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장관 추가적 압박 가능성…‘법원도 벼르는 중’ 한동훈 검사장 영장 섣부른 전망도
서초구 대검찰청 전경. 사진= 박정훈 기자
윤석열 총장이 수사지휘권을 상실하면서 법조계에서는 검언유착 수사팀이 주요 사건 관계자들에 대해 강도 높은 처분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사팀을 지휘 중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다수의 중요 증거를 확보해 실체적 진실에 상당 부분 접근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아무개 전 채널A 기자는 물론,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벌써부터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수사팀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한 한 검사장의 경우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시절 법원행정처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까지 나온다.
#윤석열 숙고 끝 ‘제안’ 100분 만에 거절한 추미애
7월 3일 고검장 및 검사장을 모두 모은 회의를 통해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윤 총장은 검사장들 대다수의 지지를 받아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윤 총장은 심사숙고했다. 추 장관의 결정에 반발할 경우 후폭풍이 거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총장은 7월 3일 고검장 및 검사장을 모두 모은 회의를 통해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검사장들 대다수의 지지를 받았지만 심사숙고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7월 8일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자, 추 장관이 먼저 움직였다. 이날 오전 “내일(7월 9일) 오전 10시까지 결정을 하라”고 윤 총장을 압박한 것이다. 그리고 윤 총장은 몇 시간 뒤인 9일 오후 대변인실 명의로 배포한 입장문에서 별도의 수사팀을 제안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존중하고 검찰 내·외부의 의견을 고려해, 채널A 관련 전체 사건의 진상이 명확하게 규명될 수 있도록 서울고검 검사장으로 하여금 현재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포함되는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해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아니하는 방식으로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법무부 장관에게 건의했다.”
하지만 추 장관은 냉담했다. 윤 총장이 입장을 언론에 밝힌 지 100분 만인 8일 저녁, “윤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더 이상 옳지 않은 길로 돌아가선 안 된다”며 타협의 여지가 없음을 시사했다.
결국 할 수 있는 항명 카드가 없어진 윤 총장은 9일 오전 곧바로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가 발생한다”며 추 장관의 수사 지휘로 검언유착 사건을 지휘할 수 없는 상태임을 알렸다. 또, 이런 사실을 서울중앙지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검언유착 의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뒤 그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하라”는 추 장관의 지휘대로 된 셈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박은숙 기자
#윤 총장 ‘백기’에 일단락
이 과정에서 대검찰청은 불편한 심기는 드러냈다. “총장은 2013년 국가정보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고 과거 사실을 상기시키며 지금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어 “장관의 지휘권 발동 이후 법무부로부터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독립수사본부 설치 제안을 받고 이를 전폭 수용했고 어제 법무부로부터 공개 건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윤 총장이 제시한 절충안이 법무부 발 아이디어였음을 알린 것이다.
이에 추 장관은 “검찰총장 스스로 지휘를 회피하고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면서도 “대검 측으로부터 서울고검장을 팀장으로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법무부 실무진이 검토했으나 장관에게 보고된 바 없다. 독립수사본부 설치에 대한 언급이나 이를 공개 건의해 달라는 요청을 대검 측에 한 사실이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대검이나 법무부 둘 중 한 곳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명시된 만큼 윤 총장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았고, 결국 ‘항복 선언’을 한 셈”이라면서도 “두드러지게 항명을 한 것도 아니고, 지시도 이행하기 때문에 자진 사퇴를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평했다.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 역시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 총장이 자리를) 오히려 그때(갈등 초반) 내놨더라면 지금보다 상황이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며 “추측이지만 (추 장관은) 윤 총장이 물러나게 하는데 목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이런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이 일단 백기를 들었지만, 추 장관이 지속적으로 윤 총장을 몰아붙이며 추가적인 압박을 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수사팀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한 한동훈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시절 법원행정처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사진=최준필 기자
이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지휘를 받게 된 검언유착 사건. 검찰 내에서는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는다. 실제 사건을 담당 중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쓴 글에서 “사건이 정치적 논란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에서 이 글이 또 하나의 논란거리를 더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면서도 “다수의 중요 증거를 확보해 실체적 진실에 상당 부분 접근했다”고 강조했다.
이 아무개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언론에 언급되면서, 적절성 논란이 확대됐던 점 등에 대해 필요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미 수사팀 안팎에서는 해당 기자는 물론,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영장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수사팀 정보에 정통한 검찰 관계자는 “이미 수사팀 지휘 라인에서는 한 검사장에 대한 영장 청구를 기정사실화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이 소식을 들은 법원에서 한 검사장을 벼르고 있다는 소문까지 돈다”고 언급했다.
한 검사장이 2018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등을 역임하며 판사 100명 이상을 소환하는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에 대한 법원의 반발이 ‘영장 발부’로 나올 것이라는 추론이다. 앞선 관계자는 “만일 이런 분위기까지 모두 고려해 영장이 발부된다면 윤 총장은 타격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특히 휴대폰 포맷을 해버린 이 아무개 전 채널A 기자와 달리 그대로 제출한 백 아무개 채널A 기자의 녹취록이 스모킹건이 될 수도 있다. 대화에서 오고 간 내용이 ‘담합’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터라, 윤 총장이 한동훈 검사장을 보호하려고 애를 쓴 것만큼 후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앞선 검찰 관계자는 “변수는 수사팀 내에서 평검사들은 ‘영장 칠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면, 간부급들은 필요하다고 하는 등 약간의 의견 차가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이 전 기자 측은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이 추 장관 지시로 중단되면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는데,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요청을 수사팀이 마냥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고민이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