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브랜드부터 유업체까지 경쟁 레드오션…“브랜드 알리기 위해 ‘외식형’ 필요” 손 못놔
빙과업계가 양산형 아이스크림 제조에서 아이스크림 외식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을 중심으로 한 외식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롯데푸드의 ‘파스퇴르 밀크바’ 인천터미널점 전경. 사진=롯데푸드 제공
빙과업계는 최근 3년간 매출 감소와 성장 둔화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저출산 시대 유아동 수 감소를 꼽았다. 어린 아이를 둔 가족 단위를 주 고객층으로 삼았던 양산형 아이스크림 제조가 아동 수 감소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빙과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들이 줄고 1인 가구 수가 늘면서 아이스크림 구매 계층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빙과업계 ‘빅4’로 불리는 롯데제과 빙그레 롯데푸드 해태제과식품(해태아이스크림)의 지난 3년간 국내 빙과류 매출은 감소하거나 성장을 멈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태제과식품(해태아이스크림)의 매출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878억 원에서 2200억 원으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롯데제과도 3500억 원에서 3230억 원으로 떨어졌다. 빙그레의 경우는 2018년 3370억 원에서 2019년 3234억 원으로, 롯데푸드는 3771억 원에서 3767억 원으로 소폭 감소하거나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성장 둔화세를 극복하기 위해 빙과업체들은 마트 등 전통적인 양산형 아이스크림 판매처에서 벗어나 아이스크림 전문점이나 카페 등 ‘외식형 브랜드’로 타깃을 옮겼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즐기는 고객들을 위해 맞춤형 제품을 공급한다는 것. 2016년 10월 플래그십 스토어로 첫 오픈한 롯데푸드의 아이스크림 전문매장 ‘파스퇴르 밀크바’ 등이 대표적인 예다. 롯데제과는 2018년 6월 계열사인 롯데지알에스(롯데리아)가 운영하던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나뚜루’ 사업을 인수해 직영 중이며, 업계 ‘빅4’ 가운데 가장 먼저 아이스크림 외식 사업에 나선 해태제과식품은 젤라또 전문점 ‘빨라쪼’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빙과업체들의 이들 브랜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SPC그룹의 배스킨라빈스, 한국하겐다즈의 하겐다즈 등 해외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이미 시장점유율을 탄탄히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새롭게 진출한 브랜드가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아이스크림 외식 시장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이 약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업체들도 많이 뛰어들어 시장이 이미 과열돼 있는 것도 시장에 뛰어든 빙과업체들에 불리하다. 남양유업의 ‘백미당’, 매일유업의 ‘폴바셋’, 서울우유의 ‘밀크홀1937’ 등 이미 유업체들이 진출한 브랜드들은 자사 유제품을 이용한 디저트 카페 사업으로 고정적인 고객층을 확보한 데다 고급 브랜드로 자리를 잡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빙과업체들이 이들과 경쟁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빙과업체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손을 놓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익 창출이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브랜드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뭐라도 하자’는 시도 중 하나일 것”이라며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