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추진하지만 매각설 불씨 여전…친환경차로 중심 이동 상황서 경쟁력 떨어져
쌍용차는 최근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회사가 주식을 추가로 발행하고 새 투자자가 이를 사도록 해 자금을 끌어오는 방식이다. 매각보다는 유상증자로 외부 자본을 확보하고 이 돈으로 쌍용차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증자에 성공하면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지분(74.65%)은 낮아지게 되지만 회사의 주인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쌍용자동차 대주주 마힌드라가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 사진=쌍용자동차
앞서 마힌드라의 파완 고엔카 사장(쌍용차 이사회 의장)은 지난 6월 12일 인도 현지 매체에 “쌍용차는 새 투자자가 필요하다. 투자자 확보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을 매각하고 쌍용차에서 완전히 손 떼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할 때 자문을 맡았던 삼성증권과 로스차일드를 최근 다시 주간사로 선정하면서 매각설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쌍용차 관계자는 “마힌드라가 입장을 밝힐 당시 세웠던 방침은 유상증자로, 쌍용차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이었다. 바뀐 게 없었는데 그 사이 나온 매각설은 시장이 앞서 나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상증자 규모는 2000억 원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쌍용차가 마힌드라나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금액과 비슷한 규모다. 쌍용차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당장 필요한 돈은 총 4000억 원이다. 절반인 2000억 원은 자산 매각으로 확보해뒀다. 부산물류센터 매각 대금 263억 원과 서울서비스센터 매각 대금 1800억 원 등이다. 지난 4월 마힌드라가 운영비·인건비 명목으로 지원한 400억 원은 대여금 형식으로 수혈됐다.
다만 쌍용차가 신규 투자자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쌍용차의 1분기 정기보고서를 보면, 매출 6492억 원과 영업손실 986억 원을 기록했다. 순손실이 13분기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채비율은 755%이고 자본잠식률은 71.98%다.
쌍용차는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돈을 ‘미래의 쌍용차’를 위해 전기차와 새 중형 SUV ‘제이백’ 개발에 쓸 방침이다. 그러나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끌어 모은 돈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데 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투자자 입장에선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 매력이 떨어진다.
#매각설 불씨는 여전
이 때문에 마힌드라가 다시 쌍용차를 완전히 매각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마힌드라부터 유상증자 추진 방침을 밝히면서 매각을 암시하는 말을 남겼다. 쌍용차에 따르면 아니시 샤 마힌드라 부사장 겸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매각 계획은 없지만 새로운 투자자가 원한다면 지분을 넘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샤 부사장은 고엔카 사장에 이어 내년 4월부터 마힌드라를 이끈다. 주간사를 선정한 것도 유상증자 추진과 매각을 함께 진행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동시에 구체적인 인수 후보들도 거론됐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게 중국의 지리(Geely)차다. 쌍용차 인수를 위해 지리차 관계자가 한국에 실사를 다녀갔다는 소문도 돌았고, 2010년 스웨덴 자동차 생산업체 볼보를 인수할 당시 현재 쌍용차 매각주간사인 로스차일드의 도움을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유력 후보라는 말도 나왔다. 또 다른 중국 자동차 기업 비야디(BYD)와 베트남의 삼성이라고 불리는 빈그룹 산하의 빈페스트(VinFast) 등과도 쌍용차 주간사들이 접촉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지리차와 BYD의 쌍용차 ‘인수설’은 중국에선 아직까지 내연기관 차량 수요가 높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쌍용차의 주력은 내연기관차고, 특히 최근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SUV 전문 브랜드다. 빈그룹의 경우 LG화학과 SK그룹 등과 MOU(양해각서)을 맺거나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등 한국 기업과 협력의 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사업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나 마찬가지라 쌍용차 기술력과 판매망에 눈길이 갈 수 있다.
#마힌드라도 지금 손 털고 나가면 손해
그러나 금융투자 업계에선 쌍용차 매각이 유상증자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평가한다. 거론된 후보자들부터 매각설이 돌자마자 발을 빼거나 답을 피하고 있다. 지리차와 볼보자동차의 모기업 지리홀딩스는 마힌드라의 ‘새 투자자 물색’ 방침이 공식화 된 직후 중국 매체에 “쌍용차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BYD는 로이터의 쌍용차 인수와 관련한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빈페스트는 자동차 사업을 하기에는 역량에 의문부호가 찍힌다.
중국 시장에서의 쌍용차 ‘경쟁력’도 세계 자동차 시장으로 시선을 넓혀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미 전기차 등 친환경차 중심으로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 중이다. 지리차는 볼보를 통해, BYD는 일찌감치 주력으로 전기차를 내세우고 있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지리차는 쌍용차에 쓸 돈을 볼보에 투입하는 게 더 유리하고, BYD도 전기차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해 인수설에 선을 긋거나 답변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빈그룹 역시 쌍용차의 현재 자금 위기 개선, 신차 개발 비용 등을 모두 감당하는 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마힌드라도 섣불리 손을 털고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발목을 잡았다. 쌍용차가 3월 말 기준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3899억 원이다. 이 가운데 1670억 원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 BNP파리바 등 외국계 은행 자금이다. 이들은 대출 당시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분율이 51%를 초과 유지해야 한다는 요건을 달았다.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매각하면 상환 압박이 거세진다.
인수 당시와 비교해 현저히 낮아진 주가도 문제다. 유상증자까지 포함해 쌍용차를 인수한 이후 7000억 원을 투자했던 마힌드라의 7월 1일 기준(3310원) 지분가치는 4000억 원대로 고꾸라졌다. 매각에 성공하더라도 지금의 주식 가치로는 투자금의 약 60%밖에 회수하지 못한다. 다른 매각 조건을 걸더라도 당장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건 부담이 크다.
최근 산업은행은 기간산업안정기금 대상에서 쌍용차를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공식화했다. 결국 쌍용차는 매각이든 유상증자든 정부 외에 다른 곳에서만 자금을 끌어 모아야만 회생이 가능한 처지에 몰렸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최근 투자 의향을 물을 기업리스트를 뽑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쌍용차의 사정과 코로나19 여파로 변동성이 큰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작업은 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인수 후보로 거론된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한국 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활용하는 차원에서 쌍용차를 인수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쌍용차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쌍용차로선 선택지가 거의 없지만 현실화될 경우 고심해봐야 할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