규제 방향 등을 보면 4000만 원대 이상 나오기 힘들다”며 “이 경우 조합원들은 추가 분담금을 훨씬 더 많이 내야하기에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사업 기간이 길어지면 금융비용이 계속 늘어나는 만큼 조합원들이 가장 큰 손해를 보지만 시공사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는다. 앞의 시공사 관계자는 “준공 시점을 정해놓고 매출과 영업이익, 연간사업계획을 세우는데 사업이 지연되면 경영계획에 차질을 빚고 주주 반발이 생길 수 있으며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는다. 또 시공사가 맡은 사업이 지지부진하면 다른 정비사업 조합에서 뽑아주겠느냐”며 “시공사는 금융권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일으키거나 금융기관 알선, 혹은 직접 대출해주며 조합 측에 사업비를 지원하는데, 이는 차입금으로 잡혀 기간이 길어지면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는 것도 우려다”고 지적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 같은 사항들에 대해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