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씩” 남자 선배 김도환만 폭행 사실 인정…추가 가해자 정황도 드러나
7월 22일 고 최숙현 청문회에 참석한 김도환. 사진=박은숙기자
고 최숙현 선수 사태 가해자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된 선배 김도환이 7월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개최한 ‘철인 3종 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출석해 “최 선수를 폭행한 사실이 있다”며 기존의 입장을 번복했다. 그는 6일 열린 국회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최 선수를) 때린 적이 없으니 사죄할 게 없다”고 말해 국민적 공분을 산 바 있다.
김도환은 청문회에서 “2016년 뉴질랜드 전지훈련 중 앞길을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뒤통수를 한 대 때린 적이 있다”며 “명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은 있었다”고 전했다. 쇠파이프 및 밀대 등을 이용한 폭행 등에 대해선 “둔기로 때리진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선수들이 최 선수를 폭행하는 것을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장윤정 선수가 수영 훈련 중 꿀밤 몇 대 때리는 것을 봤다“고 덧붙였다.
증인으로 참석한 일부 관계자는 “폭행을 말린 적은 있지만 폭행은 없었다”는 등 횡설수설하기도 했다. 당시 경주시청팀 김 아무개 코치는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말을 바꿨다. 그는 박 의원이 “정 아무개 선수가 노래방에서 김규봉 감독에게 코피 나도록 맞았다고 한다. 당시 김 코치가 감독을 말렸다고 했는데 이를 폭력성이 없다고 할 수 있느냐(관련기사 “코피 터지도록…” 고 최숙현 동료들이 전한 경주시청팀 실체)”고 묻자 “(폭력이) 매일 있었던 것은 아니다. 평소에는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기 때문에 이후의 상황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후 박 의원의 질의가 계속 되자 “폭력성이 있었냐고 물어보시는 것이라면 폭력성은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 증인은 앞서 제출한 진술서에서 폭행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외압 등 권유에 따라 진술서를 작성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 외의 사건 관계자들은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관리·감독 부실을 지적하는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연신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체육계 내 사각지대가 있다. 시·군·구와 연맹의 역할을 분명하게 정리하겠다”고 답변했다. 대한체육회는 최근 10년 동안 실업팀의 근로계약서 작성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은 “우리 체육인들은 성적을 내야 하는 압박감이 있다. 고 최숙현 선수의 죽음이 이런 근본적인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도 충분한 값어치가 있다고 본다”며 “정부를 통해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이 7월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기자
한편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이 최 선수의 생전 일기 일부를 공개하며 추가 가해자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최 선수는 ‘나의 원수는 누구인가’라는 제목 아래에 김규봉, 장윤정, 김정기(김도환 개명 전 이름) 외에도 이 아무개, 김 아무개 선수 등 두 명의 이름을 더 적었다. 그러면서 “내 인생에서 사라졌으면 해요. 기억에서도요”라고 적었다.
또한 ‘내가 아는 가장 정신 나간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는 “이 질문은 백번 해도 똑같은 답이지”라며 “이 아무개 선수는 조금 바뀐 것 같기도”라고 썼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현재까지 밝혀진 가해자 외에 추가 가해자가 더 드러났다는 것을 말해 준다”며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내에서 감독의 영향이 이 정도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