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요천한 이재명 경기지사와 개발이익 광역화를 촉구한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일요신문DB.
[일요신문] 여권의 차기 잠룡군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5일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자신만의 목소리를 냈다. 박 시장은 개발이익의 광역화를 촉구했고, 이 지사는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요청했다. 앞서 박 시장과 이 지사는 고용보험 정책과 기본소득 정책을 놓고 대립각을 세운바 있다.
박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남 개발이익을 서울시민 모두의 이익으로-개발이익의 광역화를 국토교통부에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박 시장은 지난 5월 착공을 승인한 글로벌비지니스센터에 대해 “시민들을 위한 멋진 공간이 생기는 것이니 당연히 기쁘고 환영할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답답한 심정을 억누를 수 없다”며 “현행 ‘국토계획법 시행령’에 의해 GBC 건설로 생기 공공기여금 1조 7,491억원을 강남에만 쓰도록 강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시장은 “‘공공기여금’이란 서울시가 사업자의 개발사업에 대해 용도변경 및 용적률 상향 등 규제완화의 댓가로, 개발이익의 일정부분을 돌려받는 제도”이라며 “강남권 개발 이익이 강남에만 독점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강남의 부동산 가격을 부추길 뿐 아니라, 서울 전체의 균형발전을 바라는 시민의 바람과도 맞지 않다”고 했다.
또한 “국토교통부에게 서울시가 만든 ‘국토계획법 시행령 개정안’을 전달하기도 했다”며 “2015년부터 20여 차례에 걸쳐 공문, 면담, 정책협의를 통해 꾸준히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 담당자들은 아직까지 개발이익의 광역화 조항을 개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결국 이는 ‘강남/강북의 불균형’을 더욱 키우고 있다. 2020년에서 21년까지 서울 전역에서 발생했고, 발생할 예정인 공공기여금은 총 2조 9천 558억 원”이라며 “이중 강남 3구에서 발생한 공공기여금은 81%인 2조 4천억 원이고, 나머지 강남권 외 22개 구는 19%에 해당하는 5천 500억 원”이라고 했다.
이와함께 “서울시 인구의 17%(165만)가 살고 있는 강남 3구에서 공공기여금의 81%를 쓰고 있는 셈”이라며 “1인당 공공기여금 혜택으로 환산해 본다면, 강남 3구는 145만 원씩 수혜를 받고, 강남권 외 22개 구는 6만 8천 원씩 받는 셈이다. 무려 21.3배의 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토교통부 담당자들이 개발 이익의 광역화를 반대할수록, 강남 3구 안에서의 ‘개발과 이익의 선순환’이 지속될 것”이라며 “그 댓가로 ‘강남/강북의 불균형’은 더욱 커지고, 강남 집값은 더더욱 오를 것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기조 및 국정 철학과도 어긋나는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더 지체해서도 안 된다”며 “지난 5년 간 공문, 면담, 실무자의 정책협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요청했던 시행령 개정을 수용해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같은 박 시장의 부동산 정책에 이 지사는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내놓았다.
이 지사는 이날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 요청’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망국적인 부동산 불로소득이 주택가격 폭등으로 또다시 문제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는 토지 유한성에 기한 수요공급불균형 문제겠지만, 현재는 정책방향과 정책신뢰가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지사는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는 말처럼, 정확한 정책이 적시에 시행되고 국민이 정부의 정책의지를 신뢰하면 부동산 가격도 얼마든지 통제가능하다”며 “그러나 국민이 정책을 의심하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별무효과”라고 지적한 뒤 “좋은 정책과 정책신뢰는 정책성공의 쌍두마차”라고 했다.
이어 “좋은 부동산정책을 만들려면 정책결정에 이해관계가 개입되지 않아야 한다”며 “성인(聖人)이 아닌 이상 이해관계를 벗어나기 어렵고 팔은 안으로 굽게 마련이므로, 투자‧투기용 부동산을 이미 소유하고 있거나 장래에 취득할 사람이 부동산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위공직자가 되면 가격상승에 유리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부동산 소유자라는 사실 자체가 국민들에게 부동산 가격 상승을 암시하므로 정책신뢰를 위해서도 부동산 소유자가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없어야 한다”며 “결국 공정 타당한 부동산 정책을 만들고 정책에 대한 국민신뢰를 확보하려면, 고위공직자에 대해서 주식백지신탁제처럼 필수부동산(주거용 1주택 등)을 제외한 부동산 소유를 모두 금지하는 부동산백지신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함께 “고위공직자는 권한과 직무로 주가에 영향을 주므로 고위공직자가 되려면 주식을 처분하거나 처분을 위탁하는 주식백지신탁제가 시행중”이라며 “고위공직자는 주식보다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더 많이 미치므로 주식백지신탁을 도입한 마당에 부동산백지신탁을 도입못할 이유가 없고 또 반드시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지사는 “부동산백지신탁제가 도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와대가 고육지책으로 한 ‘고위공직자 1주택 외 주택 매각 권유’를 환영한다”며 “향후 ‘실주거용 1주택 외 모든 부동산 매각권유’로 확대되어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의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와 정부에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혼란과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제1정책으로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 입법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손시권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