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특히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엽찬영 회장은 대금업협회인 한국소비자금융연합회의 초대회장을 맡았을 정도로 업계에서는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이 회사의 부도가 알려지면서 업계 1위의 탄탄한 대금업체가 갑자기 부도난 배경에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회사가 부도나기까지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대호크레디트가 부도난 때는 지난 6일. 이 회사의 초기 부도금액은 불과 5천만원이었다. 부도 직후 회사측은 “사업을 정리키로 했으며 조만간 청산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가 출범한 지 11년 만의 일.
업계 1위의 대금업체가 5천만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가 나자 업계는 매우 놀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1위 업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는 이 회사가 부도나 충격이었다”며 “이 회사에 돈을 대출해준 저축은행들과 주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호크레디트는 2004년 1월 현재 자본금 1백12억원의 대형 대금업체다. 특히 이 회사는 대출잔고가 1백50억원 이상에 달하며 한때 지점이 60여 개, 임직원이 1백50명에 달했다.
특히 이 회사의 대주주인 엽찬영 회장은 대금업계에서는 ‘대부’로 통하는 인물이었다.
엽 회장은 1966년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아홉. 나이는 그리 많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업계 최초’ 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
대금업계 최초로 회사를 법인으로 설립했고, 대금업협회를 결성하기도 했으며, 각종 대출 상품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가 사업을 처음 시작한 것은 지난 94년. 당시 그는 종자돈 2천만원으로 법인을 설립해 사채업을 시작했다. 그의 집안이 원래부터 사채업을 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병찬 론프로 회장은 그에 대해 “원래 부유하거나 돈이 많은 집 자제는 아니다. 라면을 먹으면서 대부업을 시작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업계에 뛰어든 직후 가족, 친인척 등은 물론 ‘전주’들을 동원해 회사 규모를 늘려갔고, 지난 98년 IMF 시절에 그의 사업수완은 절정을 이루게 된다.
전 회장에 따르면 그는 업계 최초로 자동차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자동차 대출’이라는 상품을 만들어 단숨에 대호크레디트를 업계 최대 규모의 회사로 만들었다. 당시 이 회사의 지점은 전국에 60여 개에 달할 정도.
그러나 그는 지난 2001년도에 국세청이 사채업자를 대상으로 벌인 세무조사에서 84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하면서 타격을 입게 됐다. 엽 회장은 세금을 추징당한 다음해인 지난 2002년 당시 2위 대금업체였던 ‘삼환트러스트’라는 회사를 흡수합병하며 다시 한번 기세몰이에 나섰다.
그는 업계의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한국복지재단 등에 기금을 기탁하기도 했으나, 그해 여름 자본력을 앞세운 일본계 대금업체들이 대거 국내에 진출하면서 다시 한 번 위기를 맞게 됐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위기는 정부에서 대금업체의 이자상한선을 기존의 ‘무제한’에서 ‘연간 66%’로 확정지으면서 시작됐다.
사정이 이러하자 엽 회장은 국내의 몇몇 상호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자본을 차입하고, 여러 ‘전주’들에게 투자를 받았으나 결국 지난해 자신을 믿고 투자한 전주(투자자)들로부터 고발당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당시 이 회사에 투자한 채권자들은 “엽 회장이 생활정보지 등에 고금리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냈지만, 약속한 이자를 주기는커녕 원금 반환 요구조차 묵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 문제가 법정으로까지 비화될 움직임을 보였다.
결국 엽 회장 등은 이들에게 5천만원의 어음을 끊어줬고, 올해 초 돌아온 이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부도처리 됐다. ‘업계 최초’의 수식어를 달았던 엽 회장도 법인을 설립한 지 11년 만에 결국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맞게 된 것.
그러나 이 회사의 부도가 ‘고의적’이라는 얘기가 끊임없이 업계에 나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음을 못 막은 것인지, 안 막은 것인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회사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면서 이를 구조조정하는 차원에서 일부러 부도를 낸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특히 일부에서는 대호크레디트의 부도로 인해 이 회사에 자금을 대출해 준 몇몇 저축은행들의 동반부실이 우려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이 회사의 부도 여파는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