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정규직화 논란으로 진영 내 비토까지 확산…버팀목이던 문 대통령 지지율도 빨간불
문재인 대통령이 6월 2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시모네타 좀마루가 스위스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만 건들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문 대통령의 약한 고리다. 부동산 실수요자인 3040세대는 폭발 직전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요원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2030세대의 분노는 ‘조국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부동산과 조국은 과거 문 대통령 지지도를 끌어내린 악재였다. 176석의 거여 출범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2040세대의 비토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는 거대한 화약고라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발언으로 인해 지난해 말 데드크로스(지지도 역전 현상)를 맞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9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집권 반환점을 맞아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행사에 참석,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같은 해 11월 19∼21일까지 조사(22일 결과 공개,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한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48%, 긍정평가는 45%였다. 당시 부정평가 응답자 3명 중 1명꼴(31%)로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을 비토 이유로 꼽았다.
집권 4년 차 상황은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정부는 규제회피용 ‘법인부동산’의 거래를 원천 차단하는 22번째 부동산 정책인 6·17 대책을 발표했지만, 찍어 누른 뒤 집값이 튀어 오르는 풍선효과는 어김없이 발생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6월 23일 “문재인 정부 3년(2017년 5월∼2020년 5월)간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이 한 채당 3억 1400만 원 폭등했다”고 비판했다. 3년 새 52%나 집값이 뛴 것이다.
급기야 친노계 인사도 ‘부동산 때리기’에 나섰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대표적이다. 조 교수는 그간 외곽에서 민주정부의 호위무사 역할을 한 ‘친노 인사’로 꼽힌다. 조 교수는 6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동산 인식이 정확한지 점검이 필요하다”며 “대통령과 국토부 장관이 (집을) 팔라고 해도 팔지 않는 강심장에 놀랐다”고 정면 비판했다. 친문 지지층의 거센 비판이 일자 비공개로 전환했지만, 이틀 뒤인 6월 30일 “문재인 정부가 교육은 포기했어도 부동산만큼은 중간이라도 가면 좋겠다”고 다시 저격했다.
조 교수가 비판한 청와대 참모진(비서관급 이상) 중 다주택자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김조원 민정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황덕순 일자리수석,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 박진규 신남방·신북방비서관, 조성재 고용노동비서관, 윤성원 국토교통비서관 등 12명에 달한다. 앞서 노 실장이 지난해 12월 수도권에 두 채 이상의 집을 가진 참모들에게 “6개월 안에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권고했지만, 실제 집을 매도한 이는 4명(김연명 사회수석·한정우 홍보기획비서관·김광진 정무비서관·노규덕 안보전략비서관)에 그쳤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6월 17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갭투자 규제를 핵심 내용으로 한 문재인 정부 21번째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여권 소속 광역자치단체장도 당·정·청 정책에 어깃장을 놨다. 인천시는 7월 중 부동산 대책 건의안을 정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친문계 핵심인 박남춘 시장이 맡고 있다. 친문 광역자치단체장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의당 대표인 심상정 의원과 참여연대도 “실효성 없는 뒷북 정책이자 땜질 대책”이라고 ‘문재인 때리기’에 가세했다. 미래통합당 한 중진 의원은 “지역에 가보면 3040세대와 무주택 서민들의 반발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당·정·청이 타오르는 민심을 뒷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이 3040세대의 역린을 건드렸다면,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2030세대의 민심 이반을 초래했다. 소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가 터진 다음 날인 6월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은 하루 만(6월 24일 오후 3시 기준)에 18만 명을 돌파했다. 젊은층 분노는 지지도 폭락으로 곧장 이어졌다.
‘한국갤럽’이 6월 23∼25일까지 조사해 다음 날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20대 지지도는 41%로, 한 주 만에 12%포인트(p)나 감소했다. 5월 셋째 주 20대 지지도(66%)와 비교하면, 25%p나 하락한 수치다. 30대 지지도 역시 한 주 만에 7%p(60%→53%) 떨어졌다. 30대 지지도는 5월 셋째 주(77%)보다 24%p 하락했다. 40대 지지도도 ‘85%(5월 셋째 주)→67%(6월 셋째 주)→68%(6월 넷째 주)’를 기록했다.
2030세대 비토에 기름을 부은 것은 청와대의 ‘가짜뉴스’ 발언이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6월 28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에 대해 “보안검색요원을 자처하는 사람이 ‘5000만 원 연봉을 받게 됐다’는 글을 올리고 일부 언론이 검증 없이 ‘로또 채용’이라고 보도했다”며 “이후 언론의 팩트 체크로 가짜뉴스임이 드러났다”고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원조 친노인 김두관·친문인 고민정 의원도 “가짜뉴스가 을과 을의 전쟁을 부추겼다”고 힐난했다.
이후 당 내부에서는 당·청 인식을 비판하는 발언이 처음 터져 나왔다. 정세균계인 이원욱 의원은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가짜뉴스 탓’ 발언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20대 청년이 바라는 것은 공평과 공정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야권은 내심 정부여당의 실책을 반기는 모습이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6월 29일∼7월 1일까지 조사해 2일 공개한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 지지도(49.4%)는 15주 만에 과반 밑으로 떨어졌다. 민주당(38.1%)과 미래통합당(30%) 지지도도 15주 만에 한 자릿수로 좁혀졌다. 여권의 잇따른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을 통합당이 가져간 셈이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