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청와대 비판 피하기 위해 허위로 작성” 인정…1심 판단 유지
세월호 참사 보고 시점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김 전 비서실장이 2018년 10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9일 서울고법 형사13부(구회근 이준영 최성보 부장판사)는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실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국회와 전 국민의 관심이 세월호 상황을 대통령이 시시각각 보고받고 제대로 파악했는지인데, 대통령은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 있으면서 보고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김 전 실장)은 국회에 낸 서면 답변서에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해 대통령이 대면 보고를 받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했다는 취지로 기재했다”며 “이런 행동은 청와대에 대한 국민적인 비난을 피하기 위해 허위 사실을 쓴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1심의 판단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그 후임인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도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허위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거나 증거가 부족했다는 등의 이유다.
김기춘 전 실장과 김장수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한 시각 등을 사실과 다르게 적어 국회에 제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관진 전 실장은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청와대라는 내용의 대통령 훈령(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적법 절차 없이 무단 변경한 혐의(공용서류손상)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