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살인죄 기소 ‘클럽 폭행’ 태권도 선수 2명도 한체대 출신

올 초 클럽에서 선수 3명이 시민 폭행 사망 징역 9년 선고…한체대 남자 핸드볼팀 폭행 사건 등 스포츠 개혁 요원

[일요신문] 고 최숙현 선수 사태 직후 또 다시 한국체육대학교(한체대) 핸드볼 팀에서 폭행 사건이 터져 나왔다. 게다가 올 초 한 시민을 죽음으로 이끈 ‘클럽 폭행 사건’의 가해자인 태권도 선수 3명 가운데 2명도 한체대 소속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심석희 사태 뒤 ‘폭력 학교’라고 낙인찍힌 한체대의 개혁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체대 관계자에 따르면 올 초 한 클럽에서 무자비한 폭행으로 한 시민의 목숨을 앗아가게 한 태권도 유단자 3명 가운데 2명이 한체대 소속이었다. 법원 등에 따르면 피고인 3명은 모두 태권도 4단 유단자로 1월 1일 새벽 서울 광진구의 한 클럽에서 피해자와 시비가 붙자 무자비한 폭행을 가했다. 이들은 클럽에서 피해자의 여자친구에게 접근하다 피해자와 시비가 붙어 몸싸움을 벌였다고 한다. 종업원이 이를 저지하자 밖으로 나가 피해자를 넘어뜨리고 얼굴을 향해 발차기를 하는 등 집단 폭행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결국 뇌출혈로 사망했다. 

6월 25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들 3인에게 각각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쓰러져 있는 피해자의 머리를 축구공 차듯 가격하는 등 죄질이 나쁘고 아무 조처를 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나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좋지 않다”며 “피고인들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피고인 3명은 당초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됐으나 검찰은 범행에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해 살인죄를 적용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급소인 머리와 상체를 집중 가격했다.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방치한 채 현장을 떠났다”며 “이들은 피해자의 사망에 대해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각각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피고인 3명은 모두 항소했다. 이들의 변호인단은 그동안 “살인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살인죄 적용은 과하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고 최숙현 선수 사태가 벌어진 뒤 한체대의 폭력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한체대 남자 핸드볼 팀에서도 폭력 및 가혹 행위가 이어져 왔다고 7월 3일 확인돼 경찰이 특수폭행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안용규 총장은 한국체대 총장으로 임명되며 “폭력·파벌 없는 한국체대 만들겠다”고 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스포츠 분야에서 발생한 크고 대형 폭력 사건 뒤 엘리트 스포츠 문제의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몇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고 최숙현 선수 사망 뒤 “향후 스포츠 인권과 관련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2019년 초 심석희 사건 당시엔 “체육계의 성적 지상주의, 엘리트 체육 위주의 육성 방식에 대해서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개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과거 자신들이 선수 시절 받았던 도제식의 억압적 훈련방식을 대물림한 측면이 없는지 되돌아보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쇄신책을 스스로 내놔야 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정작 청와대가 엘리트 스포츠 개혁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청와대 체육 담당에는 엘리트 스포츠 출신이자 한체대 출신 인사가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최훈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