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성적 대상화 물의 ‘편의점 샛별이’ 방심위 민원 봇물…‘사이코지만 괜찮아’ 남주 대상 성추행 장면 도마 위
SBS 금토드라마 ‘편의점 샛별이’는 여고생의 성적 대상화 논란으로 거센 비판에 맞닥뜨렸다. 사진=SBS 제공
최근 여성 시청자들 사이에서 공분을 일으킨 것은 지난 6월 19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SBS 금토드라마 ‘편의점 샛별이’다. ‘편의점 샛별이’는 앞서 ‘열혈사제’ ‘녹두꽃’ ‘스토브리그’ ‘하이에나’로 이어지며 주말드라마 강자로 우뚝 선 SBS가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특히 시청률 20%를 넘으며 인기를 끈 ‘열혈사제’의 이명우 PD가 다시 한 번 연출을 맡은 사실이 알려지자 ‘열혈사제’ 팬덤도 시청자층에 흡수되기도 했다. 원작이 동명의 성인 웹툰이라는 우려도 있었으나 이명우 PD는 제작보고회에서 “원작에서 우려되는 지점과 거리가 먼 따뜻한 가족 드라마”라며 이를 일축했다.
그러나 이명우 PD의 발언이 무색하게 첫방부터 ‘낯 뜨거운 장면’이 펼쳐지면서 비난이 몰아쳤다. 고등학생인 샛별이(김유정 분)가 담배를 사기 위해 성인인 최대헌(지창욱 분)에게 애교를 부리거나 키스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원작에는 없는 성매매 장면을 등장시켜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또 성인 웹툰 작가가 만화를 그리는 장면을 대놓고 보여주거나 여고생들의 섹시 댄스를 맥락과 상관없이 끼워 넣으면서 분노에 더욱 기름을 붓기도 했다. 지상파 드라마 가운데 첫 방송만에 시청자 게시판에 폐지 요구가 쇄도한 것도 ‘편의점 샛별이’가 처음이다.
뿔난 시청자들의 민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 이어졌다. 첫 방송 직후였던 지난 6월 22일 기준으로 방심위에 접수된 시청자 민원은 6000여 건에 달한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SNS를 중심으로 “시청자 게시판보다 방심위 민원이 효과적” “방송사에다 직접 전화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며 집단 항의를 독려하는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방송사나 제작사 측은 이 같은 집단행동에 대해 별다른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일부 문제가 되는 장면을 VOD 다시 보기 서비스에서 편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 샛별이’ 관련 항의 민원은 첫 방송 직후였던 지난 6월 22일 기준 6000여 건에 달했다. 문제가 된 장면은 VOD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편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SBS 제공
‘편의점 샛별이’와 대칭으로 또 다른 비판 공세에 직면한 것은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다. 김수현의 컴백작으로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은 이 작품은 ‘편의점 샛별이’와 반대로 남성 시청자들의 타깃이 됐다. 3화에서 여주인공인 고문영(서예지 분)이 남주인공 문강태(김수현 분)의 벗은 몸을 훑어보고 허락 없이 신체 부위를 만지며 “나랑 한 번 잘래?”라고 말한 것을 두고 성추행과 성희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이에 대해 남성 시청자들 역시 방심위에 민원을 넣기 시작했다. 여성만 성폭력의 피해자라는 고정관념을 답습하고 있으며 남성에 대한 성적 희롱을 희화화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비판 요지다. 현행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방송은 성희롱, 성폭력, 성매매 등을 정당화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방송하는 것이 금지돼 있으므로 이 사례 역시 민원 대상이 될 수 있다.
남성 회원들이 다수인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앞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단체 행동에 나설 것을 독려하기도 했다. 다만 ‘편의점 샛별이’로 대량의 민원이 접수된 것과 비교해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50여 건의 민원에 그쳤으며, 7월 3일 현재 추가적인 비판이나 민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남성의 성적 대상화를 놓고 남성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사진=tvN 제공
방송가에선 이처럼 시청자들의 작은 움직임도 주시할 수밖에 없다. 성별 간 갈등에서 발생한 이슈라는 점 때문이다. 여성들이 먼저 집단행동에 나서면 이어서 남성들이 성별만 반전해 문제를 삼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중간에 방송사나 제작사만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한 케이블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남성의 성적 욕망을 표현하는 데엔 관대한 반면 여성의 욕망은 금기시되거나 피해자 또는 대상자로만 다뤄져 왔으나 최근 작품들의 추세는 여성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거나 남성의 전통적인 캐릭터를 여성으로 바꾸는 식으로 변하고 있다. 성 반전이라기보다 권력과 지위의 반전”이라며 “그런데 이를 여성들의 항의와 집단행동에 따른 결과 그 자체로만 단순화시켜 성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기 때문에 중간에서 제작진만 고통받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이런 비판 여론이 곧바로 작품 시청률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편의점 샛별이’의 시청률이 7~8%로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며 “그럼에도 여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차기작이나 방송사 자체에 ‘성 차별’ 꼬리표가 달라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제작진으로서는 이전처럼 단순히 작품 내용과 시청률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시청자의 성별까지 고려해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 업무가 배로 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