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력 갖춘 VIP 잡기 위한 차별화 전략…코로나 여파에도 명품 판매 고공행진
7월 14일부터 19일까지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2020년 상반기 결산 해외 명품대전이 진행된다. 사진=허일권 기자
#VIP 모시기 바쁜 백화점업계
불황 속 VIP의 존재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VIP 고객 선정 기준인 연간 구매금액 기준을 내년부터 높이겠다고 밝혔다. 최상위 고객층에 대한 더욱 강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유인책이다. 백화점의 경우 구매금액 기준 상위 10% 고객이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롯데온은 올해 1~4월 기준 상위 0.5%의 우수 고객의 매출이 전체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또 올해 상반기 기준 우수 고객의 월 평균 매출이 일반 고객보다 3.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들을 얼마나 많이 잡느냐에 따라 실적이 판가름 난다.
신세계백화점은 직계가족 간 별도 명의로 사용된 신세계 제휴카드 실적을 합산할 수 있는 패밀리십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고객의 자녀까지 끌어안아 미래 VIP 고객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생활관, 식품관 등 특정 분야 VIP 제도까지 도입했다. 앞서 선보인 식품관 VIP 제도가 이용자를 묶어두는 ‘록인 효과’와 함께 수익성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월 식품관 VIP 제도 도입 전보다 일반 고객들은 2.3배 높은 객단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VIP 혜택을 받고자 일반 고객들까지 지출을 늘렸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식품관 VIP 고객 수는 지난 2월 4만 명에서 4월 8만 명으로 2배 늘었다. 5월에는 10만 명을 돌파했다.
이 밖에 신세계백화점은 VIP 고객들이 식품관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본점, 강남점, 영등포점에 이들을 위한 핸드백 전용 카트를 도입했다. 이 카트는 고객들의 가방에 스크래치가 나지 않도록 특수 재질의 천 시트를 덧댔다.
지난 3월 갤러리아백화점은 광교점 12층에 국내 최대 VIP 라운지를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업계 최초로 백화점 밖에 VIP 살롱 ‘메종 갤러리아’를 오픈했다. 대전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의 파크제이드 화이트 등급 이상(연 약 4000만 원 이상 구매 고객) VIP 고객만 주요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온라인 VIP 고객 모시기도 바쁘다. 지난 7월 1일 롯데온은 실적 기준에 따라 MVG, VIP, GOLD, ACE 등 4단계로 회원 등급제를 선보였다. 박성배 롯데이커머스 마케팅팀장은 “롯데온이 안정화되면서 등급제를 비롯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며 “이번 회원 등급제 신설로 충성 고객 확보 및 기존 고객을 록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명품 판매 열 올리는 백화점
‘지갑’이 두둑한 고객들을 잡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하다. 이 흐름 속에서 명품의 존재감은 한층 올라가게 마련이다. 지난 7월 14일 롯데백화점 잠실점 8층은 오전부터 고객들로 붐볐다. 직원들도 고객들을 응대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고 계산대 앞에는 길게 줄이 이어졌다. 이날은 2020년 상반기 결산 해외명품대전 첫날이었다. 지난 해외명품대전과 달리 명품 의류와 프리미엄 패딩 등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잠실점 행사는 이달 19일까지 진행되고 이어 부산 본점(24∼30일)과 명동 본점(8월 12∼16일)에서 바통을 이어받는다.
신세계백화점은 7월 16일부터 19일까지 본점을 시작으로 강남점(7월 23~26일), 대구점(7월 27일~8월 2일), 센텀시티점(7월 29일~8월 2일)에서 차례로 해외명품대전을 실시한다. 현대백화점도 올해 해외패션대전을 전국 8개 매장으로 확대해 진행한다. 압구정본점(8월 5일~13일)에 이어 판교점(8월 12일~16일), 대구점(8월 20일~23일), 목동점(8월 27일~30일) 등에서 연이어 개최된다.
앞서 지난 6월 26일부터 7월 12일까지 진행된 동행세일에서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사의 총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7%가량 성장했다. 3사의 동행세일 매출을 이끈 것은 명품 판매였다. 롯데백화점과 롯데아울렛은 해외명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7%, 57%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50.5%, 현대백화점은 해외패션 부문 매출이 51.2% 상승했다.
면세점 재고 명품 판매도 영향이 컸다. 지난 6월 26일 롯데백화점이 진행한 1차 오프라인 재고 면세 판매는 문이 열리면 매장으로 뛰어 들어가는 ‘오픈런’까지 등장하며 입고된 상품의 85%가 소진됐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지난 7월 10일부터 12일까지는 약 70억 원 규모로 2차 행사를 진행했다. 롯데백화점은 두 차례 진행한 면세 명품 행사로 총 105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온라인에서도 명품의 인기는 뜨거웠다. 지난 6월 23일 롯데온에서 진행된 1차 온라인 재고 명품 행사는 1시간 만에 준비 수량의 70% 이상이 판매됐다. 지난 7월 1일 진행된 2차 행사에서는 1차보다 3배 이상의 브랜드를 선보였음에도 5시간 만에 절반 가까운 물량이 판매됐다. 신세계는 면세품 판매를 위해 별도의 온라인 채널 ‘SSG스페셜’까지 구축했다. 지난 1~3차 면세 재고 명품 판매에서 품목별로 60~90%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 같은 명품 판매 인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면세업계의 어려움을 해소를 위해 수입·통관된 면세 재고품을 10월 29일까지 한시적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해외명품대전에서 만난 롯데백화점의 한 직원은 “지난 동행세일에서도 소비 양극화가 극명하게 드러났다”며 “코로나19로 경제 불황이 닥치다 보니 값싼 여러 개를 사는 것보다 가치를 잃지 않고 오를 수 있는 명품을 소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힘내요 대한민국! 코리아 패션마켓’행사가 열리고 있다. 코리아패션마켓은 대규모 소비활성화 행사인 ‘대한민국 동행세일’의 일환으로, 최근 지속된 경기침체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패션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박정훈 기자
#불황에 반복되는 명품 인기?
명품의 인기는 소비 양극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동행세일 기간 동안 명품이 불티나게 팔린 것과 비교해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에서 소비는 비슷하거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동행세일 기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7% 감소했다. 이마트의 전체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그쳤다. 전통시장은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2주 연속 완판에 성공했지만, 큰 반전은 없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대비 전통시장 매출액은 6월 29일부터 7월 5일까지 22.9%, 7월 6일부터 13일까지 17.7% 감소했다. 앞서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도 골프채 등 사치품 수요가 늘어났으며 소비 양극화는 이듬해 바로 소득 격차로 이어졌다.
실제로 올 1분기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의 소비지출이 3.3% 감소한 반면,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는 10% 감소하기도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위기 때마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도 자산의 양극화가 발생한다”며 “자산이 계속 늘어나는 곳과 아닌 곳이 극명해지기 때문에 소비로까지 이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