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성·인국공 논란 등 이슈에 대해 입장 회피…총리 시절 절제된 발언이 의원으로선 되레 ‘독’
6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조정식 정책위의장(오른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낙연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만큼 그의 행동과 발언엔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다. 절제된 언어와 점잖은 대응 등은 이낙연 의원의 총리 시절 상징이었다. 대정부질의에 나와 야당 의원들의 날선 공세를 능수능란한 답변으로 넘기는 모습은 현재 그를 향한 선호도의 기반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회의원과 총리는 다르다. 더군다나 유력 차기주자군이라면 더욱 그렇다. 정치권과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이슈에 대해 자신만의 입장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이 정치권 화두로 떠오를 당시 견해를 묻자 이 의원은 6월 8일 SNS를 통해 “취지를 이해한다. 찬반의 논의도 환영한다”면서도 “기본소득제 개념은 무엇인지, 우리가 추진해온 복지체제를 대체하자는 것인지 보완하자는 것인지, 그 재원확보 방안과 지속가능한 실천방안은 무엇인지 등 논의와 점검이 이뤄지기 바란다”며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6월 24일에도 “사회적 논의가 이제 시작된 단계”라며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논의 시작하는 것은 조금 빠르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갈등,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화 논란 등과 같은 첨예한 사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주장을 제대로 내놓지 않았다. 전당대회 출마 거취와 관련해서도 한 달이 넘게 입장 발표를 피하며 고심해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낙연 의원이 차기 대권주자로서 지나치게 ‘부자 몸조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이 즐겨 사용하는 ‘엄중히’라는 표현을 빗대 ‘이 의원님, 언제까지 엄중히 보고만 있을 것입니까’라는 말도 회자된다. 이에 대해 이낙연 의원 측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다보니 발언과 입장에 이목이 쏠려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의원은 현재 의원 중 한 명일 뿐이다. 이해찬 대표나 김태년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있는데, 사안에 대해 본인의 입장을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또 국무총리로서 행정부에 몸담았었기 때문에 개별 사안에 대해 평가하게 되면 문재인 정부에 부담을 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 의원은 7월 1일 국회에서 열린 한 초청강연에서 “개별 의원이 해법을 제시하기보다는 자기 이미지 마케팅을 하는 발언하는 게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까, 그것이 국회다운 일인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과 관련해 김두관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SNS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과정에서 청년들의 공분을 확산시킨 것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낙연 의원은 준비된 발언은 설득력 있게 잘 표현하지만 임기응변이나 순발력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며 “본인도 그러한 점을 인지하고 있어 문제가 될 만한 상황이나 발언이 나올까봐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실제 이 의원은 지난 5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대책을 마련하라’는 유가족의 요구에 “제가 현재 책임지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어 7월 1일 강연에서는 “남자는 엄마가 되는 경험을 하지 못해 나이 먹어도 철이 안 든다”고 발언해 성차별 발언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