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상장 후순위로 밀리며 롯데렌탈 지분 추가 매입…장기렌터카 계약 불발에 신용등급 강등 우려까지
지난 6월 1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랜드마크 타워에서 열린 시그니엘 부산 그랜드 오픈 행사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이 참석해 내빈들과 호텔의 마스터키를 상징하는 골드카드를 단상에 마련된 홈에 꽂는 ‘골든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롯데렌탈 상장을 둘러싼 셈법은?
롯데그룹의 숙원인 호텔롯데 상장이 악화된 실적에 발목이 잡혔다. 호텔롯데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4.5% 급감했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791억 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손실은 1560억 원에 달한다. 또 영업 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입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대규모 회사채 만기가 예정돼 있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8일 호텔롯데는 창사 후 처음으로 장기 기업어음(CP)을 발행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다고 공시했다. 7월과 8월 각각 2000억, 1000억 원의 단기차입금 만기가 도래하면서 차입금을 상환하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로 경영 환경이 악화돼 회사채 발행여건이 좋지 않아 CP로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앞서 지난 6월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호텔롯데가 올해 발행한 회사채는 약 1조 원에 달했다.
시장에선 호텔롯데를 후순위에 두고 다른 계열사를 먼저 상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중 하나로 롯데렌탈이 꼽힌다. 상장에 성공하면 모회사인 호텔롯데의 기업 가치가 오르고 추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호텔롯데가 FI들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면서 상장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되고 있다.
지난 5월 27일 호텔롯데는 FI인 트리플에스제이차, 인베스트퍼플제삼차가 각각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8.35%, 8.02%를 1472억 원에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호텔롯데의 롯데렌탈 지분율은 25.7%에서 42.04%로 상승했다. 부산롯데호텔도 밸류플러스제삼십일차 지분 9%를 810억 원에 매입할 예정이다. 부산롯데호텔의 롯데렌탈 지분율은 19.43%에서 28.43%로 상승한다.
이는 2015년 호텔롯데가 KT렌탈을 인수할 때 FI들과 5년 만기 TRS(총수익스와프)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당시 FI들이 KT렌탈의 지분 50%를 인수하는 대신 5년 동안 일정 수익을 보장받고 만기 시 다시 호텔롯데에 지분을 파는 것이 계약 조건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호텔롯데 상장이 힘들어진 만큼 호텔롯데가 보유한 다른 계열사의 가치를 끌어올리거나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TRS 계약 만기로 인해 호텔롯데가 지분을 추가 매입한 롯데렌탈도 강력한 후보”라고 말했다.
실제 롯데렌탈은 원가절감과 프로세스 개선으로 비용을 줄이는 수익성 중심의 ZBB(Zero Base Budget) 경영 전략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롯데렌탈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6.3% 증가했다.
사진=롯데렌탈 홈페이지
#치열해진 경영 환경에 계약 불발까지
하지만 최근 상황이 롯데렌탈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롯데렌탈은 KT그룹의 법인 장기렌터카 계약을 현대캐피탈에 내줬다. 롯데지주까지 관심을 가졌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재계약 실패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이번 계약 물량은 5000여 대이고 현재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캐피탈이 KT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차후협상자는 롯데렌탈이지만, 우선협상자가 계약하지 못하는 경우는 드물다. 롯데렌탈이 KT 계열사와 맺은 남은 계약도 다른 회사로 넘어간다면 타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장기렌터카는 운용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2015년 5월 호텔롯데가 KT렌탈을 인수할 때 KT그룹 장기렌터카 계약은 인수 조건 중 하나였을 정도다. 향후 KT그룹 각 계열사마다 맺은 계약도 약 3년에 걸쳐 만료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렌탈도 KT에스테이트가 소유한 KT선릉타워 6~10, 15층 사무실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연 임대료는 50억 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신용등급 강등 우려도 크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 3사는 롯데렌탈 신용등급 관련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렌털업계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신용등급 하락된다면 자금 조달에 부담이 커진다. 한국신용평가는 “경쟁으로 인한 롯데렌탈의 수익성 저하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가격 경쟁으로 장기렌털 회수율이 하락하고 광고비 등 비용부담이 이어졌으며, 중고차 매각률이 하락하는 등 수익 구조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 1분기 말 기준 롯데렌탈의 부채비율은 682.2%다. 롯데렌탈은 높은 외형 성장으로 영업수익 규모는 증가했지만, 총자산순이익률(ROA)은 2014년 1.7%에서 2019년 6월 말 0.4%로 떨어졌다. 장기렌털의 회수율(대당 매출액÷차량 대당 취득가액)은 10년 전 3.5% 수준에서 월 2.2~2.6%로 떨어졌다. 2300만 원 차량을 빌려주면 월 50만~60만 원의 매출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설상가상 롯데렌탈 가치는 상당히 떨어졌다. KT렌탈 인수 당시 주당 단가가 10만 2907원이었지만, 현재 7만 6421원이다. 호텔롯데가 KT렌탈 지분 100%를 1조 200억 원에 인수했는데 현재 약 8992억 원으로 가치가 떨어진 셈이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ZBB 실행하고 있고 현대캐피탈로 계약이 넘어간 건 맞다”면서도 “다만 현재 기업공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