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비대위 힘 실어주고 한쪽은 원구성 불만 진화…주호영 ‘킹메이커 김종인’ 발판 대권 도전설도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 사진=박은숙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상임위원장 6개 선출에 반발해 사찰 정치에 들어간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6월 20일 경북 울진 불영사에 머물고 있었다. 5월 9일 별세한 부친을 모신 곳이었다. 주 원내대표는 불영사에 좀 더 머무를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날 주 원내대표는 거처를 갑작스레 충북 보은 소재 법주사로 옮겼다.
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부대표가 김종인 위원장의 불영사 방문 계획을 알리자, 주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과 중간 지점 격인 법주사로 자리를 옮겼다. ‘여든을 넘긴 노정치인이 먼 길을 오게 하면 안 된다’는 이유였다. 미래통합당 투톱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먼저 도움을 받은 건 김 위원장이다.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의 세부 사항을 논의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4월 말 미래통합당 내부에선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를 언제까지 이어갈 것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당규에 따라 비대위 체제를 짧게 가져간 뒤 8월 안에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방안과 2020년 4월 재·보궐 선거까지 비대위에 키를 맡겨야 한다는 방안이 첨예하게 맞섰다.
당시 김 위원장 요구 사항은 두 가지였다. 당 운영 전반에 걸친 ‘전권’과 최소 1년의 임기보장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래통합당 내 대권·당권 주자, 중진 의원들의 비토 기류가 거셌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사진=박은숙 기자
이때 ‘김 위원장 체제’ 논란을 매듭지은 것이 주 원내대표였다. 주 원내대표는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선거부터 ‘김종인 비대위’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원내대표 선거 이후 보름 만인 5월 22일,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서 김종인 비대위를 둘러싼 찬반 투표가 열렸다. 그 결과 김종인 비대위가 2020년 재·보궐 선거까지 당을 책임지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이날 워크숍을 마치고 주 원내대표는 “김종인 박사를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으로 내년(2020년) 재·보궐 선거까지 모시기로 압도적으로 결정했다”면서 “비대위가 정식으로 출범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비대위원회 출범에 ‘다행’이란 수식어를 붙이면서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6월 29일 국회 원구성 협상이 최종 결렬됐을 때도 김 위원장을 향한 공세가 이어졌다. 원구성 협상 결렬 배후로 김 위원장이 지목된 까닭이었다. 당 내에선 “김 위원장이 ‘법사위원회를 빼앗기느니 차라리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주자’는 지속적인 주장이 협상 과정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의 김종인 배후설이 불거졌다. 주 원내대표는 “당내 많은 여러분의 의견을 수렴했다”면서 이를 일축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 사진=박은숙 기자
김 위원장 역시 주 원내대표를 향한 당내 불만 여론을 잠재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여 협상 과정을 놓고 일부 초선 의원들이 주 원내대표를 향해 불만을 표출했지만, 김 위원장이 물밑에서 이를 다독였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의 ‘주거니 받거니’ 호흡을 ‘티키타카’라는 단어에 비유하고 있다. 티키타카는 스페인 프로축구단 FC 바르셀로나의 화려한 패싱 호흡을 일컫는 단어다. 그만큼 둘 사이의 ‘상호보완 작용’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미래통합당 고위 당직자는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의 정국 운영 스타일이 유사한 편”이라면서 “둘 사이엔 박근혜 정부 때 비주류로 분류됐었다는 공통 분모도 존재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공통점이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가 원만한 호흡을 맞추는 밑거름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가 ‘김종인 비대위’를 등에 업고 대권을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뒤를 잇는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정치권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킹메이커”라면서 “주 원내대표가 김 위원장과 찰떡 호흡을 지속하면 킹메이커의 후광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의 호흡이 찰떡인지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라고 했다. 신 교수는 “미래통합당 ‘투톱 체제’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둘 사이의 호흡이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긴 어렵다”면서 “주 원내대표의 대권주자 부상설도 아직까진 가능성이 높지 않은 이야기로 보인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